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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원회 신임 위촉 위원 메시지
- 박신언 위원 -
바빌로니아인들이 인류에게 남긴 커다란 유산 중 하나인 함무라비 법전(BC 1792~1750년 사이 제정)에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 ; Lex Talionis)이라는 조항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뼈에는 뼈’라고 알려져 있는 내용입니다.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으로는 이러한 규범이야말로 공평과 정의의 기준이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이에 반해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는 겉옷을 달라하면 속옷까지 벗어주고, 오른뺨을 치면 왼뺨도 내어 놓으라고 가르쳤습니다. 또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는 사도 베드로의 물음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1>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동안 일관되게 정의와 합리의 기준이 되었던 동태복수법 사상을 완전히 뒤엎은 하나의 ‘사건’이라 하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용서와 화해, 양보와 배려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 덕목인지를 일깨우는 대목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불신의 골이 무척 깊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상처, 지역 간 세대 간의 불신, 좌우 이념 간의 높은 벽, 소득격차의 심화로 인한 빈부갈등 등, 개인과 집단을 불문하고 당장 극복하고 치유해야 할 갈등과 아물지 않은 상처가 너무 많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지금, 우리 마음을 활짝 열고 용서합시다! 용서는 마음을 열 때 시작되고,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진정한 소통만이 화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처럼 용서받기 보다는 용서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고,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는다는 신념을 가지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사회에 내재된 상처와 갈등, 불신과 분열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국민 대통합위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마음을 열고, 진정한 소통을 통하여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힘이 들겠지만 먼저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자신과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비로소 상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향하고 있는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분열과 갈등의 치유, 지역 간 계층 간 용서와 화해를 이루어 대통합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데, 기도하는 마음으로 맡은 역할에 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