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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多방-도서 ·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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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말의 힘
  • 등록일
    2015.11.04 16:13:42
  • 저자
    박윤화 (전주 성심여자고등학교)
  • 작성자
    홍보부
  • 조회수
    343
  • 내용
    전국 청소년 말 문화 개선 공모전 수상작 (최우수상)

    말의 힘
    박윤화 (전주 성심여자고등학교)
     
     
     ‘우리 3학년의 보물이야’

    나는 힘들 때면 언제나 이 말을 곱씹는다. 한 글자씩 되뇌다보면 어느새 나를 힘들게 하던 고민과 걱정거리가 조금은 수그러들 뿐 만 아니라 움츠러든 어깨도 자연스레 펴진다.
     내가 이 말을 처음 듣게 된 건 학기 초, 나가는 백일장에서 족족 떨어져 자신감은 바닥을 치고, 불안한 마음이 불어나 성적까지 떨어져 있었을 때였다. 문예창작과를 준비하는 고3 수험생으로서 수상실적이 부실한건 대학의 문이 좁아지는 느낌을 들게 했다. 부모님도 내게 다른 진로를 생각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왔고, 나를 지지해주던 담임선생님께서도 떨어진 성적을 보며 글만 써서 대학을 가겠냐고 나무라셨다. 항상 하루하루가 지겹고 무상감에 도태되어 갈 때 즈음 한 친구가 국어 선생님이 불렀다며 교무실로 내려가 보라고 했다. 평소 조용히 지내 내 이름도 모르실텐데 왜 부르셨을까 의아해하며 교무실에 들어갔다.

     나를 부른 국어 선생님께 가서 조심스럽게 선생님을 부르자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선생님이 돌아 보셨다. 그리고선 방긋 웃으시더니, 상 받은 거 알아? 하며 물으셨다. 내가 고개를 젓자 선생님께서는 방금 전 보고 있던 화면을 돌려내게 보여주셨다. 우수상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우연히 내본 백일장에 당선이 되었고, 그 결과가 학교로 온 것이었다. 얼떨떨한 기분에 화면만 멍하니 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 손을 잡았다.

     “큰상 받았는데 축하하고, 다른 반에서 물어보니까 너를 많이 추천하더라고.”

    라며 종이 한 장을 건네 주셨다. 받아든 종이에는 백일장 공모서가 써져 있었다. 참가 해 볼래? 라고 물어오는 선생님께 혹시라도 상을 못 받을까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우물쭈물 대자 선생님은 잡은 손을 흔들면서 큰 대회니 나가보라고 재촉하셨다. 나는 조금 불편해진 마음에 대충 웃으며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고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나를 잠시 불러 세우셨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부르며 말하셨다.

     “선생님들, 얘가 그 상 받은 애에요. 나중에 작가가 꿈이래요.”

    컴퓨터에 집중하던 선생님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집중된 이목에 나는 얼굴이 빨개졌고 고개를 푹 숙였다. 선생님들은 상탄거 축하한다며 앞으로 열심히 하라며 격려의 말들을 해주셨다. 국어 선생님은 자랑스럽다는 듯 한마디 툭 던지셨다.

     “우리 3학년의 보물이야”

     교무실을 나와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 말을 되뇌어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누구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았는데, 그 말 한마디를 들으니 위안이 되면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아끼는 습작 노트를 꺼내 비워둔 맨 앞 칸에 아까 들었던 말을 크게 썼다. 그러다 문득,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언젠가 수업 중 선생님이 시 한편을 읽어 주신 적이 있다. 정양시인의 토막말이라는 시였는데 아직도 잊히지 않는 구
    절이 있다. 바로 ‘정순아 보고자퍼죽껏다 씨X’ 이다. 선생님이 이 구절을 읽었을 때 아이들은 무슨 시가 이러냐면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다음 구절을 마저 읽으셨다.

    ‘무슨 막말이 이렇게 대책도 없이 아름다운가’

     이 구절을 읽고 선생님은 빙긋 웃으시더니 참 신기하지 않아? 하며 물어 오셨다. 아이들은 뭐가 신기한지 모르겠다는 듯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정순아 보고자퍼죽껏다 씨X 이라는 구절이 이렇게 웃긴 반면에, 누구에게는 슬픔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고 누군가에겐 막말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우쳐주잖아”

      그때는 나도 다른 애들처럼 심드렁하게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말뜻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사소하게 툭 던지신 한마디에 내가 이렇게 용기를 얻고 힘을 얻는다는 걸 느끼고 난 후로 똑 같이 한마디를 할 수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꼭 힘이 되고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주위에서 흔히 쓰이는 속담이 있다.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사소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힘이 될 수 있고 그만큼 말의 힘에 대한 강함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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