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를 사용해서 판매용 메시지 혹은 벽보를 만들었듯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광고는 상품 판매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A&G'사의 태극기 등 5개국 국기 담배카드 ⓒ『우주를 품은 태극기』
광고 기법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19세기 말 미국에서 기발한 광고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담배의 포장을 단단하게 하고 회사 상표를 광고하기 위해서 제작된 명함 반쪽 크기의 담배카드가 그것이다.
△'A&G'사의 다양한 담배카드 ⓒGoogle
1875년 처음으로 담배카드를 개발한 회사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렌과 진터(Allen & Ginter: 이하 'A&G'사로 표기)라는 회사다.
앞면에는 여배우·야구선수·권투선수 등의 삽화가 실렸고, 뒷면에는 회사이름과 카드 종류가 소개됐다.
△태극기 ⓒFlickr
특히 1887년에는 각국 국기를 주제로 담배카드가 제작되었는데, 이중에 태극기도 포함됐다.
△당대의 아름다운 여성이 그려진 'A&G'사의 담배카드 ⓒGoogle
1장의 카드를 10개피짜리 담배갑에 끼워서 파는 A&G사의 담배카드는 크게 성공했다.
곧 미국내 다른 담배회사들도 모방하기 시작했고, 1887년부터 영국과 세계 각국으로 전파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894년 전후에 조선의 풍속이 그려진 담배카드가 제작됐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담배카드는 1)여배우와 미인들 2)야구·축구·크리켓 등 운동선수 3)군사영웅 및 제복
4)문장과 국기 5)도시 전경 혹은 자연 등 주제별로 보통 25장~50장의 삽화들이 1세트로 구성됐으며,
때로는 1세트가 100장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A&G'사의 태극기 담배카드 ⓒ『우주를 품은 태극기』
담배카드 중에는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기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호너스 와그너(Honus Wagner)의 초상이 실린 담배카드는
2007년 경매에서 30억 원에 낙찰됐다.
미국 최대의 담배회사가 와그너의 얼굴이 담긴 담배카드를 제작하자,
금연주의자였던 와그너가 본인의 허락이 없었다며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함으로써
극히 일부만 유출되고 더이상 배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A&G사가 1887년에 각국 국기를 주제로 제작한 담배카드들 중에서
태극기를 도안으로 활용한 카드도 수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이템 중에 하나다.
△'A&G'사의 『모든 나라의 국기들』 책표지 ⓒ『우주를 품은 태극기』
또한 같은 해에 이 회사는 태극기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국기와 미국 각 주의 깃발 등
총 140장의 담배카드를 소개한 『모든 나라의 국기들』(Flags of Nations)이라는 제목의 컬러풀한 책을 발간했다.
이 책자도 요즘 찾기 힘든 희귀본이다.
출처: 『우주를 품은 태극기』, 이현표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