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타래학교의 교사인 구만호 씨는 교사로서의 권위보다는 친구처럼 학생들과 소통하고 함께 활동하는 교사이다. 그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지식보다는 아이들이 나누며 베푸는 기쁨을 배우며 자라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일반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봉사와 재능기부의 장을 마련하여 아이들이 진정한 꿈을 찾아가도록 돕고 있다.
권위가 아니라
사랑으로 가르친다
대안학교 꿈타래학교에서는 교권 갈등이 없다. 이 학교에서는 권위를 내세워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교사가 없고, 세상의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고 살아남으라고 강조하는 교사도 없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교사가 있을 뿐이다. 구만호 씨 역시 그런 교사 중의 한 명이다.
“꿈타래학교는 전교 33명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학교입니다. 학교 부적응 문제 등으로 꿈을 잃고 방황하다가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지나친 경쟁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세상의 교육이 문제인 것이죠. 우린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경쟁이 아니라 꿈을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구만호 씨는 20여년 전 30대 중반 즈음 뜻하지 않은 질병으로 시각장애를 얻게 되었다. 그후 완전히 시력을 잃지는 않았지만 보행을 하다가 부딪쳐 다치는 일이 잦을 정도로 적잖은 시각 장애를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특성화학교를 떠나 꿈타래학교로 자원해 온 것이 2009년이었다. 2009년 이후 그는 교사로서 새로운 교육과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저희 꿈타래 학생들을 향한 비전이 있어요. 2009년부터 아이들과 지내며 경험하고 느끼는 게 있었어요.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청소년 시기를 어렵게 지내고 방황하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의 생각이 많이 굳어졌더라고요. ‘나는 누구에게 도움과 케어를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굳어져 있었죠. 저는 아이들의 이런 생각을 깨기 위해 색다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봤죠.”
이러한 생각에서 구만호 씨는 발표회나 바자회와 같은 역동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자주 동료 선생님들과 기획한다. 특히 꿈타래학교에는 일반학교에서 이뤄지는 교과과정에 더해서 특기적성 동아리 활동과 노작활동이 있는데, 그 과정을 활용하여 발표회나 바자회를 자주 갖고 있다.
“우리 학교 노작활동에는 생활도자기 공예와 제과제빵, 생활퀼트, 바리스타 등 4개의 과정이 있는데, 1년이면 노작활동 4개 반 교실이 2번씩 발표회와 바자회를 합니다. 올해는 생활도자기 공예반 아이들의 작품으로 발표회와 바자회를 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구만호 씨의 제안에 다른 교사들도 흔쾌히 동의하였고 학생들도 한마음이 되어 발표회와 바자회를 준비하였다. 사실 이전에도 가끔씩 바자회를 열어 모아진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운 적이 있었다. 네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120만 원의 바자회 수익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이번 도자기 발표회와 바자회를 열게 되는 구만호 씨는 이렇게 말한다.
“오랜 시간과 인내를 담은 그릇들이 누군가에 도움을 주고 사랑을 전달할 수 있고 아이들이 나눔의 기쁨까지 배워 가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사실 이번 도자기 발표회와 바자회 수익금은 특별한 곳에 쓰일 예정이다. 라오스의 씨엔쾅 마을에 ‘저수지 물막이 공사’(작은 댐과 같다)를 위해서이다. 농수가 부족한 라오스 씨엔쾅 마을은 농사에 필요한 물이 적어 해마다 흉작을 거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물막이 공사를 통해 농수를 확보만 하면 큰 풍년을 거둘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우물 파는 일이 아니라 ‘저수지 물막이 공사’입니다. 대략 200만 원 정도의 공사비가 들어가는데 이 공사가 잘 되면 농수 공급이 원활해져서 생산량이 대략 40% 정도 늘어나거든요. 식량을 팔아서 생활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죠. 이 일을 위해서 라오스의 ‘달리아 쑤’ 국회의원이 올 12월에 꿈타래학교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이들 역시 이번 발표회와 바자회 수익금이 어떻게 쓰일지 모두가 알고 있다. 자신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배우고 익힌 도자기 공예품들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오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발표회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되지만 자신들이 가진 재능들을 기부하는 장인 바자회를 만들어 줌으로 학생들 스스로가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팔 지진 피해 지원도 그랬고 이번 라오스 물막이 공사도 그럴 것이라 아이들도 믿고 있다. 이번 발표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쁘다.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해마다 바자회를 할 때마다 자부심이 생겨요. 그 수익금으로 이웃이나 다른나라를 돕는다니까 더 자랑스럽고, 제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저희 선배들이 그랬듯이, 저희도 열심히 준비해서 다른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꿈타래학교에서 아이들은 갈등이 아닌 화합을 배우고, 경쟁이 아니라 사랑을 배우면서, 자신의 꿈과 비전을 실타래 풀듯이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재능기부하는
대안학교 아이들
구만호 씨는 바자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우선 노작활동의 ‘제과제빵’ 수업을 통해서도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제과제빵 수업을 하며 식빵을 준비해서 대학동 주민센터에서 소개한 독거노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빵을 나누는 한편 ‘관악 푸드마켓’에도 기부를 하였다. “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빵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들은 기뻐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즐거워한 활동 중에는 ‘자서전 봉사’가 있다. 학생들의 재능을 기부하는 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 글재주가 있는 아이들을 발굴해서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자서전 봉사’를 한 것이다. 자서전 봉사는 신림동 종합사회복지관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동아리로 이어졌다.
이 자서전 봉사는 어르신들에게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봉사에 참여한 아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됨은 물론, 핵가족화되어 가는 요즘 시대에 가정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세대 간의 소통과 노인 공경 등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받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이 이제는 남과 나눌 줄 아는 능력도 생기고 그 기쁨도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구만호 씨는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단다.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낙오자로 낙인찍는 교육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한 마음이 되는 교육, 사랑으로 부족한 아이들을 품는 교육. 그런 교육이 살아있는 대안학교의 진정한 대안 교사로 남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