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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작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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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정신질환 환우들의 간호사 - 손진 영웅
  • 등록일
    2017.04.04 16:29:28
  • 내용
    정신질환 환우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다

     
     
    정신질환 환우들을 돌보는 간호사 손진 씨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다. 아침부터 밤까지 센터 내 환우들을 체크하랴 가정방문을 해서 상담을 하랴 밤이 늦도록 그녀의 일은 끝날 줄 모른다. 그러나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환우들을 볼 때면 큰 행복을 느끼기에 그녀는 오늘도 힘을 낸다. 정신질환 환우들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면서.


    정신질환 환우
    돌보는 하루


      광주광역시 서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정신보건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손진 씨. 그녀의 하루는 정신질환 환우들을 돌보느라 쉴 틈이 없이 바쁘기만 하다. 조현병(정신분열증), 우울증, 조울증 등 마음이 아픈 분들이 많이 있다. 한 명의 환우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환우 한 명, 한 명의 가정을 방문하며 직접 건강을 체크한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시간보다 환우들의 가정방문을 통해 직접 돌보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이다. 응급으로 경찰서나 119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환자들 말고는 방문치료를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 시간은 의미가 없어요. 저는 가정방문 치료를 중점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가호호 방문을 해서 심도 있는 상담을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몰라요.”
      대부분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말을 하기보다는 경청해 주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센터 내에서도 환자들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느라 바쁘다. 꼼꼼하게 환자들의 몸 상태를 살펴야 한다. 몸의 상처라든가 습관적인 행동이나 특이한 움직임 등을 관찰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상처나 행동에는 숨어있는 이유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약물을 처치하고 나면 대부분 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되기 때문에 귀가하게 된다. 그래도 손진 씨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그러기에 가정방문을 통해 환자들을 위한 돌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심리상태를 살피고 처음 센터에서 만났을 때의 행동과 상처 등의 체크리스트를 비교해가며 귀가 후의 환자들을 돌본다. 하루 24시간이 아니라 하루 25시간이라도 모자랄 상황이다.
     
    내담자와 상담 중인 손진 씨1

      한 번은 자살시도를 해서 응급실에 실려 왔다가 겨우 진정이 된 환자와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죽음을 생각했던 사람이니 얼마나 할 말이 많았을까.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느라 상담을 끝내고 보니 이미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
     
    내담자와 상담 중인 손진 씨2

      “내담자의 딱한 사정과 억울한 일들과 가슴에 맺힌 응어리 같은 한을 들어주고 환자의 심리상태도 살펴야 하니까 업무를 마칠 때쯤은 거의 탈진이 될 것 같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내담자가 자칫하면 자살을 또 시도할 수도 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상담을 허술하게 끝낼 수는 없죠.”
      생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손진 씨는 체력의 한계를 넘는 업무를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다.


    정신질환 환우에 대한
    편견 사라졌으면


      손진 씨는 정신질환 환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한 약물 치료가 아니라 마음을 치료하고 적절한 재활치료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말한다. 재활프로그램의 일환인 미술치료 프로그램도 그런 목적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환자들이 그린 그림으로 동료간호사들과 함께 ‘미술제’를 열었습니다. 환자들과 그 가족, 지인들과 함께 하는 미술제를 통해서 환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죠. 자신감이야말로 재활의 시작이니까요.”
      손진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
      “한 번은 자살시도를 한 청년이 응급실로 실려 왔어요.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한 상태였어요. 조현병이었죠. 저는 개입(돌봄)을 하게 되었어요. 센터 내에서 하는 약물치료는 물론이고, 저는 그 청년과 친하게 지내면서 남동생처럼 돌봤어요. 재활치료 차원에서 미술치료를 비롯해서 장보기, 은행일 보고 오기, 스포츠 등 지역사회 적응 훈련 등도 함께 실시했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년의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을 했다. 손진 씨는 퇴원한 이후에도 가정방문을 통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마침내 그 청년은 학교에 복학할 수 있었고, 졸업해서 지금은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단다. 손진 씨는 그 청년 소식을 들을 때면 힘이 나고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손진 씨는 그 청년의 경우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치료의 예후도 좋았고 병이 심하지 않아서 치료의 과정이 짧았다는 것이다.
      “돌봄은 환자를 돌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환자만 치료한다면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과 가족들을 함께 돌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환자의 가족을 돌보는 일에 더 집중할 때도 있다. 이렇게 정신질환 환자들을 돌보는 일을 해 온 그녀가 우리 사회 속에 굳어진 편견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치료를 받으러간 환자와 손진 씨   치료 진행 중인 내담자와 손진 씨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다시 사회로 복귀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회 인식은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 대해 편견이 많아요. 차별도 만만치 않고요. 치료를 잘 받고 약을 잘 복용하면 건강한 분들과 똑같은데도 말입니다. 그 분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차별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로 누구나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을 수 있는 사회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정신질환 환우들에 대해서도 따듯한 시선을 보내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손진 씨의 생각이다.
    손 진 씨는 센터 내에서 마음씨 착한 간호사로 칭찬이 자자하다. 환자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돌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환자를 돌보는 것은 업무가 아니다. 마음이다. 환자들이 사회로 잘 복귀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며 그녀는 오늘도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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