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
제2편. 가족간의 소통, 왜 어렵나?
국민대통합위원회(위원장 한광옥)는 2016년 통합가치 문화 확산을 위해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 국민대통합위원회는 4대 갈등영역(계층, 세대, 지역, 이념)에 대해 학제적 논의가 중심인 「화합과 상생」포럼과 일상생활의 문화적·실천적 주제를 다루는「통합가치포럼」을 운영중
본 포럼은 “가족과 소통의 가치”라는 주제로 운영 중이며, 첫번째 포럼에서는 가족내 갈등을 진단하고 가족구성원의 역할변화에 대해 논의하였다.(5.17일 보도자료 참고)
지난 3월 23일 개최된 두번째 포럼에서는 가족간의 소통의 중요성 및 가족 구성원간의 원활한 소통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포럼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가족간의 소통, 왜 어렵나?>
우리는 가족간에 얼마나 대화를 하고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삶의 질 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하루 48분에 불과하다. OECD 평균(151분)에 비해 3분의 1수준이다. 일본(109분)과 미국(211분)에 비해서도 매우 적다.
이렇듯 가족간에 늘어나는 대화단절은 부부간에, 그리고 부모와 자녀간에 오해와 불신을 초래한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연속기획 “갈등을 넘어 통합으로”에서는 1차 토론, ‘가족의 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어 ‘가족간의 소통, 왜 어렵나?’란 내용으로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였다.
부모는 자녀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발제에 나선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송길원 대표는 가정문제에 대한 오랜 현장상담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소통 부재가 ‘소통의 실패’로 일어난다는 점을 지적했다. 송대표는 “가족 내 대화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스스로 반문한 후, “의외의 답은 가족이기 때문”이라는 역설적 대답을 내놓았다. 송대표는 “가족들은 서로 스스로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고, 또한 알거라 여기기에 타자를 알고 알리려는 노력조차 생략이 된다. 그러면서 켜켜이 오해가 쌓여간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송길원 대표는 ‘독이 되는 부모’란 뜻에서 독친(toxic parent)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는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랑을 구실로 자녀에게 독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부모가 가진 소통장애, 분노조절장애, 자녀조종, 역할무능, 부부갈등의 요소들이 그것이다.
송길원 대표는 지난 해 5월, 국민일보의 한 조사 통계자료를 인용해 이러한 실태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조사에 의하면 소통장애의 경우, 부모와 자녀 모두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부모67%, 자녀69%), 특히 부모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자녀의 속마음을 헤아린다고 답했지만(51%), 대답자의 자녀 대다수는 부모가 자신의 속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59%). 이와 같은 소통부재는 관계단절로 이어지고, 자녀는 가족관계 안에서 조차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세대에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세대별로 각기 다른 가치를 믿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가족’이라는 가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되는 유일한 가치다. 이 외에도 행복, 자존감, 사랑 등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다. 공통된 가치를 통해 세대간, 가족 간의 대화가 복원될 수 있다는 뜻이다.” - 송길원 대표 (목사·행복 발전소 하이패밀리)
송대표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소통의 기술’을 부모들이 습득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한 인식을 기반으로 가정을 ‘대화의 학교’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송길원 대표는 가족 내 소통의 기술로서 세 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듣는 기술’이다. 자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라는 점은 토론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둘째는 ‘칭찬보다는 격려’다. 칭찬은 자녀들로 하여금 강박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송대표는 자녀에게 과도한 칭찬보다는 오히려 격려를 주문한다. 격려가 희망과 함께 자아긍정감을 만든다는 점에서였다. 마지막 세 번 째 원칙으로 ‘언어 프레임의 변경’을 들었다. 부정적 언어에서 긍정적 언어로 프레임을 바꾸면 세계관도 그렇게 변한다는 점에서였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 점을 생각해 볼 때, 가족 간에 사용하는 언어가 자녀의 세계관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토론자들로부터 중요한 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족소통에도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두상달 이사장(사단법인 가정문화원)은 “나는 아내와 45년 이상 살았는데도 아내를 더더욱 모르겠다”는 말로 가족 소통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두상달 이사장은 “전통적 유교 문화는 대화나 소통의 문화가 아니었다”는 말로 우리 사회에 가족 내 소통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대화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세상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 특히 부부는 끊임없이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로서의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이사장은 그러한 실천 프로그램으로써, ‘부모면허증’이라는 상징적 사회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모로서, 부부로서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훈련이 필요하며 이러한 실천이 직장과 국가 전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상달 이사장은 그러한 사회적 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통합이 사회통합으로, 또 국민통합으로 진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갈등이 소멸 될 수는 없다. 경제 발전 단계 따라 그리고 소득수준에 따라, 한 세대 30년 단위로 아니, 지금은 10년 단위 세대로 변화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자라온 환경에 따라 관심사와 가치관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이다” - 두상달 이사장 (사단법인 가정문화원)
지정토론에 이어 통합가치포럼 위원들의 자유토론에서는 가족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가족문화의 변화에 따른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교육의 문제가 중요함이 공통으로 지적됐다.
황인희위원(두루마리 역사연구소 대표)은 먼저 우리 사회에 급증하는 가족 내 패륜적 범죄 상황을 문제 삼았다. 황위원은 “교육의 실패가 이제 가정의 파국으로 결과를 드러내고 있다”며 “실패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부모 자격은 커녕 한 인간으로서 자격도 못 갖춘 아이들이 벌써 어른이 되어 자식을 낳았다. 그러니 그런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인성교육과 가정교육의 부재가 가져온 우리 사회의 부도덕한 단면을 질타했다.
황위원은 특히 우리 사회의 교육이 대학입시에 치중됨에 따라, 가정과 학교에서 싸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음을 지적하며 가족 소통이전에 교육에서 먼저 가족의 가치를 회복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성선설이든 성악설이든 모두 교육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 어느 교육 기관에서 누가 이런 교육을 해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점검하여 그 기본적인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 소통도 기본적인 기능이 갖춰진 후에야 논의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 황인희 위원
토론에 참가한 최승노위원(자유경제원 부원장) 역시 가족가치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그러한 교육과 함께 가족 안에서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존중하는 가족문화의 선진화가 필요함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최승노 위원은 “소통을 통해 사회의 효용과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소통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조직, 조직 대 조직의 경우를 막론하고 ‘가로막는 요소’들을 줄이거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소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 기술적 노력과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위원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유교적 질서와 가부장적 가족문화, 그리고 권위주의적 사회의 유산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수평적 네트워크와 부조화를 이루면서 개인과 가족 간에 소통을 더 어렵게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즉 개인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통을 통해 사회의 효용과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통이 증진되기 위해서는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조직, 조직 대 조직의 경우를 막론하고 ‘가로막는 요소’들을 줄이거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 기술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 최승노 위원
情을 회복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가족 간의 소통문제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은 배진영위원(월간조선 차장)의 경우도 같은 입장이었다. 배진영위원은 ‘앞으로 소통의 문제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제로 자식을 하나, 많아야 둘 낳기 시작하던 시대에 태어난 이들이 지금 30대 중‧후반의 부모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배위원은 “자기 자신이 귀한 줄만 알았지, 남과 어울리는 법, 남을 배려하는 법, 소통하는 법을 모르는 이 세대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가정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현재의 가정비극들은 한 두 개인의 일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배위원은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가족 내 정(情)을 담은 대화의 회복’을 주장한다. 부모가 굳이 자녀와 소통하려 들기 보다는 자녀들에게 정이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유대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통의 요체는 결국 ‘진심’이고 ‘진정’이다. ‘진심’과 ‘진정’의 바탕에 있는 것은 신뢰와 사랑이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자녀에게 쏟은 사랑과 믿음, 그런 분위기 아래서 자라난 자녀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쌓은 사랑과 믿음이 서로 교차되고 축적되면서 소통의 기반이 마련된다” - 배진영 위원
이러한 소통의 진정성 문제는 토론에 참여한 남정욱위원(작가·숭실대 겸임교수)의 경우도 같았다. 남정욱 위원은 ‘목적을 가지고 하려는 소통’들이 대개는 실패한다는 점을 들었다. 남위원은 “소통은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대화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바른 대화법은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아주는 완충적 역할을 한다는 점과, 의견이 다른 상황에서 감정에 상처를 주고 그것이 앙금으로 남지 않게 하기 위해 대화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억지로 소통을 하려들면 오히려 그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은 다른 토론자들로부터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대한민국은 소통에 미친 것 같다. 거의 소통강박 사회다. 소통은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가능하다. 하여 세대 간 혹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는 소통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법이 필요하다. 대화법은 파국으로 가는 길을 막아주는 완충적 역할을 한다. - 남정욱 위원
가족소통,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마지막 자유토론에 나선 한정석위원(미래한국 편집위원)은 가족 구성원으로서 자녀가 갖는 ‘비판적 개인성’을 존중해야 함을 주장했다. 즉 자녀가 자신의 주관적 세계관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부모는 자신이 자녀의 세계관에 방문자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위원은 “오늘 한국의 10대들은 자신의 부모들보다 미국의 10대를 더 잘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며 이를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 규정한 후, 부모들이 동시대의 문화적 흐름, 특히 청소년들의 문화적 흐름을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부모가 자녀들과의 소통을 늘리려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부모의 세계관이 올바로 정립되는 훈련과 이를 통해 자녀에게도 지식이전에 올바른 세계관을 가르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다.
“자녀가 올바른 세계관을 갖게끔 하는 훈련은 자녀가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녀들의 세계관 교육에 대한 방법론들과 실천 프로그램들이 연구되고 보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의 세계관이 건강해야 한다. 부모를 먼저 훈련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 한정석 위원
이번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연속기획으로 가족의 위기를 진단해 보고 이에 대한 처방들에 대해 논의한 결과는 의미가 깊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우리 사회 각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체험하고 각성한 문제들을 토론하는 자리여서 문제의 진단과 처방은 대단히 현실감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종합해 본다면 우리 사회의 가족위기와 가족 간 갈등의 문제는 가족의 전통적 질서가 약해지는 반면, 이를 대신할 새로운 질서는 아직 충분하게 우리 사회의 가족에게 정립되지 아니한 까닭으로 모아진다. 이는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이 <사회변동론>에서 주장한 ‘문화지체(Cultural lag)’ 현상과 닮아 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교와 시민사회 등에서 끊임없이 가족 간의 소통과 가족가치 회복에 대한 교육, 그리고 상담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가족 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상담할 수 있는 문화와 그러한 사회적 인프라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위 내용은 3월23일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