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딱 맞는 주민공동체!
[충청남도 서천군청]
"서천군의 12개 읍면에서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주민 스스로 복지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으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여 복지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회장, 감사, 이사, 실행팀을 구성하고 법인 등록을 추진하는 등 탄탄한 조직 구성, 후원금, 특별회비, 물품 지원 등의 상시 접수를 통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로 공적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필요한 부분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이다."
자생적 복지공동체
2005년 서천군 서면사무소에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그해에도 평년처럼 많은 주민들이 복지 혜택을 신청했다가 자격조건 때문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민들의 고충을 바라보는 서면사무소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평소에는 그저 안타까워하는 데에서 끝났지만 2005년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항상 실망하는 분들이 생겨요.”
“어려운 여건을 우리가 제일 잘 아는데 못 도와 드리니 안타깝네요.”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예산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해봅시다.”
“그래요. 우리가 돈을 내고 직접 수고를 해서 더 많은 사람을 도와주는 거예요.”
“십시일반으로 하면 부담도 크지 않을 테고.”
“주민들도 참여시켜 나가면 서로 도울 수 있습니다.”
면사무소 공무원들은 주민들과도 협의를 했다. 동네 이장은 물론 주민들을 찾아가 의논하면서 도전해 보기로 서로의 뜻과 마음을 모았다. 그렇게 해서 2005년 ‘서면사랑후원회’가 시작되었다. 서면사랑후원회로 시작한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가 이제는 서천군 전체에 12개가 되었다. 총 13개 읍면 중에서 12개가 복지공동체를 만들고 서천읍 한 지역만 아직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가 생기지 않았다. 서천군청의 사업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100%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서면에서 공무원 몇 분이 발상을 하고 주민들과 힘을 모아 시작했으니까요. 그런 자생적인 복지공동체이다 보니까 마을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분위기도 좋아지는 등 성과가 컸고, 옆 읍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면서 널리 전파되어 12개 복지공동체가 생긴 것입니다.”
여러 읍면에서 유사한 복지공동체를 만들어 가자 서천군청에서도 나서게 되었다. 각각의 읍면별로 내버려 두지 말고 총괄적인 관리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복지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서천군청에서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제각각의 이름을 가진 복지공동체들을 아울러 ‘사랑 나누리’란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지원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2005년부터 주민들의 자발적 의지에 따라 민간복지단체를 조직하기 시작하여 2015년 4월 현재 13개 읍·면 중 12개 읍·면(92%)에서 후원회를 조직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 딱 맞는 사업 전개
“판교면 판교나눔사랑후원회는 설을 맞아 저소득 가정 50세대와 경로당 26곳에 떡국, 소고기, 김, 모시떡 등의 선물세트(500여만 원 상당)를 전달했다.”
“화양면 화양사랑후원회는 화양초등학교를 방문, 학교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200만 원을 기탁했다.”
“마산면 마산사랑후원회가 마산초등학교를 방문해 인재육성금 220만 원을 전달했다.”
서천군의 12개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는 저마다의 지역을 위해 다양한 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각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들의 사업을 보면 장항사랑나눔회는 빨래방 운영, 목욕 서비스, 난방비 지원을 한다. 마서사랑후원회의 사업은 집 고치기, 교복 구입비 지원, 명절상품권 지원 등이다. 화양사랑후원회는 차상위계층 지원, 난방유 지원, 중식 제공 등이고, 기산솔바람공동체는 문화체험 활동, 반찬 배달, 명절 위문 등이다. 한산한울타리후원회는 수양부모 수양자녀 결연사업을 벌이고 마산사랑후원회는 진료보조 택시바우처, 재래식 화장실 정화사업 등을 실시한다. 시초사랑후원회는 복지기금 조성, 독거노인 생일상 차려 드리기 등을 하고, 문산사랑의좀도리는 좀도리 쌀독 기부창구 운영 등을 한다. 판교나눔사랑후원회는 어르신 따뜻한 겨울나기, 장학금 지원 등의 사업을 가지고 있고, 희망종천후원회는 주택안전점검사업, 동절기 난방유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행복비인후원회는 목욕사업, 풍수해보험 가입, 장학사업 등이 해당하고, 복지공동체의 시발점이었던 서면사랑후원회는 성인 문해학교, 위기가정 지원, 집수리 등의 사업을 가지고 있다. 서천군 사업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2개 복지공동체들은 저마다 복지공동체의 이름도 다르고 사업 내용도 다릅니다. 지역 특성에 맞게 복지공동체의 이름도 짓고 활동 내용도 다르게 개발하여 추진하기 때문이지요. 또 각 복지공동체마다 주력하고 있는 대표사업이 다릅니다. 지역에서 가장 시급하거나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대표사업으로 정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화양사랑후원회는 동절기 난방비 걱정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저소득가구가 증가하자 저소득층 난방유 지원 사업에 주력하고 있으며, 마산사랑후원회는 농어촌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이라 마을 주민들의 교통편의 시설에 대한 시책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진료보조 택시바우처 사업을 대표사업으로 정하고 집중하고 있다. 또한 행복비인후원회는 비용과 이동불편 등으로 목욕을 하지 못하는 주민이 많아 위생문제가 발생하자 저소득 어르신 목욕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면사랑후원회는 공적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들이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해 영양실조 등의 위험에 노출되자 재능기부 밑반찬 지원 사업을 대표사업으로서 펼치고 있다.
이처럼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는 관 주도의 일방적·일시적·획일적인 복지사업을 지양하고 지역의 욕구와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복지사업을 발굴·추진함으로써, 지역에 딱 맞고 수혜자에게 딱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의 힘을 모아 모아
복지공동체는 탄탄한 조직 구성을 자랑한다. 후원회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적인 조직구성을 보면 회장, 부회장, 총무, 감사, 고문, 간사(읍면사회복지팀장) 등으로 구성된다. 주민들로 이뤄진 조직인 동시에 관과 협력을 하고 있는 체제이며, 업무 파트별로 후원회 지원팀, 이웃사람 실천팀, 생활불편 정비팀 등으로 나누어 사업을 펼쳐나간다.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를 맡고 있는 한 후원회장은 기관단체장 회의에 참석하여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사랑 나누리 후원회 활동이 읍면사무소 업무의 중심이 되면서 후원회장은 자연스럽게 읍면의 기관단체장이 되고 복지사업으로 중심이 이동함에 따라 복지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후원회 활동의 재원은 관이 아니라 민이 마련한다. 즉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 후원회에서는 회비를 1만 원으로 할 것이냐 5천 원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5천원으로 정한 사연을 이렇게 밝혔다.
“한 이장님께서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조언해 주셨습니다. 만 원부터 시작하면 후원금은 많이 모을 수 있겠지만 후원자는 많이 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서 후원회비를 5천 원으로 정했죠. 이렇게 후원금을 포기하고 후원자를 선택하긴 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후원회 활동은 전적으로 주민의 참여로 이뤄진다. 한 후원회에서 활동을 시작하던 즈음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발송하고 난 후 며칠이 지난 즈음 한 주민의 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었다.
“그분이 후원회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저는 목수입니다. 잘 살지도 나누어 줄 것도 없는데 후원회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시작한 그분은 지금까지도 집수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 팀장으로 승진까지 하셨습니다.”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가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첫째로는 체감할 수 있는 주민통합 효과를 들 수 있다. 주민들이 똘똘 뭉쳐 조직하고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운영되고 주민들 스스로 느끼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개발하여 활동하고 있는 만큼 모든 것이 주민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것도 주민 한 사람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힘을 모아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체감할 수 있는 주민통합의 효과가 큰 것이다.
둘째, 복지사각지대를 발굴·지원하는 성과가 탁월하다. 아무리 공공서비스의 눈이 미치기 힘든 곳이라도 주민의 눈에는 보인다. 복지사각지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주민이기 마련인데, 사랑 나누리는 주민들이 나서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효과가 탁월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는 공적 지원의 선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질적인 저소득층과 숨어 있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일등공신으로서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환경을 복지서비스로 개선하고 있다.
셋째, 서천군청 행정을 변화시키고 복지의 위상을 높였다. 주민에 의한 복지공동체의 다양한 활동으로 인해 읍면 행정에 있어 복지가 중심이 되었고 복지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서천군청 사업 담당자는 복지공동체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의 민간에서 추진하는 복지사업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저소득가정의 자립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실정을 잘 알고 공적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지원 대상을 발굴하여 복지와 연계할 수 있는 인적 안전망 역할을 각 복지공동체들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 나누리 복지공동체는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농어촌지역이 갖고 있는 열악한 환경을 지역 특성에 맞춘 복지 서비스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한편, 12개 후원회 중 장항읍, 마산면, 비인면, 서면의 4개 지역 후원회가 비영리민간단체로 법인 등록을 완료했다. 서천군청은 후원금, 복지자원 등의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지역 주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비영리단체 법인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