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군민이 통(通)하는 나눔 공간
[전라북도 부안군청]
"전라북도 부안군청이 지역의 부안상설시장을 새롭게 조성하여 지역의 관광 명물이자 지역 주민들의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상인들에게 온라인 홍보 및 디스플레이,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여 상인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상인 동아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경쟁으로 멀어진 마음을 하나로 묶었다. 또한, 고객쉼터를 만들고 부안상설시장만의 대표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고유의 브랜드를 개발하여 포장에 활용함으로써 ‘오고 싶은 시장, 머물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문화와 소통이 숨쉬는 전통시장
허름한 공간, 어르신들이나 가고 젊은 사람들은 기피하는 곳,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한 곳. 이러한 것들이 전라북도 부안상설시장에 대한 예전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러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부안상설시장의 변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상설시장은 부안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시장 기능을 수행하는 곳으로 지역경제 및 문화의 교류지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인근 지역에 중·소형 마트, 대형마트 및 SSM이 입점하면서 방문객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었다.
특히, 부안상설시장의 상인 연령층이 고령화되어서 고객 서비스의 품질이나 다양성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젊은 층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안군의 인근 도시인 전주, 군산, 익산, 김제 등에 대형 할인마트가 입점하여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경쟁력을 상실해서 이용객 유출이 불가피합니다.”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서야 합니다. 먼저 시장이 변해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전라북도 부안군청의 ‘부안상설시장 문화관관형시장 육성사업’의 결과이다. 이 사업은 지역의 문화·관광자원 및 특산품 등과 연계를 통해 특성화시장으로 육성하여 전통시장의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라북도 부안군청은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부안상설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문제점은 또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 우선 시장 상인들 대상으로 의견 수렴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좋은 생각을 얻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도 실시해서 주민들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상인들과 주민들의 좋은 생각을 합하여 부안상설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꿈꾼 것이다.
넉넉한 상인들의 자부심 편리한 소비자들의 만족
부안군청은 부안상설시장을 새롭게 육성하기 위해 첫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OR코드, 앱 을 보급하고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개설함으로써 쇼핑을 현대화하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증진했다. 둘째, 상인들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상인 동아리, ICT 교육, 선진시장 견학,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상인들의 결속과 자긍심을 높여주는 한편, 시장의 대표 브랜드 개발을 통해 지속발전 가능한 수익사업을 발굴했다. 셋째, 기반시설사업으로 전시관, 판매장, 체험관 등 각종 체험공간 등을 조성했다. 넷째, 이벤트 사업으로 관광객과 소비자가 즐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업의 방향에 대해 부안군청의 사업 담당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저희 사업이 일반적인 전통시장 살리기와 다른 특징은 상인들의 자긍심과 결속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인들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이 즐거워져야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원래 상인들 사이에는 동종업체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통이 단절되어 있었다. 부안군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인들만의 동아리를 만들거나 상인들이 휴식과 소통을 즐길 수 있는 이야기 공간, 카페 등 소통과 교제의 장을 마련했다.
첫 상인 동아리 모임이 생긴 것은 지난 2014년 8월. 상인들은 ‘인생 머 있간디? 신나게 활기차게’란 주제로 모였는데 이 동아리에서는 댄스 스포츠, 요가, 난타 프로그램을 열었다. 동아리 조직 전 설문조사에 따라 상인들의 요구를 반영해서 그런지 모집 2일 만에 65명의 모집인원이 마감되었다.
또한, 부안상설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고령화되어서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 SNS나 ICT 기술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 열악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현실 안주의 사고방식, 해오던 대로 하려는 타성 등의 한계가 있었다.
부안군에서는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상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여 SNS 및 온라인을 통한 홍보 마케팅을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교육 외에도 디스플레이 교육, 서비스 마인드 교육 등 시장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요한 교육 등을 실시했다.
상인과 고객들에게 가장 환영을 받았던 것은 시장의 대표상품 및 대표 브랜드 개발이었다. 부안상설시장이 종합시장이라는 장점은 있었으나 수산물 외에는 소비자들을 끄는 대표 상품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한 것이다.
“우선, 청년상인 발굴로 간장 새우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참뽕, 오디, 간고등어, 해산물, 청정농산물 등 여러 군을 연결하거나 장점을 강화하여 부안상설시장만의 대표 상품으로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상인들이 여는 설숭어축제 때는 가족 세트 메뉴 등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를 개발하여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대표 브랜드 개발도 효과적이었다. 부안상설시장 로고가 찍힌 포장지로 물건이 포장되고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때마다 부안상설시장의 이미지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부안군청은 상인들을 위한 사업 외에도 고객들을 위한 사업도 추진했다. “요즘 젊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잘 오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고객편의시설 부족입니다. 대형마트에 가면 앉아서 쉬고 먹고 놀 공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끼리 만나서 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전통시장은 그러한 시설이 미비하니까요. 이에 부안군에서는 고객편의시설을 확충해 나갔습니다.”
사업 담당자의 말처럼 부안상설시장은 단순히 매매 장소에 머물러 있을 뿐 고객이 편안하게 휴식과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부안상설시장에서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인 수산전 인근에 고객 쉼터를 조성하여 언제든지 앉아서 간단한 음료와 더불어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으며, CCTV까지 달아서 쉬면서 자신이 주문한 회를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외에도 시장벽화작업을 통해 오고 싶은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노래자랑, 요리경연대회, 각종 체험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여 지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안상설시장은 허름한 전통시장이 아니라 문화관관형 시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시장을 바꾼 통합의 힘
“예전에는 같이 놀 사람도 별로 없고 하루 종일 장사가 안 되면 속만 태우다가 들어왔는데, 요새는 시장 나오는 게 즐거워졌죠. 손님도 늘었고 동아리에서 춤 배우는 것도 재미있어요.”
“시장의 대표 브랜드를 개발하니까 위상이 딱 서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 시장 상인이라는 데에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SNS를 배워서 요즘 시장 홍보에 사용하거든요. 그런 것도 배우고 할 수 있게 되니 조금 자신감 있게 장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부안상설시장이라고 로고가 찍힌 포장지, 박스를 이용하여 포장을 하니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부안상설시장의 변신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였다. 부안군은 상인회를 중심으로 부안군 TF팀, 자문단, 상인회, 실무사업단의 협조체계를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했다. 자문단에는 문화예술, 지역축제, 마케팅, 디자인, 스토리텔링 전문가 및 고객자문단까지 포함하여 각계의 전문가 및 고객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도록 했다.
또한 매월 전체회의를 통해 부안상설시장과 부안읍권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사업 결정 사항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 민(부안상설시장 상인회), 관 (부안군), 전문가(사업단), 자문위(군민)이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매주 민(상인회), 관(부안군), 전문가(사업단) 측에서 함께 매주 실무회의를 통하여 전체회의 결정안의 범위에서 사업의 구체적 방안을 협의해 나갔다.
부안군청에서는 부안상설시장 변신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장은 교제와 통합의 장소입니다. 상인들과 상인들의 소통, 고객과 상인들의 소통, 시장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젊은 사람과 노인 세대의 소통 등 우리네 시장은 만난의 장소였고 정을 나누는 장소였죠. 그러한 의미를 부안상설시장이 다시 살렸습니다. 그냥 말로만 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런 여건을 조성해 나간 것입니다.”
한때 칙칙하고 젊은 고객들이 등을 돌리던 부안상설시장. 그러나 관과 민이 손을 잡고 상인들 간의 갈등을 허물고 고객의 마음에 다가서려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지역특산물, 풍부한 관광자원, 지역 축제와 연계된 문화관광의 즐길 거리가 있는 새로운 관광명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