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교대역 근처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사건. 자칫 무고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용감한 시민들-변재성, 송현명, 이동철, 오주희, 조경환 씨 덕분이었다. 이들은 흉기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힘을 합쳐 괴한을 제압했다. 그러다 다치기도 했지만 시민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묻지마 칼부림과
한판승
“다 죽여 버리겠어!”
갑자기 거리가 시끌벅적해졌다. 한 괴한이 칼을 들고 시민들을 위협하면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송현명, 오주희, 변재성, 이동철 씨도 그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소속 변재성, 송현명, 오주희 씨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이동철 씨와 모처럼 법원 근처에서 회식을 하고 귀가를 하는 중이었다. 저녁 9시경 이들은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교대역 근처에 다다르고 있던 즈음 괴한과 마주친 것이다. 맞은편의 괴한은 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 칼을 들고서 변 씨 일행을 비롯해서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괴한은 점점 더 흥분을 하더니 돌변해서 변 씨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돌진에 송 씨는 가지고 있는 가방으로 괴한의 칼부림을 막아섰다. 하지만 괴한은 이번에는 오 씨를 뒤에서 공격했다. 오 씨는 결국 뒷목에 상처를 입었다. 일행이 공격을 당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자 변 씨 일행은 본능적으로 제압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묻지마 흉기난동을 부리는 괴한과 변 씨 일행은 대치를 하게 되었다. 대치가 이어지자 몸은 경직되어 갔고 두려움도 엄습했다.
‘저 푸른 칼날에 스치기만 해도 큰 상처를 입을 텐데’
그러나 그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동료의 목에서 이미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거리에는 또 다른 시민들이 있었다. 도망가 버리면 동료는 물론이고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긴장된 대치를 깨고 이 씨가 먼저 나섰다. 괴한의 시선에서 약간 옆으로 비켜 서 있던 이 씨가 갑자기 괴한의 허리를 잡고 넘어뜨린 것이다. 그리나 괴한의 손에 있는 칼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다가 이 씨도 괴한의 칼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변 씨가 달려들어 괴한의 칼을 빼앗았다. 거리에 시민들의 비명이 울렸다.
건너편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행인 조 씨가 교통신호가 바뀐 틈을 타서 달려와서는 변 씨 일행과 힘을 합쳐 쓰러진 괴한을 완전히 제압하였다. 이들은 곧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괴한을 넘겼다.
시민들의 생명
지키다
괴한의 공격으로 목에 상처를 입은 오 씨는 “괴한이 뒤에서 갑자기 덮쳐서 경황이 없었어요. 칼에 목이 살짝 스쳤는데 상처가 조금 더 깊었으면 위험했겠죠.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도 없고 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며 그 때 일을 떠올렸다.
대치 중에 위험을 무릅쓰고 괴한을 공격한 이 씨는 “이미 우리 동료 오 씨가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저희 주변에는 다른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누구라도 괴한을 제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냈죠.” 하고 말했다.
변재성, 송현명, 이동철, 오주희 씨 일행과 시민 조경환 씨는 서초경찰서로부터 표창장과 포상금을 수여받았다. 표창장을 받은 뒤 이들은 당연한 일을 한 것이었다면서 하나 같이 부끄러워했다.
송씨는 “동료 사이에서 제가 형이었어요. 동생들을 보호하고 싶었어요. 다들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에요. 저희만 한 것도 아니고 시민 분까지 합세해서 좋은 결과를 이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고한 시민들을 묻지마 흉기난동 가운데서 보호한 이들은 우리들의 작은 영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