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동안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는 사회복지사 정영찬 씨. 그는 몸담고 는 기관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12년 치의 봉급을 자진 반납 하듯 받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돈은
소외계층을 위해 이미 사용되었으므로,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복지사각지대를
지키는 사회복지사
추석을 앞두면 ‘나눔의 둥지’가 평소보다 더 분주하다. 우리나라의 고유명절인 석 연휴가 시작되건만 나눔의 둥지 사람들은 고향 갈 준비는커녕 고향처럼 소중한 손님 대접을 준비하느라 일손이 바쁘기만 하다. 특히 사회복지사 정영찬 씨는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밑반찬이며 송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왜 그는 이렇게 바쁜 것일까? 추석이면 오랜만에 편히 쉴 수 있는 연휴인데 말이다.
“저희는 명절이나 연휴가 되면 더 바빠집니다. 추석이 되면 장애인분들과 노숙자 분들, 독거노인들, 소년·소녀 가장들의 식사를 마련해서 함께 나누기 위해서죠.”
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복지시설은 문을 닫는다. 복지의 혜택이 이 연휴 기간에는 끊기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영찬 씨는 명절 때가 되면 더 분주하게 일손을 움직이는 것이다.
“명절이라고 해서 시설에 계신 분들이 식사를 안 하시는 것도 아닌데, 문을 닫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명절일수록 더 외롭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봐야 하는 데 오히려 복지사각지대가 발생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복지는 이런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말이죠.”
고향이다 가족이다 찾아 모두가 떠나는 명절, 갈 데도 없이 시설에 남아 있어야 하는 외로운 소외계층을 위해 정영찬 씨는 해마다 연휴를 반납한다. 그래서 추석 연휴가 되면 나눔의 둥지에는 평소보다 많은 장애인과 노숙자들, 독거노인들이 모인다. 이 곳 나눔의 둥지는 연휴에도 쉬지 않고 더 많은 음식을 준비해 놓는다는 것이 알 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눔은
더 큰 나눔을 낳고
정영찬 씨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교육이다. 교육이 없으면 가난이 대물림되기 때문에 결손가정 아동, 청소년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애를 쓰는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정영찬 씨가 기획한 무료공부방이
다. 무료공부방은 말 그대로 교육비를 받지 않고 결손가정의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다.
“저희 공부방에는 아주 좋은 선생님들이 와요. 서울대, 연세대, 숙명여대 학생들이죠. 저희 나눔의 둥지에서 운영되는 무료공부방이 여기 대학들과 학점교류가 되도록 기획함으로써 좋은 교사를 영입할 수 있었습니다.”
무료공부방의 가장 큰 자랑은 공부 좀 하는 ‘대학생 선생님’들의 봉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정영찬 씨는 똑똑한 선생님들이 계셔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란다.
“결손가정의 아이들도 질 높은 교육을 받고 꿈을 키워가길 바래요. 무료공부방을 통해 꿈을 키우고 대학에 진학을 한 친구들은 다시 무료공부방 선생님으로 돌아와요. 자기들이 받은 것을 이번엔 후배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죠.”
나눔은 더 큰 나눔을 낳는다. 나눔과 봉사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나눔의 둥지는 아직 국가보조를 받지 못하기에 재정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영찬 씨는 12년째 월급조차 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돈만큼 소외
계층을 위한 사업에 기부한다고 생각한다. 소외계층의 안식처이자 그 아이들이 꿈꾸는 둥지인 나눔의 둥지, 이곳은 오늘도 이웃을 돌아보며 땀 흘리는 영웅들이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