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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갈등해결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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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원칙을 지켜야 대화가 풀린다! (국민대통합위원회)
  • 등록일
    2017.04.05 17:19:33
  • 내용
    원칙을 지켜야 대화가 풀린다! 국민대통합위원회 | 경북 울진군 신화1리 집단이주 갈등조정갈등 
     

    원자력발전소(운영 6기, 신규 건설 4기)와 4개의 변전소, 그리고 11기의 송전탑에 둘러싸인 신화1리 주민들은 한전과 한수원에 “집단 이주 지원!”을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당사자 간 협의가 난항에 부딪침에 따라 한전·한수원 등 관계기관에서는 국민대통합위원회에 갈등조정 지원을 요청하였다. 12차례의 갈등조정회의를 진행한 끝에 갈등당사자들이 만족하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송전탑, 살인도로에 파묻혀 살라고?

      “집단 이주를 지원하라! 집단 이주 지원!”
      2013년 4월 신화1리 마을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에 위치한 신화1리는 4곳의 변전소와 11기의 송전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1km 떨어진 곳에는 원자력발전소 6기(한울원전단지)가 가동 중이었고, 바로 그 옆에 4기(신한울원전단지)까지 새로 건설 중이었다. 또한 마을을 가로질러 원전으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마을 주민들이 살인도로라 부를 정도로 불안감이 팽배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송전탑이 내는 소음 때문에 귀가 잘 안 들리고, 전자파 때문인지 손발도 저려! 우리 마을에 암 환자가 많은 것도 송전탑 때문이 틀림없다.”
      “도로는 또 어떻고? 갈수록 교통사고가 늘어가잖아. 마을 앞 도로에 공사용 차량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이러다가는 마을 사람들 다 죽게 생겼어!”
      마을 사람들의 불만이 새삼스럽게 표출된 것은 당시 신한울 1,2호기 관련 송전탑 건설 시 마을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탓도 있었다. 또한 밀양 송전탑 사례를 보면서 권리 주장을 해야 정부에서도 귀를 기울이고 보상도 커지더라는 인식이 점차 마을 주민들 사이에 확대되고 있던 영향이기도 했다. 그래서 급기야 ‘신화리 생존권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에서는 현수막을 내어 걸고 행동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생존권대책위원회 현수막

      그해 4월 1일 주민대책위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태백전력소에 “전자파와 송전탑 소음 해소방안을 내놓아 달라!”고 요구하며 민원을 제기했고, 4월 20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울진 원자력발전소로 인한 동민들의 애로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이 계속해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자 산업자원부, 한전, 한수원, 울진군 등 이해 관계기관들은 ‘5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여 대화를 시도했다. 주민들은 강경하게 집단 이주를 요구했는데, 한전·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관계기관 측에서는 법적 근거의 부재를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과 대화 중인 실무협의체 관계자들

      “신화1리는 원전에서 1km 정도 떨어진 주변지역으로서 「전원개발촉진법」등 관련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주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집단 요주 이구는 수용 불가합니다.”
    9개월 동안 10회에 걸쳐 5자협의체 회의가 진행되었지만, “집단 이주”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집단 이주 수용 불가“를 주장하는 한전 등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5자협의체는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대통합위원회, 조정에 나서다

      “당사자끼리 접점을 찾기가 어려우니 제3자 기관인 국민대통합위원회에 갈등조정을 신청합시다. 국민대통합위원회는 2014년 6월부터 ‘공공기관 갈등관리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전, 한수원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마을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같은 공공기관이라도 한전, 한수원과 같은 당사자는 아니니 그래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지원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에 2014년 한전·한수원 등은 국민대통합위원회에 갈등조정 지원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업무를 맡았던 국민대통합위원회 박재근 사무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갈등 해결을 위해 제3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갈등조정과 중재가 그런 경우인데, 조정은 중재와 달리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끼리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을 합니다. 갈등조정자는 대화의 판을 짜는 것은 물론 대안을 찾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킴으로써 공동의 대안 창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습니다.”
      신화1리 집단이주 갈등조정에 나선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우선 본격적인 조정에 앞서 조정팀을 구성했는데, 조정팀에는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전문위원, 단국대 교수, 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 등 민간 갈등 전문가들이 투입되었다. 조정팀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정과정 설명회를 가진 후 본격적인 이해관계인 면담을 시작했다. 양측의 공통점과 차이점, 요구 사항, 갈등의 쟁점, 합의를 위해 필요한 전제 등을 파악하고, 갈등조정회의의 목적과 범위, 주요 의제 등을 설정해서 공유해 나갔다. 이러한 사전 준비를 거쳐 2014년 8월 1차 갈등조정회의를 개최했다. 주어진 시간은 그해 11월 21일까지 단 3개월!
     
    갈등조정회의 현장  갈등조정회의 현장2
     
      “3개월은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기에는 촉박한 시간이었지만 주민 입장에서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있었기에 3개월이라는 시한을 전제로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회의 이름은 ‘신화리 현안(집단이주 포함) 갈등조정회의‘로 정했죠.”
     
    갈등조정회의 참석자 단체사진

      이렇게 시작한 갈등조정회의는 총 12차례에 걸쳐 열렸다. 때론 격앙된 가운데 회의가 중단될 위기도 있었다. 그럴 때면 조정자는 잠시 회의 진행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회의에는 복수의 조정자들이 참여했는데 그룹별로 담당을 정해 격앙될 때마다 그룹별 ‘개별회의’를 시도하면서 정확한 상황 판단을 돕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체크해 주면서 이성적인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진통을 거쳐 2014년 11월 21일, 처음에 예정한 시한의 마지막인 그날 갈등조정회의에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합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우선 집단 이주는 당장 가능한 것이 아니었는데 현행 법 상 개선점이 있는지를 진단하고 필요 시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가 노력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주민 안전 확보를 위해 과속방지용 CCTV를 설치하고, 한수원은 마을 관통 도로에서 공사용 차량들이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지침을 내기기로 했습니다. 또한 신한울원전 3, 4호기 추진 시 우회도로를 우선적으로 건설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 외에도 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약속했는데, 예를 들면 송전탑 신설 시 주민과의 충분히 협의, 송전탑 소음 저감대책 마련, 건강검진 확대 실시, 정기적 안전교육 실시 등을 합의했습니다.”
      그밖에도 소득 증대 및 주거 환경 개선 방안 등 주민들이 우려하던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들을 마련했다.


    원칙에 철저한 조정이 강하다

      ‘갈등조정’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중립성, 자발성, 비밀 엄수이다. 신화리 갈등조정 과정은 바로 그러한 원칙이 잘 지켜졌기에 원만한 조정을 거쳐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박재근 사무관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선 중립성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당사자가 아니고 한전·한수원과는 별개의 중립기관인 만큼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죠. 또 주민들은 보상 및 지원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한전·한수원은 문제 소지 없이 갈등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동기가 있었기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또 당사자들과의 면담, 대화 등은 절대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그래야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신화리 갈등조정에 있어 다른 사례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주민들의 요구를 좀 더 깊이 이해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표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집단 이주”였지만 집단 이주만을 고집해서는 합의 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정팀은 단순히 집단 이주가 아닌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주목한 것이다.
      “우린 집성촌이야. 여기 주민들은 700년 넘게 대를 이어 살고 있는데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버리고 가긴 어딜 가? 우린 할 수만 있다면 여기서 계속 살고 싶지. 그런데 소득은 점점 줄고, 전자파 걱정은 늘어만 가고, 교통사고는 계속 생기고, 어떻게 살겠어? 이런 고충을 해결하고 싶은 거야.”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집단 이주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이라는 점을 간파한 조정팀은 보다 효과적인 갈등조정을 이끌어 갈 수 있었고, 그 결과 집단 이주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한전·한수원도 더 나은 삶의 질을 소망하는 주민들의 실익도 충족시킬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단순히 보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주민의 속내와 실제적인 관심이 무엇인지 파악함으로써 합리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립적 제3자를 통한 합의 지향적 논의 진행과 대안 모색, 그리고 원칙에 입각한 조정, 주민들의 표면적 요구와 실질적 바람의 괴리를 간파한 접근 등이 이번 갈등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대표단 구성에 있어서도 마을에서 신뢰받는 주민 대표와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대표들이 참여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죠.”
      신화1리 집단이주 갈등조정은 중립적 제3자의 갈등조정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유의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원전 관련 갈등이 다양한 양태로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 관련 갈등을 조정으로 원만하게 풀어낸 것으로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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