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를 20여 년 동안 이용해 온 서울시와 경기도는 매립기한인 2016년이 가까워짐에 따라 매립기한 연장을 놓고 인천시와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과거 서울시가 매립지 매각 대금을 서울시의 세입으로 잡은 것과 관련하여 인천시가 항의하면서 매립기한 연장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환경부가 중재에 나서 4자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자체들이 한 보씩 양보함으로써 매립기한 연장과 그를 위한 지원책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도대체 쓰레기를 어디다 매립하나?
“쓰레기 매립 기한을 연장해 주십시오!”
이것은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서울시와 경기도가 인천광역시에게 줄기차게 던진 요구이다. 같은 지방자치단체끼리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듯도 한데 인천시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요청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갈등의 발단은 198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서울시와 경기도의 쓰레기 매립은 난지매립지(현재의 난지공원 일대)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난지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수도권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위해 김포지구(현재 인천시 관할)에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서울시, 환경부, 인천시가 쓰레기 매립에 대해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 수도권매립지는 경기도 김포시 관할, 향후 행정구역 조정으로 인천시 편입)
“서울시와 환경부는 매립면허 공동소유권을 가지며, 수도권매립지 매립면허권 양도를 위해 450억 원의 보상비를 지급하고, 매립기한 완료 후에는 토지를 지분에 따라 분할하기로 한다.” (※환경부와 서울시는 당시 김포지구 간척사업을 진행중인 사업자로부터 450억원에 매립면허권을 양도받음)
문제는 ‘기한’이었다. 협약체결 당시 폐기물 반입량을 고려할 때 수도권매립지는 2016년이면 매립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과 분리수거의 정착으로 폐기물 매립량은 감소하였고, 수도권매립지는 당초 사용예정 기간인 2016년이 다가왔지만 아직도 절반이상의 부지에 매립이 가능했다. 부지는 남아있었으나, 매립기한은 여전히 2016년까지였다. 서울시과 경기도가 제1매립장 매립을 완료(2000.10.)하고, 이후로 제2매립장을 이용 중인 가운데 2016년이 다가왔다. 다가오는 기한보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에서 인천시 수도권매립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매립지가 없다면 쏟아지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단 하루도 미룰 수가 없는 일이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매립기한 연장을 요청하는데도 인천시는 긍정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 것이었다. 인천시의 연장사용 승인이 있어야 추가 매립이 가능한데 말이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인천시와 매립 연장에 관한 논의를 2010년부터 시도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논의 자리는 그저 서로의 이해관계만을 확인하는 자리일 뿐이었다. 사실 인천시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환경부 김유란 사무관은 3개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땅문서격인 ‘매립면허 공동소유권’을 서울시와 환경부가 갖고 있었는데요. 서울시가 수도권매립지 일부를 경기도 경인아라뱃길 편입 부지로 매각하고는 그 매각대금 1,5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을 서울시 세입으로 처리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인천시가 항의를 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생겼던 것입니다.”
인천시가 “아무리 법적 지분이 서울시에 있다고 하더라도 쓰레기 매립지가 인천에 위치해 있고 쓰레기매립으로 인한 환경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들이 입고 있으니, 매립지 매각대금을 인천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울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던 것이다. 2016년이 다가옴에 따라 갈등의 불씨가 쓰레기 매립기한 연장 문제로 옮겨 붙었다. 서울시가 매립지를 이용해서 혼자서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해 감정이 상한 인천시가 서울시의 매립기한 연장 신청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지자체 간 갈등 중재가 필요해
어마어마한 분량의 쓰레기를 매립할 데가 없는 서울시와 경기도는 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 외에는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매립기한 종료시점이 임박하자 더 적극적으로 인천시와의 협상에 나섰다. 연장 사용에 대해 보상할 테니 매립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인천시의 양해를 구한 것이다. 이에 대한 인천시의 입장은 만만치가 않았다.
“매립기한 연장은 불가능합니다. 또 연장 여부와 상관없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폐기물 매립으로 인해 인천시가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하십시오.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등 사회기반시설로 인해 우리 인천시민들은 악취, 미세먼지, 소음 등 많은 불편을 감내하며 살아왔습니다. 수도권매립에 대한 피해까지 볼 수는 없습니다. 이제 타 지역에서 인천시에 양보하고, 그동안의 피해에 대해 보상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당사자들끼리 풀기가 어려워지자 환경부가 지자체간 갈등을 중재하고자 나섰다.
“지자체들끼리 이렇게 감정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당면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를 해 보십시다. 당사자들끼리 툭 터놓고 대화하면서 대안을 마련해 보자는 말입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쓰레기 매립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고, 인천시는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환경부는 중재를 하되 당사자 간 직접 대화를 원칙으로 하여 갈등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환경부 주관으로 여러 회의들을 진행했다. 우선 2013년 5월에 2010년 이후 중단된 관계기관 국장급 회의를 재개하였다. 2014년 8월에는 관계기관 부단체장급 회의를 개최하였고, 2014년 12월 4자협의체(단체장급) 및 실무단(국장급)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4자협의체가 구성됨에 따라 지자체 간 협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양보와 타협으로 쓰레기 대란 막다
2015년 1월 드디어 4자협의체에서는 ‘수도권매립지 정책 개선 합의문’을 발표하고, 그해 6월에는 1월에 발표했던 합의문의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한 후 ‘수도권매립지 정책 최종 합의서’를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 4자협의체는 쓰레기 매립의 대안이 없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현실에 인식을 같이하고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을 제3-1매립장 103만㎡에 대해 연장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또한 선제적 조치로서 서울시와 환경부가 매립면허 공동소유권을 인천시에 양도하고(※부지별 양도시기 상이, 즉시라는 표현 삭제 필요), 인천시민의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인천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협력하는 한편, 반입수수료 가산금과 부지매각대금 등의 수익금을 인천시에 지원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로써 쓰레기 매립을 둘러싼 지자체들 간의 갈등이 종결될 수 있었다. 매립기한 종료를 몇 개월 남겨 놓은 시점에서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김유란 사무관은 이렇게 말했다.
“환경부의 중재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하여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천시에서 자체적으로 시민협의체를 운영하여 시민 의견을 수렴한 것을 4자협의체와 연계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해당 지자체 간의 양보와 타협이 이번 쓰레기 대란을 막은 가장 큰 힘이었죠.”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대체 매립지 확보 및 친환경적인 매립지 사용에도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양보와 타협으로 쓰레기 대란을 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자체 간의 상생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