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은 1899년 1월 황제 폐위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구금됐는데,
주시경(1876~1914, 한글학자)이 건네준 권총을 소지하고 동료들과 탈출했다가 실패했다.
권총을 발사한 동료 한 명은 사형, 발사하지 않은 이승만은 곤장 100대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7개월 동안 10kg의 형틀을 목에 쓰고 소나 말과 같은 가혹한 취급을 받았다.
△감옥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혹자는 이승만이 이런 극한상황에서 기독교에 귀의했음을 강조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것은 그가 감옥에서 태극기로 무장한 혁명가가 됐다는 사실이다.
1904년 6월 옥중에서 순 한글로 쓴 『독립정신』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승만은 5년 7개월간 수감됐다가 1904년 8월 출소했음)
『독립정신』의 원고는 옥중동지 박용만이 비밀리에 미국으로 가져가 1910년 3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출판했다.
1917년에는 많은 사진이 첨가된 재판이 발간됐다.
『독립정신』의 서문에 이승만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릇 우리나라에서 중등 이상 사람이나 어느 정도 한문을 안다는 사람은 거의 다 썩고 물이 들어서 바랄 것이 없다.
그들 주변 사람도 다 그 기운을 받아 마찬가지다.
내가 진정 바라는 바는 무식하고 천하며 어리고 약한 형제자매들이 가장 많이 이 책을 읽고 기운이 솟아
책에서 얻은 바를 실천하고 다른 사람들을 인도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인심이 나날이 변하고 풍속이 고쳐지고 아래로부터 변해서 썩은 데서 싹이 나고 죽은 데서 살아나기 바란다."
△지구본 위의 태극기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이승만은 이 책에서 정치를 전제정치·입헌군주정치·민주정치로 구분하고, 민주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미국·프랑스 등 몇몇 부강한 나라들의 민주정치란
백성의, 백성을 위한, 백성에 의한 원칙에 따라 정부를 세우는 정치라면서,
이들 나라에서는 백성이 정부를 자기 집처럼 생각하며,
관리들은 백성을 주인처럼 섬기고 보호하며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한다.
△태극기 앞에 맹세하는 손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그러면서 우리 국민에게 무엇보다 긴급한 일은
모두가 자기와 나라의 권리를 스스로 알고 보호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국가가 처한 위기 상황을 서로 전파해서
대한제국의 자유와 독립을 나 혼자라도 지키겠다고 결심해야 함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 2천만 동포 중 1천9백9십9만 9천9백9십명 모두가 머리를 숙이거나 살해된 후라도,
나 하나는 태극기를 받들어 머리를 높이 들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맹세합시다!
한 걸음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나아갈 것을 각각 마음속에 맹세하고, 다시 맹세하고, 천만 번 맹세합시다!"
(『독립정신』, 1917년 재판, 196~197쪽)
△태극기를 펼쳐 머리위로 높이 들고 있는 소녀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무엇보다도 이승만은 『독립정신』에서 민초들에게 후손을 위해
목숨을 던질 각오로 자주와 독립의 상징인 태극기를 지켜야 함을 아래와 같이 역설했다.
"국기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국기라 하는 것은 그 나라 국민과 영토를 대표하는 것이다.
비록 전쟁 중이라도 어느 나라 국기가 꽂힌 곳은 사람이나 물건이나 그 나라의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다른 나라가 사전에 아무 연락이나 허락 없이 그 앞을 향해서 총을 쏘지 못하는데,
만일 그렇게 하면 적국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는 자기 어머니 혹은 아버지에게 말이나 행동이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서
어린 아이까지도 제 목숨을 다하여 기필코 명예를 되찾으려는 것과 같다.
이런 까닭에 국기가 가는 곳에서는 남이 감히 무례함을 범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이 외국에 다니다가 바다에서나 육지에서 자기 나라 국기를 보면,
어린 아이가 잃었던 부모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곧 눈물을 흘리게 된다.
사람이 국기를 이렇듯 사랑하기 때문에 몇천 명 몇만 명씩 다투어 나아가 영광스러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던져 그 밑에 속한 국민과 영토와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함으로써
나라가 태평하고 안락한 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복을 받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공적에 대해 감동하여 눈물을 흘려 영광을 나타낸다.
또한 그 후손들은 자기 조상들이 피를 흘려 잡아놓은 기초를 보배처럼 자랑스런 유산으로 삼아서
털끝만큼이라도 손해가 있으면, 곧 자기의 생명을 던져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보배로운 기초를 이처럼 값지게 마련했던들
오늘날 우리도 남들과 같이 무궁한 복을 누리며, 우리 태극기를 사랑할 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원한이 맺히게 된 것을 깊이깊이 깨달아
우리들의 변변치 못한 목숨을 귀중하게 버려서 우리 후손들이 즐거운 세상을 보게 함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이렇게 작정한 후에는 누구든지 국권에 손해가 되는 일이나 말을 하는 자는
친형제간이라도 곧 나의 원수로 여겨 하나의 하늘 아래 머리를 두지 않기로 다짐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 세상에는 이것이 제일 큰 의리요, 참 충성의 근본이므로 저마다 이 뜻을 알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독립정신』219~221쪽)
△『독립정신』(1917년 재판) 220쪽 ⓒ『우주를 품은 태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