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사회 직업훈련으로
노사 통합 발전 이루다!
“비정규직 확대, 외주 하청 등 저위의 전략(Low Road)으로
경기 침체를 극복하자!”
VS
“노동자 훈련 강화 등 고위의 전략(High Road)으로 노사 상생,
지역경제 성장을 이끈다!”
WRTP, 고위의 전략(High Road)을 구사하다
WRTP에서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 바로 고위의 전략(High Road)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 경제 침체와 지역산업 쇠퇴 속에서 WRTP는 저위의 전략(Low Road)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인 고위의 전략을 선택했다.
여기서 ‘저위의 전략(Low Road)'이란 대공황이나 경기불황 등 경영환경의 악화 때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거나 외주 용역을 확대하는 형태로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WRTP가 선택한 ‘고위의 전략(High Road)'은 충분한 임금을 기반으로 노동자들의 훈련을 강화시킴으로써 유연성 있는 인력 운용을 통해 상생협력의 방식으로 노사가 타개책을 찾아가는
전략을 뜻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업은 경제위기의 극복을 위해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확대, 외주하청 등 저위의 전략을 사용하곤 했는데, 이것은 항상 노사 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대부분의 경우 상황 극복을 위해 저위의 전략을 구사하다가 노사갈등에 휩싸이게 되고, 이로 인하여 오히려 경쟁력 약화와 갈등 비용 발생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더 큰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위스콘신주의 WRTP는 노사정이 상호협력이라는 기제를 기반으로 하여 ‘고위의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그러한 노사 갈등의 고리를 끊고 상생과 미래지향적인 관계 속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WRTP의 활동은 단순히 구직자가 직업소개기관에 원서를 제출하면 기관이 취업을 알선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직업소개기관이 기업의 인력수요조사를 실시한 후 각종 단체로부터 훈련 후보생을 소개받는 방식으로, 전통적 의미의 직업훈련 프로그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정부는 이를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고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노동·취업 정책의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재직자와 구직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위스콘신 노사정 직업훈련 파트너십(WRTP)에서는 생산 현장의 미래수요조사, 산학협력 체제 구축, 신규 노동력의 발굴·훈련·알선사업, 재직자 훈련프로그램, 업종별 숙련기준 마련 등 재직자와 실업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인력에 대한 고용 전 훈련(Pre-employment trainning)은 철저히 사전 조사와 적성평가에 기초해서 실시된다. 전통적인 훈련시스템은 구직자가 직업소개기관에 접수를 하면 기관에서 적성 등에 대한 평가를 한 다음 훈련을 실시하지만, WRTP의 경우 기존 시스템과 정반대로 훈련기관이 먼저 기업의 향후 인력수요에 대한 조사를 한 후 훈련후보생을 모집한다. 그리고 일정한 자격조건을 갖춘 훈련생들은 사실상 특정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 상태에서 그에 합당한 훈련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는 것이다.
위스콘신 노사정 파트너십은 업종·지역별 협의체인 WRTP/BIG STEP을 중심으로 인력투자법에 의한 인력투자위원회와 주정부, 기술대학을 포함한 지역 교육기관 등의 참여로 구성된다.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조가 교육 내용을 선별하면 위스콘신 기술전문대학(MATC)에서 교육강좌를 개설하는 등 노조 역할
“WRTP가 선택한 ‘고위의 전략(High Road)'은 충분한 임금을 기반으로
노동자들의 훈련을 강화시킴으로써 유연성 있는 인력 운용을 통해 상생협력의
방식으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가는 전략을 뜻한다.”
이 매우 크다. 일례로 지역 내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은 필요한 기술 분야와 새로 도입될 기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노조에 충분히 설명하고 기술 재교육을 받고자 하는 직원 임금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 준다.
WRTP의 구직자 대상 프로그램들
WRTP는 지역 내 금속사업체를 대상으로 1일 4시간씩 16주의 ‘특별기술교육 강좌’를 개최하고 병원 전산화 담당자를 대상으로 모듈화 된 교육과정을 실시했다.
위스콘신주 소크카운티 고용센터에서는 구조화된 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취업 이외에 가족과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경력과 직장생활을 동일시하는 협의의 관점에서 벗어나, 일과 가정을 병행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훈련을 일상화함으로써 전직이나 실직의 경우에도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을 길러 준다.
또 위스콘신주 소크 카운티 고용센터에서 실제 구직자를 대상으로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종류에 있어 단기적이고 단순한 실적 위주의 취업지원이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 직무역량의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위스콘신 데인 카운티의 경우 구직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적성검사, 실전 면접기술, 창업방법 등 카페테리아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문상담사를 배치하여 구직자들을 위해 경력 계획과 문제 해결, 효과적인 직업검색 등에 대해 개인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WRTP의 경우 기존 시스템과 정반대로 훈련기관이 먼저 기업의 향후
인력수요에 대한 조사를 한 후 훈련후보생을 모집한다. 그리고 자격조건을
갖춘 훈련생들은 특정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 상태에서 그에 합당한
훈련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고용률 증가, 지역 산업 발전!
현재까지 WRTP는 지표상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우선 1989년 위스콘신주의 취업자는 224만 명에서 2000년 283만 명으로 60만 개의 일자리 창출(매년 2.2% 증가)했는데, 이는 동일 기간 위스콘신 주변의 일리노이, 미시간, 아이오와 등의 평균 1.4~1.9%보다 높게 나타났다. 2003년 16세 이상 65세 이하의 생산가능인구 가운데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이 72.9%로 미국 전체의 66.2%보다 높고 2009년 1월 위스콘신주의 실업률도 5.6%로 전국평균(6.7%)에 비해 낮았다. 2003년 소득 분포상 중간치의 40% 이하인 가구비율을 뜻하는 상대 빈곤률이 9.2%로 미국 평균 12.3%보다 훨씬 낮다.
WRTP는 1992년 이래 4천 명 이상의 밀워키 주민을 가계 지원 일자리로 배치하여 연 평균 수입을 첫해에 165% 수준으로 올렸고, 근로자들의 12개월 근속률은 70%가 넘었다.
2006년에 알선된 473건의 일자리(연 평균 시간당 임금 14.82 달러, 수당 별도) 중 흑인이 61%, 라틴계가 9%를 차지했다. 현재 WRTP는 제조, 건설, 의료·보건 및 기타 산업 등 12개 부문에 대한 직업훈련을 활성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건설 산업이 WRTP의 핵심 업종으로 부상함에 따라 WRTP/BIG STEP(Building Industry Group Skilled Trades Employment)과 그 산하기관으로 Center for Excellence를 구축하여 건설, 제조 및 기타 산업에 대한 기술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 Center for Excellence가 개관했던 2005년부터 이듬해까지 평균 임금 15달러의 773명의 기술직 배치에 성공했으며, 건설업종 근로자의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조치 등을 통해 전체 건설업종 근로자의 24.3%가 여성, 흑인 및 라틴계 인종 등으로 구성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노사 파트너십으로 고용 안정 이루다
WRTP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기부터 숙련인력 개발을 위한 High Road Model의 제도적 인프라 제공을 통해 노사 파트너십을 구축한 데 있
“WRTP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기부터 숙련인력 개발을 위한
High Road Model에 따라 수준 높은 훈련과 기업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사 파트너십을 형성한 데 있다.”
다. 제조업 전반의 기업 행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명확한 목표하에 수준 높은 훈련 및 숙련기술 투자와 기업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근로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등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사 파트너십을 형성한 것이다.
또한 노사정 주체들의 위기인식 공유와 지역 내 업종별 접근방식 역시 모델의 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파악된다. 1996년 미국노총(AFL-CIO)은 “실업자와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훈련 체제와 취업지원 제도로서 위스콘신의 성공한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라고 결정했다. 노동계는 숙련 향상이 임금 인상 및 고용 안정에 기여하고, 기업은 기업
활동을 위해 숙련 노동력이 필요하며, 정부는 노사 파트너십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가 파트너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WRTP는 1992년부터 경제 위기 극복, 지역경기 침체 등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최근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위스콘신 지역경제는 소비자 지출 감소, 수출 둔화 및 신용 경색의 발생으로 총체적 불황 상태에 빠졌을 때도 WRTP는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특히 극심한 경제 불황을 맞이하여 활동의 초점을 불리한 조건의 근로자 및 구직자 지원에서 해직근로자 지원으로 변경하는 등 탄력적 운영을 해 나갔다.
여전히 대내외 경제 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해결해야 할 많은 당면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도 WRTP는 노사상생 협력을 기반으로 제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노사 갈등 통합, 미국에서 배운다
미국의 WRTP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상당히 유용한 형태의 노사정 협의체라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 위스콘신주에서 노동계가 현장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것이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도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다수 제조업체는 저임금에 기반을 둔 가격경쟁 전략(Low Road)을 채택하여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쇠퇴를 초래함으로써 1980년대 미국이 겪었던 제조업 공동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WRTP와 같은 지역 노사정 협의체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정부와 고용주 및 노동계의 신뢰 회복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의 WRTP 사례를 보면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 지역파트너십 모델이 지역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역 노동계와 고용주가 협의체를 구성할 때 충분한 행·재정적 지원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둘째, 지역파트너십 모델의 초기 단계에서는 공공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공공부문의 역할은 축소되어야 하며 민간이 주도하여야 한다. 또한, 노사 간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교육기관, 모기업과 하청기업,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등 다양한 주체들 간의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