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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작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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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지팡이 나눔 봉사자 - 설재천 영웅
  • 등록일
    2017.03.23 18:04:18
  • 내용
    따뜻한 마음, 나눔 지팡이가 되다

     
    17년이란 긴 세월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직접 산에서 거친 나무를 구해다가 다듬고 문질러서 만든 지팡이를 주변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리는 봉사를 해온 인물이 있다. 바로 고희를 훌쩍 넘긴 설재천 씨. 공직에서 평생 일한 그가 지팡이는 물론 지압봉, 약재까지 주변 어르신들과 나누면서 아름다운 인생 2막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팡이와 함께
    정을 나눠요


      “여기 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지팡이만 얻어가는 게 아니라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거든요.”
      “지팡이가 생기니 얼마나 생활이 편해졌는지 몰라요. 알록달록 색깔도 들어가 있어서 보기도 좋고, 기분도 좋고!”
      ‘노인건강 봉사의 집’에 오가는 어르신들은 모두들 예쁘고 튼튼한 지팡이 하나 씩을 선물 받고 이렇게들 입을 모은다. 이곳 노인건강 봉사의 집은 설재천 씨가 지난 2015년 3월에 자신의 단독주택 공간을 활용해서 마련한 곳으로, 그는 여기서 지팡이와 지압봉 등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림으로써 어르신들의 발이 되어 주고 건강을 돌보는 봉사를 매일 즐겁게 이어가고 있다. 그는 어떻게 어르신들에게 지팡이를 나눠드리게 되었을까?
      “공무원을 하다가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나니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우연히 최은순이라는 할머니가 평생 어렵게 모은 3억 9천만 원의 전 재산을 전북대학교에 기부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뉴스가 작은 충격이었죠. 이런 삶도 있구나, 나도 무언가 보람 있는 여생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작은 뉴스 하나가 그의 삶을 바꿔 놓았다. 전주시청 공무원으로서 일하다 1998년에 삼천2동장으로 명예 퇴직한 그에게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터닝포인트가 찾아온 것이다. 최은순 할머니 기사를 접한 후 그는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봉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목욕 봉사였다.
     
    지팡이 제작 중인 설재천 씨

      “지인과 함께 어느 목사님이 운영하는 시설을 통해 목욕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저 역시 젊은 나이는 아니니까 목욕봉사가 쉽지는 않았지만 1년 남짓 계속 했습니다. 그런데 목욕 봉사를 하면서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지팡이였죠.”
      지팡이 하나만 있어도 어르신들이 혼자서 앉고 서는 게 편해지고, 혼자서 길을 걷는 일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것도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잡을 수 있도록 부드럽고 튼튼한 나무로 만든 지팡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지팡이 나눔 봉사가 벌써 17년째. 그가 만드는 지팡이는 그냥 지팡이가 아니다. 무병장수를 비는 진심을 담은 지팡이다. 그동안 그가 만든 지팡이만도 무려 4,000개가 넘었으니, 40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건강과 무병장수를 비는 따뜻한 마음을 전한 셈이다.


    지팡이는 나눔이자
    인생 작품


      설재천 씨는 날이면 날마다 직접 산을 누비면서 힘들게 나무를 구하고, 집으로 가지고 와서 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사포질하고, 또 불로 달구고 니스 칠을 한다. 고희를 넘긴 나이라 지팡이를 만드는 작업이 때론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어르신들이 튼튼한 지팡이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늘 새 힘이 솟는다.

     
    전북조민일보에 실린 설재천 씨 기사
     

      처음에 지팡이를 만들기 시작하던 17년 전에는 집 한켠에서 조용히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공간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마당에 나와서 만들기도 했다. 이젠 아예 작업실을 만들어서 하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단다.
      “단독주택에 23년을 살다가 잠시 아파트 생활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근데 아파트는 지팡이를 만들기에는 아주 불편한 곳이더라고요. 먼지도 나고 소음도 나니까.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이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죠. 그리고 이사를 와서 노인건강 봉사의 집도 만들고, 작업실도 만들어서 봉사를 더 맘껏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소음과 먼지 등이 이웃에게 피해가 될까 봐 하는 수 없이 매일 근처 공원에 나가서 지팡이를 만드느라 불편했는데 다시 주택에 이사를 와서 작업실을 만드니 지팡이 만드는 일이 더 즐겁다는 것이다. 또한 노인건강 봉사의 집을 만들어 놓으니 동네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도 할 수 있어서 따뜻한 정도 나누고 지팡이도 나눌 수 있어서 더 즐겁단다.
      “최근에는 지팡이에 색깔까지 넣어서 알록달록하게 만들어 드리니 어르신들이 어린애들처럼 더 좋아하세요. 지팡이 하나하나가 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만드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그에게 지팡이는 단순히 나눠드리는 물건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향한 진심은 물론 자기 인생작품이라는 의미까지 담겨 있다. 나무를 구하기 위해 1주일에 적어도 2~3번은 산에 나가봐야 하고 한번 나갈 때마다 기껏해야 지팡이 3~4개를 들 만한 나무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지팡이 제작 중인 설재천 씨2
     
      한번 산을 돌아보려면 5~6시간은 걸린다. 그만큼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하고 시간도 많이 내야 하고 체력 소모도 크다. 그래도 이 일이 힘들지 않고 지치거나 지겨워지지 않는 것은 지팡이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시고, 또 그 지팡이가 그냥 도구가 아니라 그의 인생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정성을 들이고 나날이 보람도 커진다.


    지압봉에서 약초까지
    건강 지킴이


      봉사를 하면 할수록 할 일이 늘어난다고 설재천 씨는 말한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할 당시 주로 가정복지계에서 노인정이나 경로당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다.
      그러니 나름대로 노인 복지나 관련 일에 대해서는 안목도 있고 아는 바도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노인 업무를 맡았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돌아보니, 그때는 일을 하면서 시민들과 진정으로 깊이 소통을 하는 부분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복지라는 게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잖아요. 무엇보다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그분들의 상황을 속속들이 이해하며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르신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면 자꾸 그분들에게 더 필요한 게 보여요.”
      그래서 그는 최근 들어서는 지팡이뿐만 아니라 지압봉도 만들고 있다. 특히 감태나무를 다듬어서 지압봉을 만드는데, 지압봉은 손으로 비비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서 어르신들이 무척 좋아하는 아이템이란다.
      “어르신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셔야 하는 연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압봉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 역시 나이가 많다보니 여기저기 쑤시는 데가 많은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기도 어렵고 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지압봉 같은 게 있으면 얼마나 시원하겠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노인 관련 공무를 본 경험이 있는 데다 그 역시 노인이기에 노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지압봉은 지팡이만큼 많은 나무가 들어가지 않는다. 적은 나무로도 많이 만들 수 있으니 더 많은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릴 수가 있다. 또한 지팡이를 드린 어르신에게도 지압봉을 또 드릴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꾸만 드릴 게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감사하고 기쁜 일이니까 말이다. 지팡이과 지압봉에서 그의 나눔은 끝나지 않았다. 지압봉과 더불어 산에서 귀한 약재나 약초를 구해다가 어르신들에게 가져다 드리는 일도 같이 하고 있다.
      “엄나무나 그 외에도 당뇨에 좋다는 구찌뽕나무 등과 같은 건강에 좋은 약재 나무를 구해 와서 어르신들에게 나눠 드리기도 합니다. 차를 다려 드시거나 물처럼 음용을 해도 좋죠. 이젠 아예 구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해오는 어르신들도 십니다.”
      지팡이와 지압봉을 만드는 감태나무서부터 약재까지, 그의 눈에는 어르신들에게 좋은 것들만 보인다. 이런저런 재료를 구하러 수시로 산을 다니다 보니 그는 이제 산사람이 다 되었다. 누구보다 산을 잘 타고 산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저는 아직 산을 탈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는 데에 감사합니다. 아주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산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니 제가 구해다 드리는 게 당연하죠. 지팡이든 지압봉이든 약재든,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제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다 해드리고 싶어요. 그게 사람 사는 정이죠.”
      퇴직 후 무료한 시간과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과 강가로 돌아다녔다는 설재천 씨. 그는 나눔과 봉사의 삶에 대해 눈뜨지 못했더라면 지금 얼마나 무료하고 무의미한 노년을 보내고 있을지 가끔 생각해 본단다. 그에게 봉사는 짬을 어 잠깐 하는 여가 선용이 아니라 생활의 중심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버렸다. 공무원에서 봉사자로, 봉사자이자 산사람으로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힘이 있고 열정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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