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북구에서는 2005년 어렵게 건립되어 한때는 벤치마킹 사례로 꼽히던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취가 나고 허술한 관리로 혐오시설이 되어 갔다. 이에 북구에서는 특단의 대책 마련에 들어가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 추진 계획을 세웠다. 특히 주민 참여를 확대하고 시민단체, 아동, 문화, 건축,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추진단이 주민과의 소통에 큰 힘을 발휘했다.
가동 중단된 음식물자원화시설
울산시 북구 중산동의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이곳은 연일 사람들이 북적이는 주민들의 쉼터이자 놀이공간이다. 2015년 6월 개관 이후 1년 동안 이곳을 찾은 주민이 무려 3만 명에 달할 정도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역의 골칫덩어리였던 곳이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구는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될 것에 대비하여 음식물자원화시설 건립을 계획하였다.
그러나 건립 과정은 처음부터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순탄하지 못했다.
2003년 12월 착공을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누그러들지 않고 시위, 집회, 등교 거부 등이 이어지자 한 때 공사 중단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4년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로 구성된 배심원제 운영으로 주민과의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여 가까스로 2005년 음식물자원화시설이 건립, 가동될 수 있었다. 이 음식물자원회시설은 한때 타지자체의 벤치마킹 시설로서 각광받기도 해서 북구에서도 “음식물자원화시설은 수천 마리의 지렁이를 이용하여 지역의 음식물쓰레기를 농업용 퇴비로 만드는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홍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민원이 증가하고 비효율적인 관리 문제가 지적받으면서 음식물자원화시설은 가동 중단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음식물자원화시설이 가동된 후부터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요. 음식물을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악취도 없고 환경 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라는 구청장의 말은 다 거짓이었어요. 악취와 쓰레기 분비물 때문에 주거 환경이 나빠졌어요.”
“우리 동네가 소외지역이라서 음식물자원화시설이 들어온 건가요? 악취는 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한 관계자들은 다 어디 간 거죠? 마을을 위한 복지행정은 없는건가요?”
연일 이어지는 민원과 주민들의 시위로 인해 결국 2008년 음식물자원화시설은 가동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 참여 없이 정책 성공 없다
5년이 흘렀다. 음식물자원화시설은 무려 5년간이나 방치되어 있었다. 그 동안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왜냐하면 중단 시점에서 미처 처리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들이 시설에 남아 악취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설을 없애버리던지 아니면 남은 쓰레기를 흙에 묻어 냄새가 나지 않게 해주세요. 더구나 시설이 방치되면서 우범지역처럼 변해가고 있어요. 어서 해결해 주세요!”
이처럼 음식물자원화시설은 주민 소통 부재의 대표적인 행정 실패 사례이자 갈등 시설로 인식되었고, 장기간 방치되면서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었다.
더구나 주변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취학 아동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음식물자원화시설물이 우범지역으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되자 북구청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2010년 9월에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방안 주민공청회’를 실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 건립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그런데 다양한 의견들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던 탓에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음식물자원화시설 개선방안은 표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2012년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 추진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그 해 6월 울산대학교 산합협력단 도시건축연구소에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기고 도시건축연구소와 MOU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인 음식물자원화시설 활용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북구 시설재생팀 김위선 주무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음식물자원화시설을 처음 건립할 때는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듣고 의견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나가고자 민간추진단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단체, 아동, 문화, 건축,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주민, 지자체가 참여하는 민간추진단에서는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갔다. 해당 부지가 농업진흥구역이다 보니 활용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제한이 따랐지만, 북구 시설재생팀과 울산대 도시건축연구소는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 나갔다.
기존의 음식물자원화시설이 관 주도의 시설이었다면 새로운 시설은 명실 공히 민·관·학 거버넌스 형태의 주민참여형 시설로 탄생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민간추진단은 주민설명회, 주민의견 설문조사, 주민과 함께하는 건축디자인 워크숍 등의 시간을 통해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시설 활용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한 도시건축연구소의 결과를 토대로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건립 및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 착공할 수 있었다.
주민이 관리하는 주민 공감 놀이터
지역의 골칫덩어리였던 음식물자원화시설은 1년 5개월 동안의 공사를 거쳐 2015년 6월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창의적 친환경 체험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역의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주민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주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예전엔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민원을 많이 제기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이곳이 주민들을 위한 쾌적한 공간이 되었어요, 주민이 참여해서 건립한 공간이기에 더 애착이 갑니다.”
김위선 주무관 또한 세대공감 창의놀이터 건립의 성공 요인으로서 주민참여를 들었다.
“관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 지역 대학, 행정이 함께 손을 잡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공동을 사업을 추진한 민·관·학 거버넌스 운영이 가장 주효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할 수 있었고, 지역 대학과의 전문성 있고 책임감 있는 파트너십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세대공감 창의놀이터는 다양한 세대의 주민들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 낸 시설이다. 또한 건립 후 시설 운영에 있어서도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나가고자 ‘세대공감 창의놀이터지기’를 양성하는 한편, 어린이 자문단을 운영해서 주민과 눈높이를 맞춘 소통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주민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이곳은 이제 님비시설이 아니라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시설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