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765kV 신중부변전소 및 관련 송전선로 건설을 위해 입지선정 위원회를 구성하여 중립적인 입지 선정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4개 후보지 주민들마다 반대를 하면서 다자 갈등이 격렬해지더니 최종 부지로 청원군이 걸정되자 청원군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다시 이어졌다. 이에 한국전력공사는 휴일도 없는 상시적인 주민쉼터 등을 운영하여 소통에 주력하는 한편, 타 지역과 차별화된 인센티브, 세대별 요구사항 및 선 지원 이행 약속 등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너도나도 반대! 다자갈등 발생
2011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765kV 신중부변전소 및 관련 송전선로 건설을 계획하고 입지 선정에 나섰다. 신중부변전소는 당진화력 등 충남 서해안 대단위 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공급받아 충청권을 비롯한 수도권 남부지역에 공급하는 변전소로서, 3개 도 단위 지역에서 사용할 전기를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광역거점 시설이었다. 소규모 변전소와 차별화되는 만큼 그 건설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특이할 만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민·관 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한 점이었다.
한전의 윤고산 대리는 입지선정위원회 운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한전에서는 지역 갈등을 예방하고 원만한 사업 추진을 위해 입지 선정에서부터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입지선정위원회를 운영했습니다. 신중부변전소 건설 때는 10개 예비 후보지를 4개 후보지로 압축하여 최종 후보지 선정에 이르기 까지 한전에서 모든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여 위원들과 함께 후보지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갔습니다.”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좋았는데 뜻밖의 부담도 안게 되었다. 그것은 일찌감치 신중부변전소 후보 선정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주민들이 변전소 건설 반대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후보지는 안성시, 천안시, 진천군, 청원군.
어느 지역이 최종 입지로 선정될지도 모르는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혹시라도 자기 지역으로 결정이 될 것을 우려하고 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지역 간 경쟁까지 되어서 갈수록 주민 반대는 투쟁의 양상을 띠었다. 정부청사 앞 대규모 집회만 해도 여덟 번에다 본사 1인 시위, 천막 농성, 입지선정위원회 회의 방해 및 항의 방문 등이 이어졌다.
주민 반대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6개월 동안 운영되던 입지선정위원회에서 2013년 7월에 드디어 청원군(현. 청주시) 오창읍을 최종 부지로 선정·발표함에 따라 주민 반대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다자 갈등이 양자 갈등으로 압축된 것이다. 나머지 3개 지역에서는 일시에 모든 반대를 접고 조용해진 반면 홀로 남은 청원군에서만 피해의식을 갖고 더욱 치열하게 반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이나 천주교정의사회구현과 같은 외부 단체들과도 반대 투쟁에 연대함으로써 주민 투쟁이 갈수록 결렬해졌다.
“신중부변전소 건립 계획을 즉각 취소하라!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끝까지 지키겠다! 한전에는 땅 한 평도 팔지 않겠다!”
신중부변전소가 건설되면 그동안 원거리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느라 발생하던 저전압 현상과 전기 송전시설 고장 등으로 인한 광역정전 위험 등이 해소될 테지만 주민들에게는 변전소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훨씬 크게 다가왔다. 더구나 변전소 외에도 주변 지역에 고압선과 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탑 17기도 건립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극심해질 뿐이었다.
시작도 주민 결론도 주민
주민 반대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전으로서는 보다 원만하게 주민 반대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민, 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에서 객관적·합리적 의사결정에 의해 결정된 최종 부지를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므로 어떻게 해서든지 청원군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대화를 트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전에서는 주민들에게 이렇게 설득하며 대화를 촉구했다.
“먼저 우리 한전과 대화를 해보십시다. 외부 단체와 손을 잡기 전에 우리하고 먼저 얘기해 보자는 겁니다. 한전하고 얘기해 보고 답이 안 나오면 그때 외부 단체들과 손을 잡고 투쟁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투쟁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습니다.”
한전의 갈등 해결 1단계는 소통이었다. 청원군으로 부지 선정이 되자마자 바로 청원군 대상 마을별 모든 세대를 방문하여 사업책임자 명의의 안내 서신을 전달했다.
그리고 오창읍에 주민쉼터(Open House)를 설치하였다. 이곳에 입지선정 과정, 사업계획 및 전자파 영향 등을 비롯한 모든 자료와 직원을 비치해서 언제든지 주민들이 들러서 궁금한 점을 해소하거나 항의할 수 있었다. 수시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입지 지역에 해당하는 여러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전력설비 견학을 실시했다. 2단계는 주민 요구사항의 적극 검토와 지원책 마련이었다.
“1단계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2단계에서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뭔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검토했습니다. 특히 마을 공동의 요구사항뿐만 아니라 세대별 방문과 면담을 통해 개별적인 요구사항까지 파악했습니다.”
윤고산 대리의 말처럼 한전은 지역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최고의 성의를 보이는 것, 그것만큼 효과적인 갈등 해소 방법은 없었다.
변전소 건설보다 마을 지원을 먼저!
2014년 1월 17일 드디어 주민과 한전 간에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한전 대표는 직접 현장으로 찾아와 주민들의 협조와 원만한 합의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한전의 일반적인 범위의 보상을 넘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지원을 시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이토록 서로가 만족하는 원만한 결론 도출이 이뤄진 데 대해 윤고산 대리는 이렇게 설명한다.
“발 빠른 초기 대응부터 상시적 주민 소통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지역지원사업이 보통 양 측의 합의서 체결 및 중앙정부의 승인(약1년 이상 소요) 이후에 이뤄지는 일반적인 예를 깨고 정부의 사업승인 이전에 마을 주민들과 협의하여 지역지원사업에 대해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점도 주효했습니다. 그만큼 한전의 실행 의지를 보여드리고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전은 마을별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 주민, 한전 측 관계자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했다. 양자가 아니라 3자로 이뤄지니 주민들이 더 안심할 수 있는 데다 지자체가 포함되어 있으니 마을지원사업 추진도 훨씬 신속하고 원활해질 수 있었다.
“마을지원사업 협의체에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이 무엇인지 세부 사항들을 검토하여 즉각적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또한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기 위해 주민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합의가 되었으니 그만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죠.”
윤고산 대리의 말처럼 한전은 끝까지 책임감 있는 태도로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보상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지역사회를 함께 이끌어 가는 동반자로서 함께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