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지다가 자연스럽게 지역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뛰어들게 된 이가 있다. 교통안전지킴이로, 지역 문화 축제의 주역으로,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의 대표로 활동하는 이승구 씨. 그는 교육과 봉사를 아우르며 지역사회의 모든 학생들의 아빠로 활동하고 있다.
녹색 어머니보다 자상한
녹색 아버지
전라북도 부안군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는 이른 아침이면 녹색 유니폼을 입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을 위한 교통안전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마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기에 남의 자식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학교 앞 교통안전지킴이로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녹색어머니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있다. 분명히 녹색 유니폼을 똑같이 입고 있긴 한데, 다른 녹색어머니들보다 어깨도 벌어지고 키도 좀 더 크고 헤어스타일도 아주 짧은 걸 보면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의 모습이다.
바로 6년째 교통안전지킴이로 봉사하고 있는 이승구 씨다. 이승구 씨는 어쩌다가 아이들의 교통안전을 지키는 녹색 어머니, 아니 녹색 아버지가 되었을까?
“저희 애가 초등학교 시절에 아내가 녹색 어머니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작스럽게 몸이 안 좋아서 도저히 녹색어머니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거예요. 약속한 봉사를 빠지게 되면 그만큼 아이들 교통안전을 돌볼 사람이 없으니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해서 고민하다가 제가 대신 봉사를 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몸이 아픈 아내를 위해 하루만 대신 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봉사가 벌써 6년째. 그동안 그의 자녀는 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초등학생의 학부모도 아니니, 굳이 녹색아버지 활
동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지금 당장 그만 두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이가 없다. 그런데 이승구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를 한결같이 지키고 있다. 그는 왜 봉사의 자리를 지키는 것일까?
“저의 출근길은 이 초등학교 건널목을 꼭 지나게 되어있어요. 매일 지나다 보니 우리 애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눈에 밟히고, 어차피 출근할 때 지나는 곳이니 잠깐 들러서 출근 시간될 때 까지만 안전지킴이를 하다가 출근하자, 한 것이 이렇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해마다 녹색어머니들은 얼굴이 바뀌곤 하지만 녹색아버지인 이승구 씨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를 지킨다. 이젠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그를 알아보고, 한 식구인 양 지내게 되었다.
갈수록 안전사고가 자꾸 발생하고 그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이승구 씨의 녹색아버지 활동은 학교 앞 어린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봉사는 자녀 교육으로
자녀 교육은 봉사로
이승구 씨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해도 자녀교육과 연관시키곤 한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취미생활로 ‘국화 울타리’ 회장을 맡아 100만 송이 국화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동호회에서 열심히 가꾼 꽃을 자신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부안군민들에게 선물하고 그 아름다운 꽃향기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이러한 활동은 물론 그가 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그에게는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청소년 교육과 연관 지어서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2015년 국화축제 때 100만송이 국화축제를 개최하는 동시에 ‘청소년 페스티벌’이라는 아주 특별한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가수와 DJ를 초대하여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로 변화시키자, 지역의 많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보였고 건전한 놀이와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었다.
“부안군에는 부안군민들이 즐길 만한 문화 축제가 없어요. 그러니 청소년들이 마땅히 즐길 만한 문화 축제가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청소년 문화가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어른들이 즐기는 국화축제를 청소년들도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가수도 초청하고 DJ도 초청해서 청소년들이 즐기는 문화축제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 축제에 청소년들의 참여가 저조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승구 씨가 주도한 국화축제에서는 청소년 페스티벌이라는 특별한 순서가 있기에 지역의 청소년들의 참여가 적지 않았다. 이 페스티벌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자신들의 끼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 문화 축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지역축제를 청소년 문화축제로 만들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우리 애가 지금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건전한 문화와 놀이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와 같은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서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청소년 문화축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한편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승구 씨는 부안군 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래놀이를 통한 학부모 교육 참여를 유도하여 관내 10개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직접 알려주면서 전통문화를 전수시키는 것이다. 이 봉사 또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래놀이를 익히다가 시작하게 되었단다.
이처럼 이승구 씨에게는 삶과 봉사가 따로 있지 않다. 삶 속에서 자녀교육을 생각하다보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봉사로 이어지곤 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회공동체 안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으로 점점 승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