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와 함께 마음까지 보듬다!
[경기도 부천시자원봉사센터]
"경기도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로 정리수납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을 만들어 지역의 저장강박, 정신장애인, 우울증 등을 앓고 있어서 환경 정리를 하지 못하는 가정을 찾아가 정리수납을 도와드리는 일이다. 정리수납 봉사활동은 단순히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유해주고 지역 주민의 관심을 이끌어 냄으로써 주민 통합의 계기가 되고 있다."
정리수납 봉사의 필요성
“장애인,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가정들은 건강이나 경제적인 이유, 생활의 고됨 등의 이유로 환경 정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정의 환경 정리는 단순히 정리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경우 우울감이나 각종 정신 질환, 마음의 병을 야기할 수 있고 그러한 영향이 다시 생활 전반에 미치게 되므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주변의 이웃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가정환경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장 강박이라 불리는 일명 ‘쓰레기집’ 같은 경우 악취가 나고 해충이 들끓어 이웃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이웃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기 때문에 민원 신고의 1차적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관내에 있는 취약계층의 가정환경 정비 문제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취약계층 본인들에게 도움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지저분한 가정으로 인한 주변 이웃들의 피해, 그로 인한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그것은 정리수납 봉사가 일반 봉사와 달리 개인 단위의 봉사자가 하기에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분야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전문 봉사단을 조직하고 체계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정리수납 봉사자를 모집할 때부터 자격조건을 해당 분야의 전문교육을 받고 자격증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봉사자들을 선발한 다음 상담기법 등의 추가 교육을 실시하여 보다 원만한 봉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전문교육을 이수한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정리수납 전문 봉사단을 구성, 지역의 취약계층 가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리도 해주고 마음도 만져주고
지난 해 5월 부천시 원미동에 쓰레기집이 있다는 주민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부천시자원봉사센터는 가정의 아버지와 연결해 허락을 받은 후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을 투입했다. 아버지는 원래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첫째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었다. 막내는 7살에 불과하여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였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과 아버지의 무기력함으로 어머니는 가출한 상태였고 아버지는 상심한 나머지 저장강박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현장의 모습은 참혹했다. 물품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발 디딜 틈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채 지내고 있었고, 옷, 책, 음식 등 여러 후원단체들로부터 물품을 지원받고 있었지만 전혀 활용을 못한 채 쓰레기로 쌓여있었다. 해충과 악취까지 겹쳐 어린 자녀들의 위생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15명의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은 투입 즉시 집안 쓰레기를 치우고 물품을 정리했다. 1.5톤 트럭 2대 분의 쓰레기가 나왔다.
이러한 정리수납 봉사 이후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집안 환경이 달라지자 집을 나갔던 엄마가 돌아왔고, 엄마가 돌아오자 아빠가 우울증을 극복하여 다시 일을 찾게 되었고 그 후로는 다른 보통의 가정들처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은 매월 2~3회씩 저장강박 가정을 찾아 정리와 청소를 돕는 등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저장강박이라는 증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시고, 그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습니다.”
저장강박이란 강박 장애의 일종으로 저장강박장애 저장강박증후군 또는 강박적 저장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증세는 어떤 물건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보관해 두어야 할 것인지 버려도 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무조건 쌓아두는 것을 말한다. 저장강박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집은 시간이 갈수록 일명 ‘쓰레기집’으로 변해간다. 바퀴벌레 등 해충이 들끓고 악취까지 심해서 가족들의 위생 건강도 위험해지고 이웃들의 불편도 적지 않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는 정신장애, 우울증 등의 원인으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된 저장 강박증에 대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가정과 지역을 바꾸는 정리수납의 힘
다듬고 보듬고의 봉사는 주로 유관기관이나 개인 등의 신고, 사전 연락 및 가정방문, 기관 담당자와의 면담, 현장 봉사 등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는 본격적인 정리수납 봉사활동 이전에 가정의 상태나 대상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무엇보다 대상자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존감을 손상시키지 않는 충분한 배려 속에서 정리수납 봉사에 대한 허락을 받아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부천시자원봉사센터는 단순히 가정 내의 환경을 정리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장강박을 앓고 있는 가족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정리수납 봉사 이후에는 도배·장판 등 집수리, 가구교체 후원 기업 연결, 자녀학습 지도 자원봉사자 배치, 상담센터 연결 등의 후속적인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회적인 정리수납이 아니라 스스로 정리하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봉사대상자에게 정리수납의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정리수납 봉사의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정리수납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봉사 대상자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 치유하는 마인드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은 대부분 40~50대의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봉사 대상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현장 봉사활동을 나가기 전에 봉사 대상자와 대상 가정에 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충분히 함으로써 그러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장강박 증상이 있는 대상자 대부분이 우울증 및 정신장애를 겪고 있고, 이들의 특성상 무기력증이나, 대인기피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세심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성을 위하여 봉사단을 모집할 때부터 정리수납에 대한 자격증이 있거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며 모집 이후에도 3주간 총 5회에 걸쳐 실시되는 정리수납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한다.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이 뛰어난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은 이러한 전문적인 교육 덕분이다.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 봉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 저장강박을 앓고 있는 분의 가정을 방문했을 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우리들의 도움이 정말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정리수납 봉사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정리수납 봉사활동 후 그 가정을 다시 방문했을 때 처음보다 정리를 잘 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엇보다 얼굴 표정이 밝아지고 긍정적인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정리수납이 그분들의 삶까지 보듬어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의 사업 담당자는 이 사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의 활동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저분하고 각종 해충과 악취가 가득한 집들을 겉모습뿐만 아니라 거주자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줌으로써 환경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가족의 삶까지도 바꿉니다. 또한 지저분한 가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던 이웃 주민들의 환경도 정갈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웃 주민들의 적극적 협조와 관심을 통해 주민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주민센터 담당자들의 협조와 정보 공유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의 협력으로 이루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저장강박뿐만 아니라 정신 및 신체장애인 가정을 대상으로도 정리수납 봉사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부천시자원봉사센터의 다듬고 보듬고 봉사단 활동은 2014년 경기도자원봉사센터 공모지원사업으로 선정되었으며, 도내 최우수 프로그램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도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이슈가 된 바 있으며, 다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