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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작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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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할머니들의 ‘딸 같은 한글 선생님’ - 김수임 영웅
  • 등록일
    2017.03.27 14:49:14
  • 내용
    한글도 가르치고 세상도 보여주다

     
    진해 자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에게는 효녀 심청처럼 착한 딸이 하나 있다. 바로 한글을 가르쳐 주는 한글 선생님인 김수임 씨. 김수임 씨는 한글을 가르쳐 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을 엄마로 섬기면서 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요쿠르트 아줌마에서
    딸 같은 한글 선생님으로


      “엄마, 엄마! 숙제 안 해오시면 안 돼요! 숙제 안하면 자꾸 까먹어요.”
      작은 교실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애정 어린 잔소리가 듣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 짓게 한다. 얼핏 들으면 모녀간의 대화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모녀 사이보다 더 끈끈한 사제 간의 대화이다.
      2000년부터 진해 자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되어 온 ‘한글교실’에서는 이런 살가운 대화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 대화의 주인공은 16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글교실을 이끌어온 김수임 씨다. 할머니들은 김수임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김수임 씨는 할머니 제자들을 엄마라고 부른다. 그녀는 문맹 할머니들을 위한 ‘딸 같은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김수임 씨는 원래 1998년부터 복지관의 후원자이자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며 요쿠르트 배달 봉사를 하는 봉사자였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안타까워하던 중에 복지관 담당 과장으로부터 한글교사 봉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처음에는 내가 무슨 한글교실 선생님이야, 그냥 배달 봉사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았죠. 내가 만약 한글을 모르면 어떻게 생활할 수 있었을까,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 얼마나 행복해 할까? 문맹 할머니들에게 한글이 꼭 필요하겠더라고요.”
     
    어르신들에게 한글 교육봉사 중인 김수임 씨1

      할머니들에게 한글이 꼭 필요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결국 김수임 씨는 한글교실 봉사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냥 한글 선생님이 아니라 딸이 되어서 할머니들을 따뜻하게 섬겨야겠다고 다짐하며 봉사를 시작했다. 오늘도 할머니들은 수업에 오지 못할 때면 이렇게 핑계를 대곤 한단다.
      “내일은 장에 가야 돼서 공부하러 못 온다.”
      “내는 내일 우리 할아버지 제사인데, 우야믄 좋노?”
      하지만 선생님인 김수임 씨는 핑계 대는 할머니들을 이렇게 타이른다.
      “엄마, 그럼 숙제 내 줄 테니까 꼭 집에서 하고 다음 수업엔 꼭 오세요!”
      딸 같은 김수임 선생님은 그동안 개인적 어려움, 집 안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들인 할머니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 노력과 헌신의 열매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감사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한글교육을 받는 어르신들과 김수임 씨 단체사진

      김수임 씨에게 글을 배운 할머니 제자들은 이렇게 고백한다.
      “이제는 간판도 읽을 줄 알고, 버스정류장 이름도 읽을 줄 알아!”
      “예전엔 버스를 타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아!”
      할머니들은 한글만 배우는 게 아니라 한글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간판도 읽고 버스 정류장 이름도 읽게 되니, 이제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할 지 알고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도 글 읽는 재미에 푹 빠져서 두리번 두리번 간판을 읽는다고 한다. 막연하게 알고 그림으로만 보던 세상을 글로 읽으며 살아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으니, 할머니들은 이제 더 이상 문맹의 세계에 갇혀서 허우적댈 필요가 없어졌다. 한글 교실을 다니는 할머니 학생들은 하나 같이 얘기한다.
      “딸 같은 우리 선생님이 있어 세상을 더 넓게 더 크게 이해할 수 있어요. 어린 시절 여자아이라고, 가난하다고 배우지 못한 서러움을 이제는 풀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글을 읽고 알 수 있어요. 다 우리 딸 같은 한글 선생님 덕분이죠. 우리 딸 사랑해!”
      집집마다 아들만 교육시키기도 급급할 정도로 가난하던 시대에 태어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움의 열정을 억누르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들의 설움이 눈 녹듯이 녹아내린 것이다.


    한글 선생님에서
    인생의 친구로


      한글 수업은 16년째 매주 2회, 2시간씩 진행된다. 이렇다 보니 이제 김수임 씨는 수업을 듣는 할머니 제자들의 자녀가 몇 명인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건강은 어떤지, 수저는 몇 개인지,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정규 수업은 1주일에 2번으로 정해져 있지만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은 이 보다 많다.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인 김수임 씨는 일일이 학생들의 안부를 묻는다.
      “어머니 어디가 아프세요?”
      “왜, 안색이 안 좋으세요?”
      “왜 마른기침을 계속 하세요? 감기 걸리셨어요?”
      “우울해 보이세요. 뭐, 속상한 일이라도 있으세요?”
      딸 같은 선생님인 김수임 씨가 살뜰하게 안부를 물어오면 어느새 할머니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김수임 씨는 할머니들과 건강 안부는 물론 삶의 이야기와 희로애락도 함께 나눈다. 가끔은 할머니들의 속상한 이야기도 들어주고, 자식 자랑도 들어준다. 그러면 할머니들은 더 신이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속상하던 마음은 위로를 받고 자식 자랑할 데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마음도 넉넉해진다. 한글을 가르치며 함께 나눈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자 김수임 씨와 할머니들은 사제지간을 넘어, 나이 차이를 넘어 인생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방학 기간에도 서로를 잊지 않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눈다. 김수임 씨는 종종 안부를 묻거나 학생들의 편지를 받으면 일일이 답장을 써 준다. 한글을 모르던 문맹의 할머니들이 어느새 한글을 깨우쳐서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김수임 씨의 보람도 크지만 할머니 본인의 기쁨과 감격도 작지 않다.
      “사랑하는 딸 같은 우리 한글 선생님에게 서툰 솜씨지만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우리 김수임 선생님에게 참 감사하지요. 나이가 들어서 잘 익히지도 못하는 우리들을 붙잡고 가르치고 또 반복하고 달래고 하면서 딸처럼 효도도 해주고!”
     
    어르신들에게 한글 교육봉사 중인 김수임 씨2

    어르신들에게 한글 교육봉사 중인 김수임 씨3

      문맹의 세계에 갇혔다가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한 할머니들의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다보면 어느새 김수임 씨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누구나 알고 있는 한글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한글교실인 것 같아요. 한글교실을 통해 할머니들에게 한글도 가르쳐 드리고 그분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진 설움도 씻어내 드린다고 생각하면 정말 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수임 씨는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들의 한글 선생님이자, 때로는 효심 깊은 딸이요, 또 때로는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인생 친구이다. 김수임 씨는 이제 60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할머니 학생들을 생각하며 날마다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배움을 갈망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는 한, 한글 교실 봉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한글을 가르치면서 마음을 어루만져 드리고 급변하는 세상 이야기도 들려 드리면서 그분들의 인생친구로 남고 싶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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