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의 일본 국기에 관한 논문이 수록된 학술지 ⓒ『우주를 품은 태극기』
『아시아학회 일본지부 회보』 제 22권(1894년)에 실린 애스턴의 논문 『히노마루, 또는 일본 국기』 (The Hino Maru, or National Flag of Japan)는 태극기 연구에도 귀중한 사료다.
이 논문에서 애스턴은 우선 고대 중국의 제정일치 사회를 소개한다. 황제는 'Son of Heaven'(하늘의 아들), 즉 태양으로 간주됐으며, 음양의 원리에 따라 그의 깃발에 호랑이, 용 등의 형상이 사용됐다고 말한다. 또한 황제가 행차 할 때, 주작(朱雀) 깃발이 앞에 서고, 뒤에는 현무(玄武), 왼쪽에 청룡(靑龍), 오른쪽에 백호(白虎) 깃발이 뒤따른다고 설명한다.
△애스턴이 소개한 중국 깃발 ⓒ『우주를 품은 태극기』
그는 이런 중국의 전통이 일본에 전해져 유사한 깃발들이 일본의 왕궁에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즉, 기원 후 700년 1월 1일 Taikyoku Hall(태극전: 太極殿)에서 어전회의가 열렸는데, 정문에 까마귀 형상의 깃발 하나가 세워졌고, 왼쪽에는 태양, 청룡, 주작 형상을 그린 깃발들이, 오른쪽에는 달, 현무, 백호 형상이 그려진 깃발들이 걸렸다는 것이다.
△애스턴이 소개한 일본 깃발 ⓒ『우주를 품은 태극기』
또한 그는 일본의 시조왕(始祖王)이 험한 길을 개척할 때 안내했다는 야타가라수는 다리가 셋인 태양까마귀(陽鳥: 양조)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과거 일본에서는 태양 속에 까마귀가 들어있는 깃발이 사용됐는데, 1859년 문호개방 때 태양만 그려진 일장기가 국기로 됐으며, 일본 왕실은 역경(易經)의 이진법에 따른 16개 잎이 달린 국화 문장을 쓰게 됐다고 설명한다.
△애스턴이 소개한 태극기 ⓒ『우주를 품은 태극기』
애스턴은 태극기와 일장기의 디자인이 사뭇 달라 보이지만, 근본에 있어서는 동일한 아이디어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즉, 태극기 중심부의 서로 휘감기는 콤마 모양의 태극과 주변의 4괘에는 역경의 우주 근원에 관한 음양 사상이 반영되었는데, 이는 일장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참고로 논문에 실린 삽화는 영국 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태극기 모형과 매우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