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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희생을 빛나게 만들자
-조선일보 발언대 (2014. 8. 14) -
해마다 광복절이 다가오면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 윤봉길 의사를 비롯해 수많은 순국열사들이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 세월호 침몰사고를 겪은 올해 광복의 의미가 한층 더 깊은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상심 때문은 아닐 것이다.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이 시대에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은 반드시 이어받고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겪어 오면서 언제나 지혜로웠고 현명했다. 위기의 순간일수록 더욱 더 힘을 합쳤다. 이제 그 위대한 잠재력을 다시 보여줘야 할 때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의 잘못된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세월호 희생자들이 꿈꾸던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나부터 생활 속 작은 실천을 다짐한다.
세월호 해법을 둘러싼 우리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온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더이상 편가르기와 진영논리가 온 국민의 삶을 피곤하지 않게 해주기를 바란다.
선진사회일수록 죽음을 고귀하게 남기고 그 슬픔을 승화시켜 나간다. 우리도 세월호 희생자들을 아름답게 남겨야만 한다. 진상조사는 철저히, 그에 따른 책임 추궁도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 한편으로 지루한 정쟁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부터 제자리를 지키고 저와 가족과 이웃과 국가사회 공동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 속에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바꾸도록 할 것을 다짐한다.
다언불요(多言不要). 윤봉길 의사께서 의거 전 김구 선생님께 써드린 이력서의 한 구절이다. 조국 독립을 위해 좋은 말만 많이 할 것이 아니라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겠다는 각오다. 다언불요의 각오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길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선열께서 주시는 말씀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을 원망하는 말들, 책임을 떠넘기는 말들, 책임감 없는 선심의 말들이 아니라 나와 내 이웃,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작은 일이라도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가슴 위 리본을 마음 속으로 승화시키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호국·순국 영령과 민주열사,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죽음을 먼 훗날 진정한 광복의 그날까지 아름답게 간직하고 기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