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기획 보도 > 갈등을 넘어 화합과 상생으로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성 논쟁 – 기회의 수저는 없나?”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와 재단법인 행복세상(이사장 김성호)은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성 논쟁–기회의 수저는 없나?’를 주제로 6월 24일 오후 1시 반부터 6시까지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공동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우리사회 갈등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예방차원의 대응 방안 및 해결 방법 모색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2016「화합과 상생 포럼」의 위원 및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우리사회의 계층 이동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제안을 모색하였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날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녀의 계층도 결정되는 ‘사회이동성이 낮은 사회’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었다.
아울러 “압축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들이 표출되는 과정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이같은 정책토론회가 문제의 뿌리를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창의적인 토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연 우리에게 ‘기회의 수저’는 있는가. 그에 대한 담론을 요약 소개한다.
< 기조발제 : 우리 사회의 계층 이동성 문제와 계층 갈등 >
“인적투자로 저소득층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토론회의 좌장인 이봉주 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는 기조 발제를 통해 부모의 가구소득이 청소년기에 발달격차로 나타나고 이로 인해 청년기에 교육도 직업도 없는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양상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유행어로 등장하는 ‘흙수저’는 바로 이 니트의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는 먼저 ‘교육 기회의 평등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적자본 투자는 어리면 어릴 때일수록 효과가 좋다”며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인적자본 투자에 국가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이러한 인적투자는 ‘소비가 아니라 성장 잠재력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그러한 인적자본투자는 어느 집단의 계층 상향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집단을 하향화시키는 것이 아니어야 하며, ‘중산층을 목표로 니트족 청소년들이 저소득층이 되는 악순환을 끊는 것이 정책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봉주 교수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 그리고 성장의 잠재력이 높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적자본의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국 사회는 이러한 교육 투자의 문제를 더 이상 가정에만 맡겨서는 안되며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발제1 > 계층 이동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과제
“미래세대의 출발선 격차를 줄이자”
기조 발제에 이어 첫 번째 발제에 나선 한준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개인의 노력보다 환경이 사회적 계층이동에 더욱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과 데이터를 토대로 미래세대의 출발선을 보다 균등하게 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이제까지 지리적‧사회적 이동의 역사였음을 제시하며 산업화가 완료된 현재는 부모-자녀 간에 이뤄지는 세대이동과 세대내 이동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한준 교수는 사회적 이동에는 소득의 이동성과 구조적 이동성이 있음을 지적하며, 소득계층의 이동성 못지않게 그 사회의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이동’ 개념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즉 지금의 수저논쟁은 ‘산업화와 밀접한 구조의 문제’이며 여기서 ‘계층이동의 공정성 문제가 바로 수저 논쟁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교수는 교육의 대물림이 소득의 탄력성과 상관이 높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통해 청년들의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정책의 현안 과제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다만 하위소득자의 경우에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는 확률이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제 개편을 통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의 필요성도 함께 제시했다.
< 발제2 > 계층갈등 해소를 위한 복지정책의 과제
“근로 빈곤층에 대한 소득지원으로 희망을”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보건사회연구원은 정해식 부연구위원은 ‘워킹푸어’의 현상을 해소하는 정책과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해식 박사는 매우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인용했는데, 한국인들은 실제로 자신의 소득계층과 귀속감에 큰 차이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중위소득의 50~150%를 버는 계층은 2008년 저점을 계기로 지난해까지 증가추세인 현실에 비해, 이 소득 구간에 해당하는 이들의 약 절반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계층인식, 즉 사회 상층은 혜택을 누리고, 하층은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에 소득지표 개선에 대한 인식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박사의 분석이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을 하는 저소득층에게 안정감을 주는 정책, 예를 들어 최저임금의 인상이라든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년들에게 사회보험의 혜택을 확대하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특히 일을 하려는 저소득층 주부들의 경우, 아이들을 돌봐주는 복지 시스템이 있어야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으며, 미래에 대한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 발제3 > 노동시장 계층이동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 과제
“청년에게 일자리가 갈 수 있게 노동유연성을”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준모 교수(성균관대 경제학과)는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 문제에 경직된 노동시장이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조교수는 먼저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구분이 생겼던 점을 상기한 후, 민주화 과정 속에서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대기업 노조의 등장이 베이비 붐,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얽혀 들면서 청년들의 실업문제가 어느 정부도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조교수는 “이명박 정부시절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많이 부족했다는 실증연구가 많았다”며 이에 따라 “사회 공공정책으로 분수효과를 추진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던 원인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노조 간의 지위 차이가 이 ‘분수효과의 방수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교수는 ‘대기업 생산직의 경우, 휴일 초과근무를 청년들에게 나눠주기 보다는 기존 노조원들이 자신의 임금을 위해 일하면서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우리 사회 노동시장 경직성이 초래하는 청년실업 문제를 구체적으로 예시하기도 했다.
조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한국의 이중 노동시장의 문제로 지목하며 “고용 세습마저 요구하는 한국의 대기업 노조는 금수저, 구조조정마저 없는 공기업 노조는 다이아몬드 수저”라는 날선 비판으로 청년들의 계층이동에 필요한 일자리들이 노조들의 지나친 이기심에 의해 제약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 발제4 > 세대별 기회불평등과 사회이동성 인식, 현황 그리고 과제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불평등을 수용한다”
마지막 발제자로 참여한 양재진 교수(연세대 행정학)는 기회의 평등이 세대이동에 중요함을 강조했다. 양교수는 최근의 조사 통계를 인용해 보수 이념의 시민들과 진보 이념의 시민들, 그리고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 계층 간에 뚜렷한 불평등에 대한 인식차이를 짚어냈다. 양재진 교수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대부분의 세대에서 우리사회에 기회불평등이 높고 사회이동성이 낮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체로 사회계층의 상층에 속할수록, 이념적으로 보수적일수록 불평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강도가 낮고, 학력이 높을수록, 이념적으로 진보적일수록 부정적 인식의 강도가 높았다.
각종 차별의 경험은 사회계층의 하위층에서 빈도가 가장 높았으며 설문에 응답한 여성의 대부분은 성별로 인한 차별 경험을 갖고 있었으며 아버지의 직업과 가정배경(본인의 성장기 소속계층) 또한 현재의 소속 사회계층에 영향을 준다고 우리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양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종합해서 우리 사회에 기회의 평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결과의 불평등이 용인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기회의 평등을 만들려는 노력이 사회통합의 정책적 과제라는 점을 제시했다.
발제에 이은 지정토론에서 토론자들은 발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수저론이 갖는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즉 사회계층의 이동 문제는 현실적 팩트와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는 문제임에도 인식적 차원의 수저론을 수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지정토론 1 “현실적 인식이 수저론보다 앞서야”
한국행정연구원 김성근 실장은 “수저론을 계층이동론으로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계층 이동성은 실제로 어떤 계층이 어떤 계층으로 이동하느냐가 문제임에도, 단지 수저론이라는 고착화된 인식만 가지고 논한다면 감성적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실장은 “계층 이동성 논의를 할 때 수저론을 인정하기 보다는 실질적 현상을 가지고 분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청년들에게 일을 하면 빈곤을 벗어날 수 있다는 안정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에서 하위계층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 2 “불공정한 이익집단의 지대추구 활동 줄어야”
이어서 토론에 나선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연구위원은 소득 불평등을 의미하는 지니계수가 한국에서는 낮아지고 있음에도 그러한 인식효과가 없는 점에 대해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가 인터넷과 SNS, 미디어 등의 채널을 통해 주목성을 가지고 전파되는 현상이 있음’을 지적해 주목을 끌었다.
즉, 불평등의 실제와 인식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미디어의 발전으로 부자들의 생활이 대중적으로 공개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익집단들의 사회적 지대추구(담합이나 규제를 통해 초과이익을 얻는 행위)로 인해 사회적 투명성이 OECD국가 중 바닥권이라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김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서 창업의 기회와 다양한 업종의 진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지정토론 3 “ 사회적 이동성은 성장 잠재력과 동반돼야”
토론에 참여한 박명호 교수(한국외대 경제학)는 서구 국가들은 부족한 교육 때문에 계층이동의 문제가 지적되는 반면, 우리 사회는 ‘과도한 교육으로 계층이동이 문제가 되는’ 특이점을 가진다고 지적하며 소득 격차 외에 지출에서 가장 큰 격차가 교육비라는 점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교수는 ‘과도한 사교육을 막기 위해 이를 규제했더니 해외로 자녀를 내보내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한 특성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정책은 실패하기 쉽다는 점에서 박교수는 ‘증세를 통해 평등을 유지하는 방향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근거로 박교수는 ‘최저임금을 통해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자는 주장은 사회 이동성도, 성장의 잠재력도 모두 잃는 행위’임을 지적한 후, 사회적 이동과 성장 잠재력이 함께 추구될 수 있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러한 정책과제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서비스 시장의 확대’, 그리고 ‘기업의 마케팅 규제완화’와 같은 생산성 제고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정토론 4 “계층갈등 부추기는 행위 반성해야”
마지막 토론에 나선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이정숙 회장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을 자녀로 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금수저가 아니어서 자식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물려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책을 하게 된다고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청년세대에게 희망과 공정성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회장은 시민사회와 부모를 대변하여 “수저론과 같은 절망의 논리를 언론과 정치인들이 확산하는 행태는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계층갈등을 부추기는 잘못된 점”이라고 강조하며 언론과 정치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번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토론은 우리 사회에 심각성을 더해가는 세대 간의 갈등을 청년들의 계층이동 문제로 진단하고 그 처방을 모색해 보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국가의 국민들은 비록 현재 형편이 어렵더라도,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갈등을 극복하고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비전은 어느 한 계층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는 통합가치의 지속적 발굴과 확산에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정리 국민대통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