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행정으로 초기에
갈등을 봉합
세종시 열병합발전소의 소음 및 악취 해소
2013.7월 열병합발전소 시범 가동시 악취와 소음으로 세종시 첫마을 주민들이 100여건이 넘는 민원을 제기했고, 입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발전소 가동 중지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세종시장은 현장에 달려가 주민 대표와의 면담, 관계기관 회의 소집, 시험가동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 주민공청회 등 발로 뛰는 행정으로 추가민원 없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기관장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갈등초기에 발 빠른 대응을 함으로써 갈등 증폭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새벽의
대소동
세종특별자치시 한솔동의 첫마을 2단계 아파트 단지 주민인 서 모씨는 새벽녘 쿵쾅거리는 굉음에 잠을 깼다. 바로 옆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듯 크고 기분 나쁜 소음이 계속 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서 씨는 귓전을 울리는 소음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때였다. 역겨운 냄새가 집안에 가득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짐승 털을 태우는 듯한 고약한 악취 때문에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가족들도 모두 갑작스러운 소음과 악취에 잠을 깼다. 한여름이라 열어두었던 창문을 다 닫고 집안에 방향제를 뿌렸다. 냄새는 조금 가시는 것 같았지만 쿵쾅거리는 소음은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파트 주변에 이런 소음과 악취를 풍길만한 곳은 없었다. 무슨 큰 사고라도 터진 것은 아닌지 답답하고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이웃들과 몇 군데 통화를 한 후에야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첫마을 2단계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가람동 열병합발전소 때문이었다. 이 발전소가 시험 가동을 시작하면서 소음과 악취가 생긴 것이다.
서 씨는 열병합발전소가 환경친화적인 방식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시험 가동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동안의 믿음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을지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대처해서 민원을 제기한다니 이 움직임과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어서 사태가 잘 해결되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세종 열병합 발전소
2013년 7월 20일, 세종특별자치시 가람동에 건설된 세종열병합발전소는 가스터빈 1호기의 첫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소음과 악취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발전소와 지근거리에 있는 첫마을 2단계 입주민들을 고통을 겪으며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열병합발전소 시험 가동 후 세종시 녹색환경과의 전화기들은 쉴새 없이 울려댔다. 소음과 악취 관련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 서류민원도 끊임없이 접수되었다. 시험 가동 후 악취와 관련된 민원서류만 해도 100여 건에 달할 정도였다.
첫마을 2단계 입주민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는 열병합발전소 문제로 뜨거워졌다. 항의와 불만을 담은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며 주민의 두려움을 더욱 키우기도 했다. 발전소와 거리가 가장 가까운 6단지에서는 입주민 주도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그리고 발전소 가동 중지 등을 요구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세종시는 악취와 소음 소동이 일어난 7월 22일 발전소 시험 가동을 중단시켰다.
문제의
발단
문제가 된 열병합발전소는 무엇인가? 열병합발전소는 한마디로 하나의 에너지원으로부터 열과 전력을 동시에 발생시켜 용도별로 적절히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수력·화력·원자력 등 기존의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므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열은 모두 버린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는 발전 시설과 열 생산시설을 각각 갖추고 있어 유형이 다른 두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해서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이용 효율이 높다.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공해 방지 시설을 통한 집중 관리를 함으로써 환경 개선에 이바지한다. 다양한 연료를 쓰기 때문에 폐자원 활용도를 높이고 석유 의존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유럽 선진국에 널리 보급된 열병합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아파트 단지, 호텔, 고속버스 터미널 등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세종시 열병합발전소가 완공되면 효율적으로 전력과 열을 공급해서 새로 조성된 정부청사와 10만 세종시민의 편익 증진에 큰 도움을 주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 바람과는 달리 시험 가동부터 문제를 일으키면서 우려를 자아낸 것이다.
열병합발전소 측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 시간에 쫓겼기 때문이다. 세종열병합발전소는 2007년 11월 산업자원부로부터 집단에너지 사업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발전소 건설 계획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곡절을 겪은 후 2011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총사업비 4,500억 원 규모로 공사가 착공되었다.
첫마을 주민이 입주하기 전에 발전소 건설과 시험 가동을 모두 끝내고 원활하게 운영하고 있었어야 이상적이다. 그러면 이런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 여유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민이 입주한 후에 시험 가동을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기존 도시 에너지 공급 시스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아 신도시의 필수 기반 시설로 꼽히는 열병합발전소라 할지라도 그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민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짧은 공사 기간에 쫓겨 충분한 준비 없이 시험 가동에 들어간데다 주민 대상의 사전 고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탓에 인근 주민은 한밤중과 새벽에 깨어나 소음과 악취로 고통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열병합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악취
발로 뛰는 행정을 통한
문제 해결
세종시는 즉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문제를 유발한 열병합발전소를 찾아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리고 불편을 겪는 주민을 직접 만나 경위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행정을 전개한 것이다.
먼저 7월 24일 열병합발전소 현장 확인에 나섰다. 우선 소음이 일어난 이유를 파악했다. 시험 가동에 맞춰 배관 내부 이물질 제거를 위한 증기 세척을 했는데 여기서 큰 소음이 생겼다. 거기다 소음기의 용량이 부족하고 발전소 외벽 또한 완벽하게 설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이 소음 피해를 겪게 된 것이었다. 악취는 배관 부식 방지를 위해 사용한 방청제가 연소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세종시는 발전소 측에 소음과 악취를 없앨 대책을 수립하고 주민에게 사전 설명을 하고 난 다음에 시험 가동을 재개하도록 지시했다.
이어 7월 26일에는 피해를 겪은 첫마을 6단지 주민 대표와 시장이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 열병합발전소 관계자도 함께 참석했다. 주민대표와 세종시가 시설 보완을 확인한 후에 시험 가동을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7월 29일 주민 대표, 세종시, 행복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기구.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기 전까지 시의 행정업무를 대행했으며, 시 출범 후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완공될 때까지 도시 건설의 시행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LH공사, 열병합 발전소 관계자가 참석하여 시험 가동 재개 결정을 위한 현장 확인을 했다. 이때 소음과 악취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 사항이 이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주민에게 철저히 안내한 후 시험 가동을 시작하기로 논의했다.
7월 30일 시험 가동이 재개되었다. 이 자리에 시청 환경보호 담당을 비롯한 네 사람이 현장을 확인했는데 소음을 측정하고 악취 시료를 채취하였다. 그리고 시험 가동 중 악취가 발생하자 즉시 가동을 중단하고 미비점 보완에 나섰다. 8월 6일과 7일에 시험 가동이 재개되었다. 이 자리에 주민 대표와 세종시 및 행복청 관계자가 참석하여 현장을 확인했다. 시험 가동에 따른 소음과 악취가 미미해서 주민 대표단이 충분히 이해한 후 가동을 종료했다.
8월 11일 다시 시험 가동 현장 확인이 있었다. 세종시 녹색환경과장을 비롯한 세 사람이 참석하여 시설 가동에 따른 소음과 악취 발생을 확인했다. 악취는 감지되지 않았지만 소음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했다.
따라서 8월 14일 소음 측정에 나섰다. 측정소음도(전체 소음)와 배경소음도(기존의 소음) 사이의 차이가 3dB 미만으로 나타났다. 열병합발전소가 소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이었다. 이로써 열병합발전소 시험 가동에 따른 문제점 보완이 끝났다.
그러나 세종시는 그동안 피해를 겪은 시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신뢰를 모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8월 21일, 첫마을 6단지 입주자 대표회의 주관으로 세종시장과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열병합발전소 시험 가동에 따른 소음과 악취 피해를 보고하고 주민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8월 27일에도 세종열병합발전소 주관의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주민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신속한 대응,
현장 중심의 열린 행정
세종시는 열병합발전소 시험 가동으로 빚어진 소음과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증기 배출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운전 방법을 개선하고 용량이 큰 가설 소음기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증기 세척 배관 보완, 방음벽 추가 설치, 건물 차폐 등을 통한 소음 저감을 지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세종시 녹색환경과 공무원들은 열병합발전소 주변과 첫마을 인근에서 매일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환경 피해 예방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시장도 큰 관심을 보였다. 주민 피해 방지와 갈등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와 발전소 관계자를 시청으로 초청해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안 마련을 모색했다. 주민, 세종시, 발전소 3자 간 협의를 통해 주민 피해 없이 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만전을 가했다. 또한, 주민 공청회에 참석해서 주민 지원 기금 활용 방안과 환경오염 피해 대책을 설명함으로써 주민의 이해를 구하고 신뢰도를 높였다. 사태가 해결되어 갈등이 진정된 이후에도 환경 모니터링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열병합발전소 시험 가동에 따른 소음과 악취 발생 문제는 세종시의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통해 비교적 빨리 해결되었다. 발전소 가동도 곧 정상화되었다. 이것은 세종시가 소음과 악취 등 환경 문제를주민 삶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보고 높은 우선순위와 큰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 발생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갈등과 불신이 더 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현장을 직접 찾아 살피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한 것도 돋보였다.
그리고 문제점과 그 해결 과정을 주민에게 공개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문제 해결 이후 세종시에는 열병합발전소 관련 민원이 단 한 건도 들어오고 있지 않다.
이렇듯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높은 행정 능력이 요구된다. 이는 주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갈등이 빚어진 바로 그 자리에서 직접 문제와 맞부딪치며 발로 뛰는 현장행정 역시 효과적이다. 문제와 그 해결 과정을 숨기지 않고 주민에게 공개하는 열린 행정도 신뢰를 불러온다. 세종시는 열병합발전소 시험 가동 문제 해결에서 이러한 행정력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