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자라온 문화배경도 다른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는 음악교실이 있다. 바로 안유경 씨가 10년 가까이 지도하고 있는 다뮤즈 음악교실. 안유경 씨는 국적이 서로 다른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며 다양한 공연과 봉사활동까지 함께 함으로써 그들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이끌고 있다.
다문화 자녀들의
음악교실, 다뮤즈
“제가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음악교실을 맡고 싶습니다!”
2008년 동작구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다문화 자녀와 가족들을 위한 지원책으로 작은 음악교실을 개설했을 때 음악교실을 맡겠다고 자원한 이가 안유경 씨였다. 센터 측에서는 당시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처음 음악교실을 개설하는 것이라 잘 진행이 될 수 있을지 염려가 되는 가운데 아이들과 자원봉사 선생님 모집 광고를 냈습니다. 8명의 다문화 아이들이 지원했으며 안유경 선생님이 자원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잘 이끌어 주셔서 처음의 염려는 금세 씻을 수 있었죠.”
8명으로 구성된 아이들은 대부분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인 부모의 자녀들이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달랐고 선생님은 한국 사람이니 공통점이 전혀 없는 셈이었다. 서로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어로 수업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처음 아이들과 만났을 때 많이 난감했어요. 어떻게 아이들과 제가 소통할 것이며 또 아이들은 서로서로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지가 많이 걱정이 되었어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만국 공통어라 할 수 있는 계이름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유일하게 소통하는 방법은 음악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먼저 만국 공통어로 표현되는 계이름을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의 계이름을 함께 가사로 붙여 부르며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안유경 씨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국적이 자기들끼리 서로 다른, 선생님하고도 국적이 다른 아이들이 수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국적은 달랐지만 음악시간에 배운 계이름의 발음은 서로 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힘을 얻은 안유경 씨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기로 하고 오카리나 악기를 구입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매주 토요일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배운 것을 한 주 동안 연습해서 올 때면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주중에 연습하고 재미를 느끼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어려운 악기를 가르치면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쉽기 때문에 오카리나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예상 외로 아이들이 너무 열심히 배우는 거예요. 아이들끼리도 서로 악기를 배우고 서로 실수하고 서로 웃으며 금세 친해졌어요. 처음으로 한 곡을 함께 연주했을 때는 아이들도 저도 감동을 느꼈습니다.”
처음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8명으로 시작된 음악교실은 1년 후인 2009년에는 20명으로 늘어났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의 친구들을 자연스레 데리고 오면서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안유경 씨는 음악 교실에 이름을 하나 붙였다. 다뮤즈(多MUSE)! ‘많을 다’에, 음악의 신 ‘MUSE’를 붙인 말로,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다뮤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음악을 배우고 즐기는 문화교실이 되었다.
봉사도 나누고
공연도 나가고
“아직도 2009년 잠실 롯데월드에서 우리 아이들이 오카리나 연주를 하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던 아이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하던 순간, 아이들도 저도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했습니다.”
2009년 ‘서울시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가족축제가 잠실 롯데월드에서 열렸을 때 일이다. 안유경 씨는 다뮤즈의 아이들, 학부모들과 함께 그 가족축제에 참여해서 오카리나 연주를 했다. 그리고 그 축제 참여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에게도 큰 감동과 기쁨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선 아이들은 공연을 함께 기뻐하고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 우리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공연을 계기로 다뮤즈는 단순한 음악교실이 아니라 음악봉사단으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었다.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최한 ‘떡볶이 페스티벌’이 코엑스에서 열렸는데 그때도 아이들과 참여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습니다. 아직 한국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저희 아이들 대부분은 코엑스를 처음 가는 거였어요. 코엑스에서의 공연도 우리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다뮤즈는 음악봉사단으로서 서대문에 소재한 적십자병원 로비에서 봉사의 일환으로 공연을 갖기도 했다. ‘아빠 힘내세요’라든지, 영화음악 OST 등 경쾌한 음악으로 오카리나 공연을 함으로써 많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 병원 직원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오카리나 악기를 배운 아이들은 그 후 많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오카리나뿐 아니라 다른 악기도 배우고 싶어 했습니다. 제가 플롯을 전공했기에 플롯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플롯이 하나에 수십만 원씩 하는 고가인지라 악기 구입이 문제였는데, 센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어서 아이들과 플롯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 ‘한화’를 통해 플롯 12대를 기증받았다. 지금은 오카리나를 비롯해서 플롯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2008년 8명의 다문화 자녀로 이뤄진 작은 음악교실은 매년 4~5회씩 다양한 연주와 음악봉사를 하는 음악봉사단이 되었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와 결혼이민여성들이 음악을 즐기며 서로 교류하고 화합하는 다문화시대를 위한 통합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