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통합위원회 / 홍순경 위원님
·통일정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탈북자동지회 회장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현)
저는 평소 통일에 관심이 많아 평화재단의 통일의병에 몸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홍순경 위원님과의 인터뷰가 더 없이 반가웠습니다.
홍순경 위원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사무실에 찾아오는 방법을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비오는 날 여기까지 오기 힘들지 않았느냐’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위원님의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홍순경 위원님은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외교관을 지냈습니다. 또한 <만사일생>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만 번 죽을 고비를 넘겨 살아온 인생’이라는 뜻의 이 책은, 홍순경 위원이 그동안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온 인생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그가 이러한 책을 출간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북한을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통통기자단 서유망 기자
홍순경 위원님은 1938년에 함경도에서 태어나 2000년 10월 한국으로 입국해 탈북자동지회 회장, 제15기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맡았고, 현재는 고 황장엽 선생의 뒤를 이어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 등의 활동을 하시고 계십니다. 그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에게 북한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다.”라고 말할 만큼 북한의 민주화와 북한 알리기에 적극적입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제8회 4.19문화상 상패 ⓒ통통기자단 서유망 기자
△김영삼 전대통령(맨 왼쪽 아래), 황장엽 선생(맨 오른쪽 아래), 홍순경위원(가운데) ⓒ통통기자단 서유망 기자
홍순경 위원님은 북한주민들의 생활 실태, 북한이 세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진실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실상 김정은 수령의 노예로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회주의 경제, 관료계층 위주로 돌아가는 국가중심의 경영체제라 어느 한군데 차질이 생기면, 그것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나라 전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독일, 러시아가 통일을 이루고 중국이 큰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는 이 시점, 왜 북한은 발전이 지체되고 퇴보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원인을 홍순경 위원님이 설명해주셨습니다.
“중국 주석이었던 모택동의 다음 정권을 잡은 사람도 현재 시점에서 맞지 않는 정책이 있으면 수정 후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정권이 세습되다보니 아들이 아버지 하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아 어느 하나 부정할 수가 없죠. 그래서 지금까지 3대째 이어져오는 정권을 현재에 맞게 수정할 수가 없고 북한은 자연스럽게 퇴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김정일은 러시아 출생이라고 하는데요.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해야 정권의 정당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북한은 진실은 묵살하고 거짓을 말하여 체제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도록 하고요. 그렇게 진실을 막는데 급급하다 보니, 주민들을 위한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고, 정권의 잘못된 점을 말해 나라를 바로잡아보겠다는 애국자들은 없애니까 발전이 없게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치셨는데요. 북한에는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등 너무나 아름다운 강산이 많아 이것들을 관광산업화 하여 발달되면 좋은데 이것조차도 체제유지를 위해서 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외국문화와 자본주의 사상이 들어오게 되면 주민의 생각이 달라지고 수령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그렇게 되면 영구한 자리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는 일부 과학 잡지가 들어오기는 하나 북한체제에 불리한 것들은 다 삭제되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고, 국어사전도 북에서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없으니 한국어사전이 외국에 수출되는 것을 들여와 쓰는데, 북한 체제에 불리한 단어들은 모두 지우고 쓴다고 합니다. 그만큼 북한의 정책이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오직 체제 유지를 위한 것이고 북한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어머니가 시집간 딸의 집에 와서도 마음껏 잘 수가 없어 딸의 집에서 자겠다고 파출소나 경찰서에 신고하여 도장을 받아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인천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가는데도 이유를 쓰고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합니다. 또한, 지방에 사는 사람이 평양으로 거주 할 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동도 마음대로 못하고, 사람의 손발을 묶어 놓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홍순경 위원님은 이런 체제유지로 발생하는 ‘독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독재란, 개인이기주의에 의해서 국가의 공권력을 이용하고, 재물 축적을 하고, 국민들을 기만하고 자기를 우상화 시키고, 믿지 않는 사람을 강제로 감옥에 넣어 영구집권하려는 것이며, 독재 통치의 결과는, 국민을 궁핍하게 만들고, 나라 경제를 파탄시키는 것이라고, 그 결과에 대해서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현재까지 나라가 잘 되는 쪽으로 발전해 왔으며, 힘이 있는 3당을 만든 국민들의 선택도 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균형 잡힌 정치를 기대하며,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되면 다른 당이어도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한반도 통일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야기에 앞서, 홍순경 위원님이 저에게 질문 하나를 하셨는데요. ‘현재 시점에 북한과 회담을 잘 해서 북한을 남한에 녹일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회담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홍순경 위원님은 ‘그럼, 김정은은 통일을 한다면 어떤 통일을 원할까?’하고 다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독재 통치를 강화하지, 자기 지위를 내 놓으려고 하겠어요?” 홍순경 위원님의 대답은 확실했습니다.
△홍순경 위원님 ⓒ통통기자단 서유망 기자
홍순경 위원님의 말씀에 따르면, 김정은이 원하는 통일은 ‘남한을 흡수하는 통일’이자 평화통일이 아닌 통일이라고 합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남한에 흡수되는 통일을 과연 김정은이 하고 싶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진실을 숨기기에 바쁜 북한정권은, 주민이 모든 것을 알게 되는 사회가 되면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절대 남한에 흡수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체제를 반대하는 언론, 민간단체, 종교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위의 자유, 노동조합 등은 상상할 수도 없죠. 북한주민들은 ‘힘 있는 자의 말을 안 들으면 죽는다’는 노예의 입장으로 반항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익히 들었던 북한의 실상이었지만, 실제로 북에서 살다 오신 분에게 전해 들으니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홍순경 위원은 진정한 통일은 북한지도세력의 붕괴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통일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세습이 무너져 김정은이 권좌에서 내려오고, 다른 사람으로 정권교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통일의 반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교체된 정권에서 10여년 정도 발전하여 북한 경제가 60~70% 이상만 발전하면 남북한 교류와 왕래가 가능하게 되어 통일과 비슷한 효과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쟁 걱정도 없어지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형성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와 같이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우리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하나의 장벽으로 나뉘어져 있었던 동서독과는 다르게, 우리는 넓은 DMZ 구역이 있고, 같은 문화권 내에 싸운 경력이 별로 없는 동서독과는 다르게 한국과 북한은 6.25 이후의 적대의식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은 갑작스러운 남북의 통일은 자신들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전쟁의 방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라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로공동구역이 생기면, 북에서는 어부 간첩을 보내어 한국 어부를 납치하는 방식으로 그곳을 전쟁의 발원지로 삼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홍순경 위원님은 한국에서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무장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연방제 정부 통일도 북한과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하기로는 연방제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자세히 들어보았습니다. 홍순경 위원님은 “남북한이 연방제 정부로 각각 지내게 되면, 이것은 통일을 한 것으로 간주가 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것이고 미군은 계속 있을 이유가 없어서 나가게 될 것입니다. 평화협정을 하는 경우에도, ‘평화협정을 했는데 미국이 왜 있는가? 나가라!‘고 하면 할 말이 없게 됩니다. 그렇게 미국이 나가게 되면, 그 순간 북한은 남침을 할 것입니다.” 북한을 잘 알고 있는 분의 걱정 섞인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미국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의 통일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연방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주셨습니다.
과거 한번 통일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1995년 북한 고난의 행군 350만이상이 굶어 죽었을 때라고 합니다. 북한 국민이 2300만 정도였는데 그중의 약 18%에 달하는 사람들이었으며, 100만 명 이상이 중국으로 넘어왔었다고 합니다. 이때 북한 주민들을 받아주고 살려주는 조치를 취했다면, 통일이 가능했던 기회라고 하는데요. 그때의 아쉬움이 전해졌습니다.
△홍순경 위원님과 함께 ⓒ통통기자단 서유망 기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절호의 기회를 잘 준비하여 주민을 살려야 하고, 북한 국민을 구원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북한 국민에 대한 홍순경 위원님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북한생활의 실태에 대한 질문에서는, 북한과 남한을 천국과 지옥이라고 비유하셨습니다.
물 하나로 예를 들면, 수도가 24시간 나오는 곳이 없고, 수도관이 다 낡아서 새는 상황이라 1개 아파트씩 펌프를 돌아가면서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밤 1시나 2시에도 물을 받아 써야 해서 더운물이 나오는 아파트는 상상도 못한다고 합니다. 또 변기를 쓸 때도, 욕조에 물을 받아 놨다가 퍼서 쓴다고 합니다.
“생각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나서야 하고, 이것이 바로 통일의 지름길입니다. 또한, 정부만 노력해서는 통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노력한다면 전국이 통일의 기운으로 휩싸일 수 있습니다.”
홍순경 위원님은 이런 어려운 상황의 북한 국민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인간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통일을 준비하는 방법은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절대 북송을 할 수 없게 해야 되며, 중국 땅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동남아 땅을 좀 빌려서라도 우선 국민들을 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탈북민들을 이해하고, 돕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계속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홍순경 위원님과 함께 ⓒ통통기자단 서유망 기자
마지막으로 기사에 필요한 사진도 찍고, 함께 셀카도 찍으며 홍순경 위원님의 따뜻한 손을 맞잡았습니다. 순간 위원님의 따뜻한 마음과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전해졌습니다. 하루라도 통일이 앞당겨지길 희망한다는 위원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통일의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볼 수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