대만
신주민과 교류하고
그들의 미래세대를 지원하라!
“이민자의 국내 생활 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동화시키도록 정책을 추진한다!”
VS
“이민자 가정의 2세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동화가 아닌 교류와 이해에 중점을 둔다!”
전국신주민횃불계획의 주요 활동들
횃불계획의 주요 활동은 신주민 모국어 학습, 신주민 가정 방문 지원, 다원문화강좌, 체험캠프 등 11개 사업이다. 과거와 같이 신주민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인 현지 적응과 생활 개선 교육이 아니라 신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고, 가정방문 등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리고 체험하는 활동을 통해 전사회적인 다문화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즉 신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 동화를 요구하며 일방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신주민과 기존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가고 교류하는 행사가 주를 이룬다.
횃불계획이 추진하는 11개 사업 내용 중 사업 내용을 공유 및 검토하는 워크숍을 제외한 10개 사업 중 총 8개 사업은 신주민뿐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누구나가 참여할 수 있다. 또한 1~5번까지의 활동은 모든 중점학교가 필수적으로 수행하고, 6~11번 활동의 경우 학교의 필요와 재량에 따라 선택한다.
1. 횃불계획 사업팀 워크숍 및 진행성과 공유
중점학교 교장(권장)의 주도하에 정기적으로 교내 횃불계획 관련 담당자들과 교외 협력기관들이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를 통해 사업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교내외 효과적인 자원 이용 방안 및 고충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관련 행정기관에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안·제시한다.
2. 신주민 가정방문
신주민 가정을 1년에 2차례 방문하여 관련 사회복지서비스 및 최신 법령을 소개하고 신주민이 자녀의 학교 및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처음에는 신주민 자녀의 담임교사가 가정으로 전화하여 1차 상담 후, 담임선생님과 신주민 자원봉사자 또는 신주민 지원단체 인력이 가정을 방문한다. 가정 방문을 통하여 경제적 빈곤 및 가정폭력 등으로 전문 기관 또는 행정 기관의 도움이 필요한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파악하고, 이러한 기관과 신속히 연계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중점을 둔다.
3. 신주민 모국어 학습
학기 중 매주 일정한 시간에 베트남어와 인도네시아어 수업을 개설하여 전교 학생들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1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언어학습을 목표로 하며 매주 2번~4번 수업을 10주 이상 지속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4. 사업 담당 행정 및 진행 인력 채용
교내 횃불계획 사업 진행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업무와 연락을 담당하고 관련 자료를 작성 및 보존하는 전담인력을 채용한다. 전담인력 채용을 통하여 본 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담당교사가 별도의 행정적인 업무로 인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고, 여러 사업이 전담인력이 중심이 되는 단일 창구에 의하여 처리되기 때문에 사업 수행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 기타 창의적 활동
기타 창의적 활동은 다문화 및 신주민과 관련된 다문화 주간, 다문화 노래 경연 대회 등 다양하며, 학교의 재량과 상황 그리고 예산 지원 규모에 따라 최소 1개~최대3개 활동을 선택하여 수행하고 있다.
6. 다문화 행복강좌
교사와 학생, 신주민과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초빙하여 다문화 관련 법률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소개하고, 부모 교육, 다문화 이해와 관련된 강좌를 통하여 상호 소통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 및 존중하는 데 중점을 둔다.
7. 신주민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자 교육
자원봉사자는 신주민에 한정하지 않으며, 신주민 지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 과정은 이주민 지원기관 등 관련 협력단체들과 협력하여 신주민의 필요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8. 신주민 행복가정 생활체험 캠프
신주민 가정의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생활체험 캠프로 1박 2일 형식으로 함께 캠핑을 하거나 과학캠프에 참여하기도 한다. 참여 대상은 신주민 가정이 75%를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9. (부모와 함께하는) 다언어 다문화 그림책 독후감 경연대회
교내 동화 자원봉사자가 다문화 그림책을 학급 동화읽기 리스트에 포함시켜 전 학생들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대본으로 각색하여 연말 연극 공연 대본으로 활용한다. 또한 부모와 아이가 다문화 그림책을 함께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활동을 통하여 세대를 초월하여 다문화에 대하여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10. 신주민 가정 족보 만들기 경연대회
신주민 가정의 아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의 족보를 만들어 아빠와 엄마의 나라에 대해 이해하고, 가족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11. 신주민 다문화 음식 경연대회
전교생의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경연 참가자들이 자신의 고향 요리와 대만 요리를 각각 하나씩 선보이는 행사이다.
사례 1 - 타이난시(台南市)의 횃불
타이난시(台南市)는 타이완 서남부에 위치한 지방도시이다. 2012년 횃불 계획 시행 당시 타이난시에 거주하는 신주민 인구는 29,649명이었으며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신주민의 자녀 수는 10,729명으로 타이난시 전체 초등학교 재학생의 10.6%를 차지했다. 타이난시에서 횃불계획 중점학교로 선정되어 60만, 40만, 20만TWD를 지원 받는 학교는 각각 8개교로, 총 24개 학교가 횃불계획을 시행하는 중점학교로 선정되었다.
타이난시에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에 직면하였다. 투신쭝(涂信忠: 2012)의 논문에 따르면, 횃불계획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적 자원 측면에서 학교의 교사나 행정인력이 기존에 진행하던 교육이나 학교 행정업무 외에 부가적으로 횃불계획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고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
둘째, 교사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문화에 대한 지식 및 교육 경험 부족으로 일정 기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셋째, 횃불계획 아래 추진되는 다문화 행복강좌, 다문화가족 모국어배우기 교실 등 다양한 교육 과정에 필요한 다문화 분야 전문가 및 풍부한 경험을 가진 강사진이 부족하여 원활한 강사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 초래되었다.
넷째, 횃불계획의 경비가 기본적으로 외국인 배우자를 위한 지원지도기금(外籍配偶照顧輔導基金)에서 마련되는데, 해당 기금의 특징은 사업에 소요되는 경비를 일괄 신청하여 사전에 교부받고 이후 신청 계획에 따라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신청한 경비와 실제 집행된 경비가 물가 등의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달라지는 경우에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없어 경비 처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자원 활용의 측면에서 과거 2007년에 신베이시에서 처음 횃불계획이 시행될 때에는 지역이 비교적 집중되어 있었고, 선정된 20개의 학교에서 행복강좌와 다문화 음식 경연 등 16개 세부사업을 나누어 시행하였기 때문에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고 경비 지출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국 단위로 횃불계획이 시행되면서 중점학교가 자체의 역량만으로 최소 9개에서 11개의 세부 사업을 시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경비나 다양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의 활용 면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전국신주민횃불계획은 초등학교를 기반으로 신주민과 그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일원화하고, 신주민과 지역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신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횃불계획의 시행을 위해 대만 정부가 추진그룹(推进小组), 중앙지도그룹(中央辅导团), 지역사업그룹(区域工作小组)으로 추진 체계를 구축하였으나 중앙과 지방도시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중앙지도그룹의 역할부재로 사업 집행의 어려움이 야기되는 등 추진체계 내 각 그룹 간의 기능과 역할이 불명확한 것도 개선이 필요한 내용으로 제기되었다.
투신쭝은 횃불계획 시행을 통하여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선 횃불계획의 지원 대상인 신주민의 요구 파악도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여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사업 시행 3개월 또는 6개월 뒤에 사업의 주체인 학교, 주요 참여 단체 등의 피드백을 받아 이를 횃불계획 시행에 반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사업 내용과 예산의 변경 및 조정에 대해 융통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며 본 사업을 주도하는 중앙정부와 시행 주체인 지방 정부, 횃불계획의 밑그림을 그린 학자와 전문가 및 현장에서 계획을 실행하는 교사, 강사, 자원봉사자 등 담당자 간에 원활한 교류와 공감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통일되고 표준화된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현장에서 혼선이 야기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사업이 수행되도록 장려할 것을 제안했다.
이주민 갈등 통합, 대만에서 배운다
한국과 대만은 다문화 사회의 형성 배경 및 현황, 현재 직면한 문제 및 정부의 관련 정책 등에서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그러한 점에서 대만 정부가 시행하는 다문화 관련 정책 사례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첫째,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있었다.
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전국신주민횃불계획은 중앙정부가 추진 주체가 되어 전국 단위로 시행되는 사업으로 일회성 혹은 단기적으로 추진되는 행사가 아니다. 대만의 우뚠이(吴敦义) 부총통이 횃불계획의 출범식에서부터 우수 현(縣), 시(市) 시상식까지 두루 참석하며 정책의 중요성 및 정부의 강력한 실행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실제로 우뚠이 부총통은 2013년 횃불계획 우수 현시 시상식에 참가하여 “횃불계획은 예산은 적지만 민간단체와 각 지방정부의 노력과 지원으로 신주민의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신주민들의 근심 걱정을 덜어주는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하여 대만 정부가 과거 결혼이민자 혹은 신주민 관련 정책 및 입법에서 소극적으로 일관하였던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점에서 신주민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신주민횃불계획은 현재의 신주민을 위한 사업임과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이다.
대만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향후 대만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 중 “新臺灣之子(새로운 대만의 미래 세대)”로 불리는 신주민 자녀의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횃불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횃불계획의 시행 대상이 초등학교인 것은 신주민 자녀의 재학 비중이 가장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공교육의 첫 단계인 초등학교에서 어린 시절부터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높여 미래의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셋째, 횃불계획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신주민과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교육뿐 아니라 전교생과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에 중점을 둔다.
전반적으로 횃불계획의 주요 활동은 신주민의 동화와 적응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소통과 교류, 이해와 존중을 목적으로 하며, 일방적 교육이 아닌 신주민과 지역사회 주민 간 교류와 활동 참여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이해하고 편견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넷째, 횃불계획을 위해 매 중점학교마다 전담인력 채용을 필수적으로 명시했다.
그럼으로써 담임교사와 학교 담당자의 관련 행정 업무 과중으로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고 사업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처럼 전국신주민횃불계획은 초등학교라는 공립 교육기관을 기반으로 신주민과 그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일원화하고, 단순한 주입식 교육을 넘어 신주민과 지역민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지역민과 신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더욱이 초등학교라는 공공재의 활용은 인적, 물적 및 공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지역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정책 입안 당시의 좋은 의도와는 달리 구체적으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경비 지출의 경직성, 자원 이용의 중복성, 전문 인력의 부족, 사업 추진 주체 간 소통 부족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였다. 현재 대만 정부는 이민서 내 횃불계획 사이트에 기존의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현장의 질문과 의문점에 대하여 매년 경비 지출, 계획 변경, 사업 보고 등 분야별로 나누어 FAQ(자주 묻는 질문)의 형식으로 대답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현장의 목소리가 사업의 주관 부처인 이민서에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을 의미하며 이는 향후의 정책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여 학교와 지역사회의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기존의 탑다운(topdown)방식의 정책 시행을 통한 사업 내용의 경직성에서 탈피하여 정부가 주도하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지역의 요구사항에 따라 세부적으로 차별화하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횃불계획을 통한 정책 효과는 훨씬 더 상승할 것이라 기대된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미래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 동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에 대한 교육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학교생활 부적응, 문화 차이로 인한 정서적 불안, 늦은 언어 습득으로 인한 성적 부진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여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가정 혹은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가정과 학교 무엇보다 지역 사회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다문화가정의 자녀 교육에 중점을 두고 초등학교를 기반으로 신주민과 지역사회 간에 공존을 모색하는 전국신주민횃불계획 정책은 이제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든 한국의 다문화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