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이해하면
님비현상도 없다
육군 제13공수여단의 강하훈련장 이전·설치
육군 제13 공수여단 강하훈련장은 당초 충북 음성에 설치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2011년 괴산으로 변경했다. 괴산 주민들 역시 반대했고, 군은 주민들의 이해 없이는 훈련장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발상의 전환을 하였다. 군 시설 안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레저스포츠단지를 만들고, 모내기 등 주민 일손 돕기, 의료봉사 등으로 주민들과 적극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님비현상을 극복하면서 훈련장도 설치할 수 있었다.
진짜 사나이들을 위한
훈련장
최근 ‘진짜 사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부대의 군인들이 출연하지만 특전사는 해병대와 함께 말 그대로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군인들을 양성해내는 곳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공수강하 훈련은 ‘공수교육의 꽃’이라고 불린다. 숨이 목젖까지 차오르는 체력훈련, 수백 번을 반복해서 넘어져야 하는 착지훈련, 극한의 공포를 이겨내야 하는 모형탑 훈련 등을 거치는 생명을 건 강하를 하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숱한 담금질 끝에 국가를 수호할 수 있는 강한 특전사를 길러내는 곳 중의 하나가 13공수여단이다. 특전여단 중에서는 가장 늦게 창설된 부대이지만 그만큼 가장 세련된 훈련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특전사의 강하 훈련
2005년 5월 13일, 이러한 공수여단 특전부대원들은 정기적인 공중침투훈련을 위한 훈련장이 필요했다. 초기에는 충북 음성에 설치하기로 했으나 음성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쳐 괴산으로 입지를 변경하게 되었다. 내용을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면 2008년경 최초에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 설치하기로 했던 13공수 강하훈련장이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맞닥뜨렸다. 지역주민들은 “저지투쟁위원회”를 결성하여 연일 집회를 열고, 반대 시위를 했고,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또한, G20 정상회의라는 중대한 국가행사를 이용하여 단체행동을 기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하여 음성군 자치단체도 눈치보기식 행정으로 일관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워낙 격렬하게 반대를 하자 훈련장 부지 선정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전직 국회의원이 전임 국방장관을 면담하며 해당 지역이 훈련장으로 부적절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이를 계기로 국방부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하고, 주민 공청회를 열었는데 지자체의 비협조와 주민의 반대가 끝을 보일 기미가 없고, 피해가 덜갈 수 있는 대체 부지를 찾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결국 음성은 후보지역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피해의식이 크지 않고 관광산업 조성과 병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2011년 5월 충북 음성에서 충북 괴산 불정면 신흥리를 새로운 입지대상지로 선정하였다.
소백산맥 줄기에 위치한 충북 괴산은 백두대간을 타고 흐르는 심산구곡(深山九曲)이 유명한 곳이다. 전국 40여개 구곡 가운데 20개가 충북에 있는데, 그 중 7개가 괴산에 있을 정도로 괴산은 경치가 유려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한국 전쟁 때는 임시 피난처였던 800년이 넘은 느티나무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역이다 보니 지역주민들은 군부대가 들어올 경우 행여나 경관을 헤치거나 지역의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방해가 될까 하여 우려가 많았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거부한 훈련장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들어온다는 것이 마뜩치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역주민들 그리고 지자체와 훈련장이 필요했던 군부대 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발전과 무관한 사업을
반대한다
음성에서 반대하던 훈련장 사업이 괴산으로 옮겨졌다고 해서, 사업이 수월하게 추진될 수는 없었다. 괴산에서도 음성 주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훈련장 사업은 주민혜택과는 무관하고, 소음 등 주민생활에 불편함만 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풍양 조씨 문중에서는 지역 국회의원과 언론, 충주JC와 같은 각종 단체를 선동하여 사업백지화, 지역변경을 요청하였다.
음성 원남면에서 지역발전 기금으로 거액을 요구하고, 공동 소유부지를 매입할 것을 요청하며 반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높은 토지보상금, 훈련장에 진입하는 농로 확장, 도로 포장 지원, 훈련장 활용 수익사업 등에 예산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괴산도 왜 하필 우리 땅이냐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전형적인 님비(NIMBY)현상-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을 보였고, 이 때문에 정부와 군부대는 사업의 방향을 찾지 못했다.
강하훈련장 설치 저지 집단시위
해당 사업과 관련한 각 당사자들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군은 조속한 강하훈련장 이전·설치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들의 논리는 친군활동을 계속하고 대군신뢰를 강화하여, 지역발전과 연계된 훈련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괴산군청은 타 지역 반대 사업을 자신의 지역으로 이전한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으나 동시에 불정면 지역 경제발전에 관심이 많았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반대를 예상하고, 레저스포츠단지 조성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방안 등을 예로 들며 지역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역주민 역시 군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불신이 있었고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었다. 혐오시설로 취급받는, 그리고 주민혜택과 무관한 훈련장 설치로 인한 집값하락과 지역경제퇴보 등을 우려한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이해를 끌어낸다.
국방부는 크게 여섯 가지 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첫 번째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TF를 구성하였다. 구성인원은 참모차장 등 13명으로 구성된 육군본부 인력과 참모장 등 5명으로 구성된 13공수여단 인원이었다. 이 팀의 임무는 먼저, 주 단위 추진평가회의를 통해 갈등을 예상하고, 해소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으며 다음으로 지자체와 협의하여 해당 지역 주민 및 토지 소유자와 접촉하여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매매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또한, 각종 계약을 지원하고 친군활동을 펼쳐갔다. 이렇게 임무와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사안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고, 갈등을 최소화함으로써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로, 괴산군과 협조하여 사업추진 기반을 다져나갔다. 지휘관이 지역발전과 연계된 훈련장을 유치하겠으니 협조해달라며 괴산군을 3차례 방문했다. 또한, 괴산군 직원들을 부대에 초청하여 부대를 홍보하고, 훈련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괴산군 직원에게 수익사업의 타당성을 확인시키기 위해 잔디 재배장소를 견학하게 했고, 관·군 실무 협의를 3차례 실시함으로써 관·군 연계 사업을 협의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군은 상호 협의 하에 지역발전 계획과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군은 괴산군수로부터 민·관·군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주민을 설득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수 있었다.
세 번째로, 괴산군 주민들과 긍정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했다. 괴산군수가 주관하는 주민대표자 간담회를 열어 괴산에 레저·스포츠 단지 개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강하훈련장과 연계하여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하였으며, 이러한 훈련장 설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임을 역설하였다. 또한 주민설명회도 개최하여 새로운 마을의 비전을 제시하고 낙후된 불정면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사업임을 강조했다. 군은 강하훈련장 홍보동영상을 보여주고 질의, 답변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주민들은 지역의 경제적 발전을 기대하며 훈련장 유치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게 되었고, 토지 소유자와 주민 대표로 이루어진 자체 사업 추진회를 구성하였다.
네 번째로,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군에서는 참모장 등 5명, 관에서는 문화관광과장 등 3명, 민간에서는 추진위원장 등 10명이 대표로 참여하여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협의체를 통하여 주민과 괴산군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훈련장 사업에 대한 추진현황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 협의체를 통하여 주민 인식을 조금씩 전환해나갈 수 있었다.
다섯 번째로, 주민들과 토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친군활동을 펼쳐나갔다. 농촌일손돕기에 군인들이 투입되었으며, 특히 태풍피해복구 등을 위해 연인원 2000명이 넘는 군인이 70회에 이르는 대민지원을 나갔다. 창설기념, 위문공연 등과 같은 부대행사에 초청하였으며, 안보견학을 지원했다. 지역행사에 참여하여 특공무술, 고공강하시범 등을 보여주며 친근감을 두텁게 하기도 했다. 의료지원 봉사, 어버이날 꽃달아드리기 행사 등도 추진했으며, 고추, 복숭아, 옥수수 등 지역 특산물을 구매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주민들은 군 사업에 우호적인 태도로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으며, 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사업추진위원회가 토지소유자를 설득하였으며, 일부 반대시위를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오히려 지역주민이 앞장서서 저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끝으로, 토지소유자의 무리한 보상요구 해결을 위한 TF 활동을 펼쳤다. 감정평가업체를 추천하여 직접방문하고 매매절차를 설명하였다. 군은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평가되도록 평가법인에 적극 협조하였고, 실제로 법에서 보장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적용하여 감정평가를 실시하였다. 또한 영농, 물건 보상에 관해서도 관련법 허용 범위 내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예산을 확보해가며 소유자를 설득하여 훈련장 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추가부지까지 매입하였다.
군의 독고노인 돌봄 서비스 / 마을 주민과 군의 합동 체육행사
뿐만 아니라 주민자체사업추진위원회 요구사항에 해당하는 지속적인 대민지원, 농로 확장, 농로 포장 등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였고, 비영리 목적의 활동 허용 요구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훈련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토지 소유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주민들이 훈련장에 대한 인식을 우호적으로 전환시켜 민관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훈련장 이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훈련장 이전 사업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친근하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때 님비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의 일환으로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 특히 주효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사업이 가진 가장 독특한 특성은 20대 젊은이들이 직접 대민활동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논리보다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진심을 다해 몸으로 돕는 친군활동이 주민을 이해하고 설득하는데 큰 힘이 된 것이다. 때로는 말로 설득하기보다 몸과 몸을 부대끼며 아낌없이 돕는 것이 주민들의 이해를 끌어내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된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