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교육대대 조교이자 상병인 김경섭 씨. 그는 얼마 전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로 죽어가는 한 시민을 살려 냈다. 그래서 그가 갓 입소한 훈련생들에게 실시하는 안전교육은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오늘도 그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의 삶을 꿈꾸며, 남아 있는 군 복무를 힘차게 이어가고 있다 .
위기 탈출,
시민을 구하다
2016년 1월 김경섭 씨(당시 일병)는 소대원들과 함께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사우나탕에 들렀다. 그런데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던 그는 우연히 한 위급상황과 직면한다. 어떤 젊은 남자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을 업고 나와서 평상에 눕히는 것이 아닌가. 남자는 놀라고 당황해서 정신이 없어 보였고 어르신은 아예 의식이 없어 보였다. 젊은 남자는 의식이 없는 어르신을 눕히고는 허겁지겁 주무르며 인공호흡을 시도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남자의 인공호흡이나 처치는 김경섭 씨의 눈에 불안해 보이기만 했다. 왜냐하면 김경섭 씨는 부대에서 신병교육으로 심폐소생술 등을 훈련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직감적으로 생사가 걸린 일이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냥 잠시 의식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이미 숨이 넘어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아저씨는 당황한 상태라 아무 대답도 못하셨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일단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제가 평소에 배우고 가르친 대로 응급처치를 실시했습니다.”
우선 깍지를 낀 손으로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가슴을 힘껏 눌렀다. 수십 회, 수백 회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는 할아버지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일사 각오로 응급처치를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구급차와 구급대원들이 도착해서 노인은 안전하게 병원으로 후송될 수 있었다. 김경섭 씨는 그 후 구급대원과 통화하여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훈련이
안전 지킨다
김경섭 씨는 아직도 당시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때 순간적으로 위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수백 회 가슴을 압박해 보았자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누워 있던 할아버지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평소 응급처치를 훈련병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조교였지만 실제로 죽어가는 생명을 상대로 해본 적은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무척 불안했어요.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닌가. 이대로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었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응급처치는 틀리지 않았고 이대로 계속 실시한다면 할아버지는 살아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주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행히 119 소방안전센터 소방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그 통화를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방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어 심폐소생술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 사건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신병교육대대 훈련 현장이다. 모두가 훨씬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하게 된 것이다. 이제 상병이 된 김경섭 씨는 요즘도 신병교육대대 조교로 일하면서 훈련병들이 배양해야 할 군인의 기본적 소양들을 훈련시키느라 매일같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대 후 소방관이 되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김경섭 씨는 위험에 빠진 이웃을 모른 체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행동하는 젊은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