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에 발간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라는 처세술에 관한 책이다. 1948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종의 번역본이 발간된 이 책에는 독일 황제 빌헬름 2세(Wilhelm Ⅱ, 1859~1941)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등장한다.
△빌헬름 2세의 『중국의 태극』표지 ⓒ『우주를 품은 태극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빌헬름 2세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멸받는 인물이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네덜란드의 도른(Doorn)시로 망명한 그에게 독일 국민까지도 등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1922년 1월 어느 어린 소년이 사랑과 존경심이 넘치는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 빌헬름 2세는 소년과 그 어머니를 초청했으며, 그해 11월 소년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중국의 태극』에 소개된 태극기 ⓒ『우주를 품은 태극기』
제1차 세계대전 패배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채 폐위당하고 네덜란드로 망명해야 했던 독일의 빌헬름 2세, '카이저(황제: Kaiser)수염'이라는 용어는 양끝이 위로 올라간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에게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신체장애(왼팔 발육부진)를 타고났으나, 학구적이었으며 지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했다. 사실 그는 신념과 용기를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독일통일의 주역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던 비스마르크를 몰아내고 황제로서의 권위를 찾은 것이 그 예이다.
△중국의 태극, 한국의 태극 ⓒ『우주를 품은 태극기』
특히 그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우리가 기억해둘 만한 인물이다.
첫째, 1902년 고종황제가 일본의 대한제국 침탈 음오를 폭로하는 서한을 세계 각국의 지도자에게 보냈을 때, 빌헬름 2세만이 고종을 '한국 황제(Kaiser von Korea)'라고 호칭하고 자주성을 인정했다.
△『중국의 태극』에 실린 각국의 태극 문양(1934년) ⓒ『우주를 품은 태극기』
둘째, 1933년 10월 27일 네덜란드의 망명지인 도른에서 태극에 관한 강연을 하고, 이듬해 그 내용을 『중국의 태극』(Die Chinesische Monade)이라는 제목의 책자로 발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태극에 대한 그의 관심이 태극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