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에서는 북안산 변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그 후보지로서 안산시 양상동(1통)을 선정하였다. 그러나 해당 지역 마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변전소 건설은 8년 동안이나 답보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한국전력공사에서는 제3자를 통한 중립적 갈등 해결을 위해 갈등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들과의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다. 주민들과 합동으로 새로운 후보지를 검토하여 함께 최종 부지를 선정함으로써 북안산 변전소 건설이 원할이 추진될 수 있었다.
반대에 부딪친 전력 공급
“예비군 훈련장, 공원묘원, 소년분류심사원이 이미 들어와 있는데, 변전소까지 우리 마을에 짓겠다고? 우리 지역에다 혐오시설 다 갖다 놓을 참인가?”
2007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북안산변전소 건설계획을 확정한 후 그 입지로서 경기도 안산시 양상동(1통)을 선정하자 마을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미 비선호 시설이 많이 있는데 변전소까지 들어서게 되는 것인 만큼 반발도 거셌고, 이제껏 비선호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항의해 온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던 터라 주민들의 반대는 상당히 조직적이었다.
한전에서는 적법한 절차로 입지를 선정한 공익사업이니 양해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주민들은 날마다 외쳤다.
“변전소 건설은 절대 반대!”
같은 시기 안산시에서는 해당 지역에 추모공원 건설을 계획한 데다, 한전의 변전소에 대해서는 주민의 집단 민원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반려하였다. 한전은 안산시와의 법적 다툼을 통해 어렵게 건축 허가를 승인받고, 변전소 건설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모두 갖춘 상태였다. 그러나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지는 않기로 했다. 한전 임태영 차장은 이렇게 말한다.
“밀양송전탑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또 당시 안산시의 큰 아픔이었던 세월호 사고에 대한 감안, 이미 다수의 비선호시설이 들어서 있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민의 의견을 수용해서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기로 방향을 정한 것입니다.”
2014년 7월 한전은 주민과의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주민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한 변전소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센터 갈등관리전문가들과 함께 갈등조정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도 대화에 응해 달라고 촉구했다.
“투쟁과 반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대화는 관계가 악화되고 나면 못하니까 먼저 대화부터 하십시다. 주민과 한전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한 조정회의인 만큼 참여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중립적 제3자와 함께 갈등을 조정해 가는 갈등조정협의체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조정을 통한 신뢰 주민과의 TF팀
제1차 갈등조정협의체는 일방적으로 주민들의 성토와 원성에 한전 측이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하는 자리였다.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던 한전이었다. 양 당사자의 대표단을 비슷한 숫자의 인원으로 구성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한전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당시 주민 대표를 한전 측 사람들보다 두 배가 넘는 인원으로 구성하였으며, 또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점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했다는 점이다.
“과연 만장일치를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을까 우려스러웠지만 갈등조정팀의 제안에 따라 만장일치로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농사 일이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려 저녁 시간에 주로 회의를 열었는데, 한번 회의를 시작하면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죠.”
임태영 차장의 말처럼 일과를 끝낸 후 자정이 넘도록 이어지는 갈등조정협의체는 7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주민들이 다른 부지로 변경을 요구하는 순간이었다. 주민들은 변전소가 필요한 것은 인정하겠지만 왜 그게 하필 우리 마을의 그 위치에 세워져야 하느냐고 항의했다. 그리고 양상1통내에서 다른 부지를 선정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임태영 차장은 이렇게 기억한다.
“이미 한전에서는 부지를 매입해 놓은 상태였죠. 다른 부지를 찾는다면 부지 매입에 들어간 비용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회의장에서 본사로 전화를 걸어 전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그날 회의에서 새로운 후보지를 찾아보는 쪽으로 의논이 되었습니다.”
한전 측에서는 주민과 함께 변전소 후보지 선정 TF팀을 구성하고 주민들과 함께 의논하고 후보지까지 직접 답사를 하고 다녔다. 그렇게 3개의 대안을 검토하여 주민이 선호하는 순으로 후보지를 재검토하여 최적의 부지로 변전소의 입지를 결정할 수 있었고, 7차 갈등조정협의체에서 최종 합의함으로써 ‘변전소 최종부지 공동 선정 및 자율적 최종 합의’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신뢰가 쌓이면 합의는 저절로
“공식적인 회의는 7차례였지만 한전 직원들이 주민들을 찾아가 대화와 소통을 나눈 것은 수백 회 이상”이라고 임태영 차장은 말한다. 주민의 새로운 제안들이 있으면 묵살하지 않고 주민과 TF팀을 구성해서 직접 행정기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한전 내부 자료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 중립적 기관의 자료나 인터넷 등에 공개된 자료 등을 주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정리하여 제시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전 내부의 자료는 한전의 입장을 유리하게 하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으시니까요. 주민들이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이해하기 쉽게 눈높이에 맞춰서 제공해 드렸죠. 전력수급현황과 변전소 건설 필요성, 인구증·감소와 전기사용 증가추이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가 수반되야 변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이해도 생기니까요. 그런 과정을 통해 소통이 더 원활해질 수 있었습니다.”
임태영 차장의 설명처럼 크고 작은 여러 노력과 소통이 점점 쌓이면서 신뢰를 만들고 합의안 도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2015년 11월 한전은 안산시, 양상동 주민 간 상생(相生)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상생협약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민들은 변전소 건설 반대를 자발적으로 철회하고 향후 사업 추진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 또한 한전은 주민 안전 및 주민 편의 공사를 시행할 것을 약속하며 주민숙원사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지역 발전에 기여하기로 한다.”
이로써 8년에 걸쳐 주민들의 반대로 지연되었던 154kV 북안산변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오랜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원활한 사업추진을 진행할 수 있었다.
주민, 한전 합동의 최종부지 선정, 중립적 제3자를 통한 효율적인 조정으로 일궈낸 윈윈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