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경기도 부천시는 2012년 9월 현실적인 노점 관리 방안으로서 ‘노점잠정허용구역제(이하 허가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점상들은 이를 노점상 말살정책이라 인식하고 대대적인 반대 투쟁에 나섰다. 부천시는 200회가 넘는 노점실무협의회, 찾아가는 면담, 전담 부서 설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대화에 노력한 결과 전국 최초로 지자체·노점상 공동 협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강제 단속은 한계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노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시민들은 “노점이 너무 많아서 걷기가 불편할 정도”라며 불만을 표출했고, 상가상인들은 “불법 노점이 판을 쳐서 장사가 안 된다.”며 시 당국에 해결을 촉구했다. 심지어 인터넷 ‘시장에게 바란다’를 통해 접수된 민원 가운데 노점에 대한 민원이 10%에 이를 정도였다. 단일 민원으로서는 상당한 비중이었다. 그러나 노점상들의 입장은 또 달랐다.
“우리도 부천시민인데 쫓아내면 어디 가서 먹고 살라고! 단속 말고 대안을 제시하세요, 대안을!”
사실 부천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가로환경을 저해하는 노점상에 대해 수년 동안 규제와 단속 일변도의 정책을 펼쳐 왔다.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만도 총 4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단속에 나섰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단속으로 인해 노점상이 조직화, 강성화되고 전국적인 노조단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시로서는 더 많은 인력 및 예산을 쏟아 붓고도 지역사회 갈등만 심화시킨 꼴이었다.
“노점 단속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05년에는 부천에 있는 노점상을 강제로 다 철거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단속 기간에는 반짝하는 효과가 있다가도 얼마 못 가서 다시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곤 했습니다.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노점 담당자인 박동정 과장의 설명처럼 부천시는 강제 단속의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강제 단속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이에 부천시에서는 그간의 경험을 거울삼아, 일시에 철거하는 식의 비현실적 방법보다는 현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방안으로 노점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서 부천시가 찾은 방안이 바로 단속 위주에서 관리 위주의 노점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부천시는 상가상인, 노점상, 시민이 모두 상생하기 위한 노점양성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노점잠정허용구역제(이하 허가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2012년 9월 드디어 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200회가 넘는 실무협의회
“허가제는 노점 양성정책이 아니라 말살정책이다! 노점양성화 정책 반대! 허가제 반대!”
노점상들이 부천시의 허가제 발표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사실 노점양성화 정책은 그동안 노점상들이 요구해 오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2007년부터 서울시 및 울산시 등에서 실시한 노점 특화거리의 뒷골목 이전 및 수익 저하에 따른 고사 등을 보면서 부천시 노점상들 사이에는 허가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던 탓이었다. 노점상들은 거리 행진,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연일 반대 집회를 했다. 관련 조례 제정 반대 투쟁, 단식 농성까지 이어졌다. 담당팀장이었던 박동정 사무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시에서는 우선 노점상들과의 신뢰 회복과 그분들의 오해를 풀어 드리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시·노점단체로 구성된 ‘노점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간담회, 설명회, 개별면담 등을 통해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여 말씀 드리고 또 경청해 나갔습니다.”
시는 노점상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경청했다. 그리고 시가 새로이 도입하려는 허가제가 다른 일부 지자체의 경우처럼 노점상을 말살하려는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음을 설득해 나갔다.
“노점을 말살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업형 노점을 가려서 퇴출하고 생계형 노점만을 양성하려는 것입니다. 기업형 노점은 사실 대부분 외지 사람들 아닙니까? 생계형 노점상들께서 우리 부천시민이잖아요.”
처음에 진통을 겪긴 했지만 조금씩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상생방안으로서 허가제 정책의 ‘시행기준 및 자격기준’을 노점상들과 협의를 했다. 생계형 노점은 배려하고 기업형 노점을 퇴출시키기 위해 ‘실명허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자격요건을 마련, 기존 노점에서 1년 이상, 관내 거주 1년 이상, 재산 규모 2억 원 이하의 노점에게만 허가를 내 주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이 바로 적용되면 노점상들의 저항과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에 최초 3년간은 자격조건 심사를 유예하였다가 3년 후 자격심사를 통하여 연장 또는 퇴출을 결정해 나가기로 했다. 자격 요건을 두어 생계형 노점만 허가를 내주고 또 갱신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시와 노점상들은 상생의 차원에서 노점 허용 ‘구역제’를 실시, 설정 절대 금지구역과 점정허용구역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등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부천시는 노점상과 2015년 10월 20일 전국 최초로 ‘지자체·노점상 공동 협약식’을 체결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끝없는 대화가 결국엔 통한다
부천시는 노점상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3년 동안 무려 200회가 넘는 실무협의회를 가졌다. 장거리 경주처럼 힘겨운 시간을 인내와 대화로 풀어 왔다. 강성화된 노점상들과 대화에서 물꼬를 틀 수 있었던 데 대하여 박동정 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선 단체장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습니다. 반드시 오랜 갈등을 해결하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직접 노점의 의견을 듣기도 하셨죠. 또한 시는 노점상과의 협의를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대화에 임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자 말살정책이라며 강성하게 나오던 노점상들이 한 발 양보해서 대화에 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는 노점상들의 ‘햇살상인 협동조합’ 설립을 유도하여 노점상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회기부 활동을 펼치도록 했다. 노점상들은 “예전에 길거리에서 노점을 할 때는 마음이 참 불안했지만 지금은 부천시에서 허가를 받아 맘 편하게 장사하니 맘이 편하다.”고들 말한다.
부천시와 노점상의 상생 협약으로 2011년 505개에 달하던 노점은 2015년 305개로 감소(약 40%)하였다. 기업형 노점들은 퇴출되고 실제로 부천시에 거주하는 생계형 노점들만 적정수로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점상들은 단속 걱정 없이 생계 보장을 받으며 장사하고 규격화된 노점들로 정리되니 도시 미관도 개선되었다. 시민들의 통행 불편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그야말로 모두에게 좋은 상생의 모습이다. 한편 부천시가 보여준 사회통합의 노점관리 방안은 전국 30여 개의 지차체에서도 벤치마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