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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갈등해결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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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밀고 당기며 강온 전략 펼치다! (국립축산과학원)
  • 등록일
    2017.04.05 15:03:09
  • 내용
    밀고 당기며 강온 전략 펼치다! 국립축산과학원 | 가금연구소 이전에 따른 집단 민원 대응갈등

     

    2014년 3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사태를 계기로 가금연구소 이전이 정부 방침으로 결정됨에 따라 국립축산과학원은 이전 지역 주민들과의 힘겨운 대화와 갈등 조정에 돌입했다. 주민들의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된 원망과 성토, 무리한 요구 속에서 수차례 협상이 결렬되는 등 위기가 이어졌지만 국립축산과학원은 지속적인 이해와 설득, 상생 협상안 제시, 강온 (強穩) 양면 전략을 펼친 끝에 원만하게 가금연구소 이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가금유전자원 살처분 후 가금연구소는 어디로?

      “가금연구소를 이전하라!”
      2014년 3월 국립축산과학원의 가금연구소(전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를 철새도래지 이외의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장관 지시가 떨어졌다. 그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모든 닭과 오리를 살처분 하는 아픔을 겪은 국립축산과학원에게 남은 또 하나의 과제였다. 소중한 국가 유전자원의 보존을 위해 가금연구소를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문제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금연구소를 시설이 허술한 양계장과 똑같은 혐오 또는 환경 훼손 시설로 오해하는 통념이 만연한 가운데 가금연구소가 들어서는 것을 환영해 줄 만한 지역은 없을 테니 말이다.
      처음 주목한 지역은 강원도 평창군의 차항리였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가금연구소 시설계획과 주민들을 위한 마을개발계획이라는 양면의 카드를 들고 주민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주민들은 어떤 설명도 듣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갈등만 깊어질 뿐이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주민과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또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소개를 받아 (사)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에 갈등영향분석을 의뢰하는 등 갈등 조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주민 반대가 쉽게 잦아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차에 엉뚱한 곳에서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가금연구소 이전 계획 및 갈등 조정의 전 과정에 관여한 가금연구소의 문홍길(농학박사) 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가금류연구단지조성반대 현수막1  가금류연구단지조성반대 현수막2

      “차항리 부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 결과 그곳 지형이 가금연구소를 짓기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절토 및 성토 면적이 과다하게 생기고 경관 훼손이 우려되는 등의 이유였죠. 주민 반대에 부딪쳐 있기도 했지만 부지가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차항리로의 이전은 전면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민설명회 현장

      그렇다면 차항리가 아닌 어디로 갈 것인가. 국립축산과학원의 가금연구소는 또다시 그 갈 곳을 찾아 나섰다. 국립축산과학원이 두 번째 주목한 지역은 바로 같은 평창군의 횡계리였다. 차항리에서 한번 좌절된 가금연구소 이전이었기에 횡계리로 가는 국립축산과학원의 발걸음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가금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가 가금연구기관으로서 가금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어딘가에는 세워져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


    수차례 결렬되는 협상안들

      2015년 5월 국립축산과학원은 횡계리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첫 만남은 주민들의 성토로 일관된 자리였다. 국립축산과학원 측에서도 각오한 바였고, 오히려 주민들의 우려와 오해가 있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도 인간적인 입장에서 이해하면서 주민들의 성토를 달게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의 반대는 완강했다. 주민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우리를 무슨 핫바지로 보는가. 차항리 사람들은 괜히 반대를 했겠어? 가금연구소 들어서는 게 마을에 득이 되는 일이면 왜 반대를 했겠어? 차항리 사람들도 거부한 것을 우리가 왜 받아들여? 우리를 만만히 보지 말라고!”
      차항리 안이 무산된 것은 주민 반대 때문이 아니라 환경 부적합 판정 때문이었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가금연구소는 최첨단 시설이라서 오염이나 환경 훼손 우려가 없음을 설명하고, 가금연구소 이전을 계기로 마을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개발계획안들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금연구소 짓고 싶으면 마을발전기금을 내놓으시오!”
      일부 주민의 요구였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제안이었다. 결국은 이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불과했다. 그렇게 2015, 2016년에 걸친 지루하고도 치열한 갈등 조정이 서막을 열고 있었다. 국립축산과학원 측에서는 계속해서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대화를 시도했다. 체육대회와 같은 마을 행사가 있으면 가서 인사도 드리고 선물도 드리고, 마을의 주요 인사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주민들의 마음을 먼저 열고자 했던 것이다. 직접 발품을 팔고 뛰어다녔던 문홍길 소장은 이렇게 회상한다.
      “저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두 가지를 이해시키려고 했습니다. 한 가지는 가금연구소는 시설이 허술한 양계장이 아니라 최첨단시설이므로 환경오염, 악취 등의 우려는 전혀 없다는 것, 또 한 가지는 마을 주민들을 위한 마을개발계획이었죠. 그러나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해와 불신 등이 팽배해 있었으니까요.”
      결국 2015년 11월 10일 30여명의 주민들이 평창군청에 집단 민원을 접수했다.
     
    주민간담회 현장1  주민간담회 현장2

      국립축산과학원 측 사람들은 며칠 후 지역 주요 인사를 찾아가서 면담을 했다. 주민들은 처음으로 국립축산과학원 측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사실 봄부터 시작된 숱한 설명회, 면담,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개인적인 친분이 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문홍길 소장은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진심을 전했다.
      “형님 한번 믿어주세요. 가금연구소는 최첨단 연구시설이라 환경오염 전혀 없습니다. 또 마을 주민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개발계획도 성실히 이행하겠습니다. 한번 믿어 주세요.”
      그 날 이후 구체적인 협상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협상안은 주민들로부터 나왔다. 그 지역에 소재한 농촌진흥청의 한우연구소 땅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였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땅을 주민들이 사용하도록 임대해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연히 1차 협상안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협상안은 우연히 풍력을 개발하는 기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회사는 한우연구소 사료포장에 풍력발전기 4~5기 설치를 위한 국유재산 유상사용 허가를 해주는 조건으로 마을발전기금을 내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마을 주민들로서도 나쁜 조건이 아니었기에 회사와 마을 주민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국립축산과학원이 수용하기 곤란한 문구를 합의서에 넣으려고 주장하는 바람에 2차 협상 또한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2번의 협상 결렬로 상황이 치닫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미 2016년 3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겨울 한파도 지나고 땅이 녹아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는데, 협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주민들도 지치고 국립축산과학원도 지쳤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밀고 당기는 막판 협상

      “이제 가금연구소는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공사는 불법적인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성심성의껏 마을 주민들을 위한 협상안을 수차례 제시했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 결단을 하십시오. 이 협상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안 받아들이신다고 해도 공사는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게 마을에 이득이 되는지 잘 판단해 보십시오!”
      최후통첩이었다. 2016년 내로 완공하여 이전을 하지 못하면 예산 자체가 불용 처리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국립축산과학원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강온 양면 전략의 한쪽인 ‘강’을 들이민 것이다. 이미 협상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있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인 신뢰와 친분이 가장 큰 밑거름이었고, 마을주민들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 또 다른 밑거름이었다.
      “사실, 무작정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기보다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마을개발계획을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협상이 결렬되니 더 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는 시점에 다다랐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의 불가피성과 협상안 미수용 시 마을의 득실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을 촉구한 것입니다.”
      마침내 2016년 4월 주민 측이 국립축산과학원의 협상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오랜 갈등은 막을 내렸다. 국립축산과학원 측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마을개발계획 중 마을 주민들이 주목한 것은 ‘가금연구소 계란을 활용한 마을 소득사업’이었다. 이제 횡계리 주민들은 반영구적으로 가금연구소에서 생산하는 계란을 활용하여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종합연구동
    종합연구동
    계사
    계사
    오리사
    오리사
                                       

    국립축산과학원은 계란뿐만 아니라 포장지 디자인, 유통업자 섭외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요즘 주민들은 계란을 활용한 마을 수익사업에 흥이 나 있다. 마을 어른들은 문홍길 소장에게 “박사님. 연구소에 닭을 좀 더 키웠으면 좋겠소. 그래야 계란을 더 많이 팔지!”하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원만한 관계가 가금연구소만큼 견고하게 세워졌다.
      모든 갈등을 추억의 장으로 넘기며 마을 주민들의 환영과 응원 속에서 2016년 12월 평창군에 들어선 가금연구소. 가금연구소도 좋고 주민도 좋은, 상생의 터전이 평창을 더욱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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