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이 먹어도 밥은 밥이다
- 소식지「행복한 통 8호」 기고. 김현장 위원 -
국회의원의 직무는 민생 안정
가장 먼저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민생을 평안하게 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 이것이 국회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다. 그런데 국회를 구성하는 정치인들은 이것을 망각해왔다. 핵심은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하거나 개정하는 것이다. 애초 이 법은 다수당의 ‘날치기’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제정했다. 그런데 ‘날치기’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국회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자승자박의 우를 범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을 제외하고 국회의장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 대표적 폐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골든타임을 놓쳐 상황을 타개할 기회도 놓치는 ‘식물국회’를 양산하고 있다. 심장마비에 걸린 환자가 죽고 난 후에야 청진기를 갖다 대는 상황이 번번이 벌어지고 있는 격이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소수의견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민주주의 원칙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의원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눈치’를 보는 것이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국회선진화법에 손을 댔다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회의원의 행동 기준은 자신의 손해 여부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손해 여부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지역 이익 벗어나 중앙정치인 의식 가져야
둘째로 국회의원들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중앙정치를 담당하는 선출직 공직자다. 국가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양심적으로 자원을 배분해 민생을 살피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상당수 국회의원이 이를 망각하고 지역구 민원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회의원은 국정을 운영하는 중앙정치를 담당해야 한다. 국정을 담당하는 권한으로 지역에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치문화의 고질적인 병폐 중 가장 큰 것은 지역이다. 영남은 영남이 모든 헤게모니를 잡고 누려야 한다는 영남패권주의에, 호남은 가장 순수하고 선명한 것은 우리라는 우 우월주의에 물들어 있다. 이익과 이념에 집착한 나머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역에 기반한 정치권의 대립각을 보면 포위하고 섬멸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마치 조선시대에 당쟁에서 지면 사발째 사약을 들이키게 만들어 목숨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중앙정치인이라는 의식을 명확히 가져야 한다.
칭찬하는 정치 문화 만들기
마지막으로 칭찬하는 문화를 길러야 한다. 내 당이 아니더라도, 나와 다른 지역이라도 잘 한 것은 잘 했다고 인정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똑같은 밥이지만 예쁜 놈이 먹으면 밥이고, 미운 놈이 먹으면 죽이라고 우기는 짓은 곤란하다. 이는 양심과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할 정치인이 걸어야 할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련의 정세 흐름에서 ‘칭찬 문화’에 대한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휴전선 지뢰도발로 촉발된 남북대치 상황과, 이를 타개시킨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여야의 일치된 평가가 시발점이 됐다. 중국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 환영 논평을 낸 것도 우리 정치문화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판단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클린턴을 선택하도록 만든 슬로건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 슬로건에 열광했던 것은 시대적 요구를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이다. 21세기 두 번째 10년도 중반에 접어든 대한민국은 어떤 슬로건이 필요할까. 바로 “문제는 정치야, 바보야”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세상에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정치타령인가’하며 탄식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부조리의 대부분은 정치를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심지어 사람의 의식과 생활 문화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믿음이다.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 본분을 새겨 사익보다, 지역보다 공익과 국가를 앞세우기 바라는 마음이 진실로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