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게양의 역사는 나라에 다라 다르고 게양 방식도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의 경우, 현충일과 국장 또는 국민장의 경우에 조기를 게양한다. 대한제국 시대에도 장충단 제사, 황실 장례식에 조기가 게양됐을 것이다. 알렌이 집필한 『한국: 사실과 허구』 (Korea: Fact and Fancy)에는 주한외국공관이 1903년 3월 국장(國葬) 시 조기 게양 일수에 관한 규칙을 채택했다는 내용이 보인다.
1883년 태극기 반포 이후 1910년까지 치러진 국장은 두 차례다. 1)1890년 10월 12일 신정왕후 국장 2) 1897년 11월 22일 명성황후 국장이 그것이다. 신정왕후 국장 때 태극기 사용은 분명치 않지만, 명성황후 국장 때는 시위대 기마병이 태극 사괘기를 들고 행렬한 기록이 보인다. 따라서 최초의 조기 게양은 1897년 명성황후 장례식으로 추정된다.
△홈스가 촬영한 남대문시장 ⓒ『우주를 품은 태극기』
한편, 공공건물이나 행사가 아닌 상점이나 가정집에도 태극기가 게양된 사진 두 장이 현존한다. 바로 1세기 전 버튼 홈스(Burton Holmes, 1870~1958)라는 미국인이 촬영한 사진이다. '할리우드 스타의 거리'에 이름이 새겨질 정도로 명성이 높았던 그는 영화제작자, 여행가, 사진작가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홈스는 통역(박기호)의 가족사진을 컬러로 책의 첫 면에 실었음 ⓒ『우주를 품은 태극기』
사진기와 영사기를 들고 전 세계를 누볐던 그는 1901년 총 10권 분량의 『버튼 홈스의 여행전집』(The Burton Holmes Lectures, 1,000부 한정판)을 발간했다. 이 중 제10권에는 우리나라에 관한 컬러사진 한 장과 흑백사진 132장이 실렸는데, 홍유릉(1919년 고종황제와 명성황후가 합장된 능) 건축현장과 그곳에 이르는 도로 건설, 기차·전차 승객, 궁중무용수, 통역과 그 가족 등 희귀한 사진들이 많다.
△홈스가 촬영한 상복 입은 남자
그중에서도 1) 태극기가 게양된 여러 상점 및 주택이 보이는 남대문시장 2) 태극기가 게양된 집 앞을 상복에 삿갓을 쓰고 걸어가는 인물은 매우 특이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홈스는 왜 공공건물도 아닌 상점 혹은 주택에 태극기가 걸려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홈스의 방문 시기가 1901년 4~6월로 알려졌으므로 두 장의 사진은 1901년 5월 9일 장충단 초혼제가 치러질 즈음에 서울 거리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기 사진이 아닐까 한다. 설사 아니더라도 공공건물이 아닌 민간건물에 태극기가 게양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