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의 핵심은 고용이다”
발제를 맡은 김대호 소장은 노동문제 전문가답게 현재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청년문제와 세대갈등의 원 인을 ‘고용의 문제’로 시작했다. 김소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는 본질적으로 ‘괜찮은 일자리’ 자체의 절대적, 상대 적 부족 문제임을 지적한다. 그런데 괜찮은 일자리의 공급 여건 및 수요를 살펴보면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인구 5,100만 명의 한국의 대학생 수는 330만 명이다. 학비가 사실상 무상인 독일은 인구 8,200만 명에 대학생 수는 261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인구 1억2,800만 명에 대학생 수는 257만 명이다. 김 소장은 “산업구조, 즉 지식과 숙련 집약 산업의 비중으로 보면 한국의 대학생 수가 많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그 어떤 국가 경제도 대학진학률 70% 이상인 나라에서 그에 상응하는 일자리를 줄 수가 없다. 한마디로 과잉 고학력화 되었고, 엄청난 구조적 (시간, 돈) 낭비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 낭비(미스매칭)를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 국가예산으로 미봉하고 있다.”(발제문 中)
김대호 소장은 이러한 청년실업의 산업적 미스매치 현상을 구조적으로 조정해서 고교를 졸업하고도 얼마든지 취업전선에 뛰어 들 수 있는 사회적 여건들이 생성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고학력 증후군이 졸업 후 눈높이의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노동의 이중구조 해소해야 청년고용도 증가
하지만 김대호 소장이 역점을 두어 강조한 것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였다. 기존 진보적 노동학계에서 실업의 문제를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김 소장은 보수적인 재계와 학계의 실업에 대한 관점도 날카롭게 비판해 토론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진보와 보수,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서 실업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오늘 청년실업의 문제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김 소장은 먼저 진보 노동계가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문제를 고용불안정, 소득불평등, 노사관계 파편화로 집약하고, 핵심 원인을 자본의 초과 착취(이윤)와 노사 간의 힘의 불균형, 즉 ‘사용자의 힘의 우위’에서 찾는 시각을 비판했다.
다시 말해 자본-노동, 대기업-중소기업, 원청-하청, 정규직-비정규직의 문제처럼 ‘갑-을’이라는 상대적 차이로 진보가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한,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가 없는 청년들과 스스로 고용된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외면되기에 진보적 노동계의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대호 소장의 주장 가운데 주목할 만 한 점은 한국의 진보 노동계가 공공부분의 비대화를 선호하면서, 스스로 노동생산성에 대한 합리적 임금보상의 원리를 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는 노조가 압도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고, 중소기업에서는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을 오도된 노동운동이 만들었음을 주장한다. 그 결과, 노동시장 내에서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이중성이 생겨났고 이에 따른 귀족노조의 기득권이 ‘사회적 노동시장’을 가로막는 강고한 걸림돌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전반적으로 지금 한국 진보와 노동이 휘두르는 불평등․불안정․양극화 해소론은 노동과 자본을 각각 동질적인 집단으로 범주화하여, 서로 대립 투쟁 한다는 19세기~20세기 중반의 진보적 세계관이 거세게 흐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 조직노동의 이해와 요구(가치)와 더불어, 한국 특유의 공공부문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높은 세금, 큰 공공부문, 합리적 규제로 잘 굴러가는 복지국가에 대한 무분별한 추종 사조가 결합된 것처럼 보인다.”(발제문 中)
한편 김대호 소장은 ‘각자의 능력에 따른 대우’를 주장하는 재계와 보수 학계의 주장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 사회의 공공기업과 대기업의 사업영역이 과연 경쟁을 통해 확보된 것인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김 소장은 국내 공공기업의 경우, 경쟁 없이 차지한 금융과 같은 산업에서 초과이윤을 내고 있음에도 마치 그것이 시장원리에 의해 높은 생산성을 내므로,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식의 관행은 잘못임을 지적한다. 더욱 수용할 수 없는 것은 그러한 공공분야에서 노조의 결성이 확대되는 현상이다. 이는 명백한 ‘지대추구 행위(노력 없이 기득권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 예를 들어 국가 기간산업의 경우, 그 참여를 대기업으로 제한해서 경쟁을 회피하는 분야는 당연히 기업이 초과이윤을 얻기 마련이고, 그러한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소득이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 중소기업의 근로자의 소득에 비해 높은 이유가 과연 근로자의 온전한 능력 때문인 지를 김 소장은 의문으로 제기한다.
이러한 질문은 상당한 논쟁점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 국가의 경쟁제한으로 얻어지는 대기업과 공공기업의 사업 분야는 지대추구로 초과이윤을 얻어 고임금을 지급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는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원리를 강요하는 경제정책으로는 임금격차와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대호 소장은 공공부문에서 지나친 고임금을 개혁하고 고용-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청년의 일자리도 확대된다고 말한다.
“잘못된 표준과 패러다임의 중심에는 공공부문이 있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할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자 이사제, 공공사업의 생활임금 우선 적용이 아니다. 공정성, 유연안정성, 연대성 등을 모범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계약직, 시간제, 파견근로, 유연근무제, 직무성과에 조응하는 임금체계, 선진적 평가제도와 해고제도, 공공기관 분할․민영화와 선진적 지배․운영 구조 등을 선도하는 것이다.” (발제문 中)
규제완화로 기업투자 부담 줄여야
끝으로 김대호 소장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국가와 기업 모두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사회적 연대를 튼튼히 할 것을 주문했다. 김소장은 ‘고용의 확대를 늘리려면 기업들에게 투자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고용할 경우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동시에 고용보험이 더욱 튼튼해 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발제후 토론에서는 김대호 소장이 주장한 ‘노동시장의 안정성’의 필요와 ‘노동시장의 유연성’간에 간단치 않은 문제점들이 있음이 지적됐다. 토론자로 나선 안재욱 위원(경희대 교수·경제학)은 현재의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저성장의 국면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토론에 나선 신중섭 위원 (강원대 교수·윤리교육과)도 같은 생각이어서 규제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기득권에 대한 통념을 깨야함을 역설했다. 신중섭위원은 기존의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규직의 비정규직 변환이 오히려 고용창출에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김대호 소장이 청년실업의 문제로 지적한 ‘학력 인플레와 취업의 미스매칭’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에 참석한 남경희위원 (서울교대 교수·사회교육학과)은 대학진학율을 낮추었을 때 이로 인해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불만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제기했다.
토론에 참석한 조준모위원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역시 ‘대졸과 고졸을 나누어 고용전략을 짠다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강조하며 시장이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한 것은 청년실업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어떤 방식으로든 청년실업 해소에 대한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과 그러한 의지가 국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토론자들 사이에 이의가 없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청년실업이 초래하는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청년실업과 세대갈등 토론회는 시의성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정리 : 국민대통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